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by 공감의 기술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혈기왕성한 아버지도, 자식새끼들 키우느라 억척같은 어머니도 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무척이나 많이 늙으셨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건강하게 계신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룻밤 머물고 헤어질 시간입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몸 건강해라', '자주 연락해라', '내 걱정은 하지 마라'라며 얼른 가라고 손을 흔듭니다. 인사를 하고 나섭니다. 뒤를 돌아봐도 아직 그 자리에 서 계십니다. 자식 뒷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젠 들어가셨겠지' 하며 뒤를 돌아봅니다. 순간 집으로 들어가시는 부모님 뒷모습이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당당한 체구는 어쩌다 저리 야위었는지, 등은 왜 저리 구부정해졌는지, 걸음걸이는 왜 저렇게 힘겹게 보이는지 너무나 왜소해진 부모님의 쓸쓸한 뒷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앞모습은 화려하게 꾸미고 치장할 수 있습니다.

얼굴은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합니다. 머리칼은 흐트러짐이 없이 단정하게 손질을 합니다. 어깨는 처지지 않게 힘을 주고 가슴은 쫙 폅니다. 오늘 컨셉에 맞는 옷을 꺼내 입고 옷에는 작은 먼지라도 묻은 게 없는지 살펴봅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눈을 부릅뜨고 괜찮은 척할 수 있습니다. 입으로는 몇 번이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요, 손사래를 쳐서 가식이라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의 앞모습은 얼마든지 꾸미고 가릴 수 있습니다만 뒷모습은 그러지 못합니다.


뒷모습은 스스로 보기 힘든 부위입니다.

내 뒷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나보다는 다른 사람이 더 자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기도 힘들고 본 적도 별로 없는 내 뒷모습은 화장도 가식도 없습니다. 꾸밀 이유도 없을뿐더러 꾸민다고 바꿀 수도 없으니까요.


꾸밈없는 뒷모습은 거짓말을 못합니다.

애써 웃음 지으며 괜찮다고 말하는 친구의 얼굴을 뒤로하면 축 처진 어깨와 터벅터벅 걷는 뒷모습에는 지금 녀석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앞에서는 웃고 당당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돌아서면 노심초사 염려스러운 뒷모습이니까요.


뒷모습은 정직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짊어진 삶의 무게는 등과 허리를 구부러지게 했고요, 무거운 책임감을 멘 어깨는 각도가 비틀어져 있습니다. 언제나 남들 앞에 기죽지 않았던 앞모습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고 혼자 남은 뒷모습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진실되게 말을 걸어옵니다.

왜냐면 뒷모습에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그동안 참아낸 무수한 시간이 쌓여 있고요, 대답을 듣지 못한 수많은 질문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뒷모습에는 삶의 고달픈 자취가 담겨 있습니다.

세파에 시달려 쭈글해진 피부는 탱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주름은 펼 수도 있고요, 머리는 염색으로 감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뒷모습은 다릅니다.

누구나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힘겹지 않은 삶은 없을 겁니다. 사연 없는 인생길도 없고요, 누구나 저마다의 책임감을 두 어깨에 메고 등에 짊어진 채 근근이 버터 온 인생이기에 팔팔했던 신체는 어느새 어깨는 처지고 등은 굽어져 갑니다.

굽은 등 위엔 아직 끝나지 않은 지난 시절의 고뇌와 지금도 줄어들지 않은 무게가 그대로 올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을 삶을 살아내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인생 따라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칭찬과 찬사는 언제나 앞모습의 몫입니다. 눈에는 기쁨이, 입에는 웃음이, 손에는 인사를 받지만 함께 고생한 뒷모습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가끔 비난과 조롱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 돌아선 사람의 뒷모습은 여지없이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하지만 뒷모습은 이번에도 불평 없이 묵묵히 감당해냅니다.


싸울 때는 앞모습을 노려 보며 피 터지게 싸웁니다. 행여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반면 내 뒷모습을 부담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편안하고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뒷모습에는 가식이 없으니까요. 삶의 여운이 있어서 감동을 받고요, 스스로를 과시하지 않아서 편안합니다. 속이지 않아서 믿음이 갑니다.

그래서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앞모습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면 뒷모습은 누군가 나를 알고 떠나는 모습입니다.

앞모습을 보면 누군지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옆모습도 쉽게 알아보고요. 뒷모습은 그러지 않죠. 하지만 뒷모습을 알아보는 사이라면 서로의 진솔한 내면을 교감하는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파에 시달려 헝클어진 자세입니다. 그래도 자세를 바로 하려는 노력을 하면 몸도 마음도 바뀐다고 합니다. 구부정한 허리와 등, 축 처진 어깨는 기분도 처지게 합니다. 올바른 자세를 가지기만 해도 허리는 튼튼해지고 건강도 좋아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어깨를 펴고 허리는 꼿꼿하게 세우면 기분도 한결 당당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나의 뒤태도 멋지게 보이지 않을까요?




인디언들은 멀리 길을 떠나면 가다가 꼭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달리는 말이 지치지 않아도, 길을 잃지 않아도 말이죠. 이유는 뒤따라 오는 자기 영혼을 기다려주는 거라고 합니다.

뒤따라오는 영혼처럼 내 뒷모습을 정성 들여 살펴야 내면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어깨도 펴고 걸음도 당당하게 걸으면서 말입니다.


우리의 뒷모습에는 저마다 인생을 이렇게 살아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힘들 땐 등을 토닥거려 주고, 뒤에서 안아주고 하는 게 그래서인가 봅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앞모습만 꾸미고 사는 삶보다는 거짓이 없는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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