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은 척박하고 적막감만 존재합니다. 생명체라고는 달랑 나 혼자뿐입니다. 그것도 지구가 아닌 화성에서 말입니다.
인생이 뭔지, 왜 사는지 하는 고민은 사치, 살아남을지가 의문입니다. 빈손으로 무슨 수로 버틸지 막막해 보이는 위기 상황, 생존하려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자신을 버리고 떠난 동료를 원망하거나 기구한 운명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가혹한 환경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어떻게든 헤쳐 나간다는 영화 <마션>의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지구에 알릴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남은 식량의 개수를 세다가 탐사 대장의 물품 속에서 USB를 발견합니다. 무엇이 담겨 있을까 궁금해서 열어 본 USB에는 70년대 디스코 음악이 잔뜩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온갖 시도 끝에 수개월 만에 가까스로 지구와 교신이 이루어졌습니다. 생존 사실을 알리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는 주인공, 기지가 폭발한 후에도 대장이 남긴 끔찍한 음악 리스트는 살아남았다며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대장님의 구닥다리 음악을 들으며 주인공은 400일 넘게 꿋꿋이 생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틀스의 도시라고 부르는 영국의 리버풀에서는 뮤직을 명사만이 아니라 동사로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I play music 대신 I music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음악은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한다는,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없다고 죽고 못 사는 건 아니지만 있으면 마음의 벗이 되기도 합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쏟아지는 무더운 날에는 신나는 리듬이 더위에 지친 피곤함을 날려주고, 외롭고 힘들어 손 하나 까닥할 힘이 없는 날에는 필 받은 음악이 기분을 달래주곤 합니다.
고달픈 삶을 버티느라 몸과 마음이 지칠 때는 감미로운 선곡이 심신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서먹서먹한 사이에 맴도는 긴장을 풀어주고요, 모두 다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손에 손을 잡게 이끕니다.
메마르고 팍팍했던 마음이 보들보들 말랑말랑 해지는 아주 희한한 에너지를 갖는 음악, 이 음악이 주는 추억 여행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삶이라는 게 워낙 불확실하고 불규칙합니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도 모르고 나쁜 일이 갑자기 뒤통수를 치는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난관들, 풀리지 않는 답답한 문제들, 음악의 어시스트를 받는다고 당장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풀릴 기미도 없고 이리저리 배배 꼬아 놓은 실타래 같은 삶, 막막한 상황에서 음악이 주는 확실한 이점 하나는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싹트면서 말입니다.
음악 안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의 힘은 위로와 용기, 힐링을 가져다준다고 하죠. 그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게 만듭니다.
음악은 활동하는 생물 같습니다. 변화무쌍한 삶을 버텨내느라 힘겨워하는 이의 마음을 음악이 적당히 추스르며 기운 나게 움직이게 하니까요. 이게 음악이 동사로 쓰이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홀로 남겨진 화성에서 들을 음악이라고는 한물간 음악밖에 없다고 투덜대는 남자 주인공,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들려오는 디스코 음악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장이 쿵쿵 뛰는 벅찬 감동을 선사합니다.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는 흔들림 없는 믿음과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주인공의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졌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을 구하러 온 대장님을 만나자마자 그가 던진 첫마디는 이랬습니다.
"음악 선곡이 너무 구리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음악, 비록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이지만 그런 음악도 어느 순간 마음에 와서 꽂히기도 합니다. 시대를 초월해도 음악이 주는 힘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즐거워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들으니까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좋은 것들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얻으려고 노력해야 나에게 오기 마련, 음악이 삶의 배경이 된다면 마음이 훨씬 넉넉해지지 않을까요?
홀로 남은 화성에서 웃으면서 살아남은 주인공처럼 우리도 음악을 따라 신나게 움직여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