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있어 참 좋다

본전 생각 없이 서로 주고받고 싶은 말

by 공감의 기술

부모가 말 안 듣고 애를 먹이는 자녀에게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죽고 못 살았던 연인들이 다투다 헤어지기 직전입니다. 분에 못 이긴 연인이 연인에게

"내가 그동안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상사가 후배 직원에게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이런 말을 하며 입술을 깨물곤 합니다.

"난 진짜 너를 친동생처럼 생각했다."


어떻게 키웠든, 얼마나 잘해줬든, 동생처럼 생각했든 이 말 뒤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공통된 말이 있습니다.

"근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심혈을 기울여서 일을 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여기서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동안 들어갔던 밑천이 얼마일까? 하는 '본전 생각'입니다.


보나 마나 꽝일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지만 그동안 로또 값에 들어간 본전 생각이 이번 주도 로또점으로 향하게 합니다.

주식에 투자합니다. 남들은 오르고 내 주식은 떨어지는 데도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 '언젠가 이 주식이 오를 거야', '본전만 되면 팔 거야'. 본전 생각만 하다 손해만 쌓입니다. 물론 대박을 꿈꾸는 심리도 있고요.

도박이라는 수렁에 빠진 사람들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본전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도박을 할 거냐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이 '본전 찾을 때까지'라고 합니다. 본전은커녕 온 식구가 뜯어말려도 죽지 않는 한 도박은 멈추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 역시도 본전 생각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사이가 좋을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좋아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며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줍니다. 그러다 나중에 실망하고 사이가 틀어지면 사람이 변했다고 원망을 합니다. 지금껏 내가 좋아서 해주었던 걸 괜히 했다고 아까워하면서 말이죠.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다들 경험해 본 일입니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요. 사람 사는 게 에누리 없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가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 내가 계산한 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은 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요.


좋을 때는 하늘보다 넓은 마음으로 베풀었던 호의가 속이 콩알만 해지면 본전 생각부터 납니다.

바라는 것 없이 다 해줘 놓고 막상 내가 아쉬워지면 꼭 생각난다는 '본전'

본전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계산하고 내가 손해 본 것 같아 분하기도 합니다.

'내가 지난번에 삼겹살을 거하게 샀는데 오늘 짬뽕 하나로 때우려고 한단 말이야?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아무리 서운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생각만 한다면 사는 게 피곤하지 않습니까? 정신 건강에 좋을 리 없습니다.




사실 내가 해준 건 남이 달라고 하지 않았고 상대가 받지 않겠다고 걸 억지로 준 적도 없습니다.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호의입니다.

그렇게 베푼 호의는 알고 보면 나 자신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기분 좋아지고 베푼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 내가 나은 사람이 된듯한 만족함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베풀 때는 깔끔하게, 시원하게 베푼 걸로만 생각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해집니다. 상대방에게 바라는 기대도 없이 말이죠. 그래야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본전 생각이 나는 그런 마음을 버려야 삶도 편해집니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서 했으니 말입니다.


계산적이지 않고, 상대방을 사심 없이 진심으로 대한다면 삶도 관계도 분명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실망할 일도 많지 않을 거고요. 그러다 보면 이런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내 인생에도 그려지지 않을까요?


뒤늦게 딸의 진심을 안 엄마는 꼬옥 안아주며 다정하게 말합니다.

"너 안 낳았으면 어떡할 뻔했냐?"


후배 직원이 머뭇거리다 고마운 눈빛으로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제가 선배님을 알게 된 건 정말 행운입니다."


그리고 절친끼리는 이런 말을 주고받습니다.

"니가 내 친구라 진짜 진짜 다행이다."


딸을 안아주는 엄마, 고마움에 고개 숙인 후배, 절친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기쁜 친구, 이들의 말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 있을 겁니다.

'니가 있어서 참 좋다'




어떤 때는 무척이나 강하다가도 어느 순간 한없이 약해지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너무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마치 엄청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 주는 말, 니가 있어 참 좋다.

누군가에게 듣고 또 누구에게 전하고 싶으신가요?

본전 생각은 아예 하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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