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취리히처럼 큰 도시를 제외하곤 한국 식료품점을 스위스에선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중국 혹은 일본 식료품점에 있는 몇몇 한국 제품들이 있어서 다행히 고추장이나 김치 같은 인기 한국 식료품 구매가 가능하지만 그 외엔 더욱 다양한 소스며 이런저런 한국 식료품등은 스위스 주변국 한국 식료품점등에서 공수해와야 한다. 개인적으로 스위스 생활에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ㅎㅎ 그래도 요즘 온라인 배달로 한국 제품들을 받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런던에선 어묵을 구매하곤 했는데 스위스의 식료품 점에선 어묵을 구할 수가 없다. 종종 소울푸드인 떡볶이를 해 먹을 때 어묵도 꼭 같이 넣어 먹어야 제맛인데 어묵을 구하기 힘드니 한국에 이번 여름 놀러 갔을 때 길가에 널린 어묵들이 왜 이렇게 귀하고 맛있게 느껴지던지. 정말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동안 아쉬웠던 마음을 채우기라도 하듯 정말 많이 먹고 왔다. 그뿐인가 한국 편의점의 다양한 라면 종류도 이곳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비빔면은 내가 사는 곳에 선 구할 수가 없어서 프랑스에 놀러 갈 때마다 왕창 사 오거나 비비면 소스를 구매해서 국수를 삶아 비벼 먹는다. 한국은 편의점만 가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이곳에선 참 귀하고도 귀하다. 그러다 보니 노끼 떡뽂이 같은 종종 국적불명의 음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물론 능력자 한국인 분들은 틈틈이 국경을 넘어 한국의 다양한 식료품을 잘 구해서 한국처럼 잘해 드시는 분들도 꽤 계신다. 한국에 가면 반찬가게도 너무나 잘되어 있고 배달음식등 외식거리도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스위스의 생활에선 웬만해서 집에서 요리를 손수 해먹을이 더욱 많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요리실력이 늘기도 하는데 종종 교포분들 중에 요리의경지에 오르신 분들 보면 한국에서 먹는 집밥처럼 이곳의 채소와 재료를 활용해 엄청난 내공을 보여주시기도 하는데 정말 준비하신 음식들 보면 박수가 절로 나온다.
얼마 전 집에서 김치도 담그고 파김치도 담그고 하면서 문득 본의 아니게 늘어버린 나의 요리 내공에 피식 웃음이.. 인간의 생존본능은 참 대단하다. 오늘도 집에서 보글보글 김치찌개를 끓이며 이럴 땐 몸은 스위스에 있지만 한구석은 한국에 있구나를 느끼곤 한다. 그리고 오늘도 따끈하고 매콤한 김치찌개는 타지 생활에 작은 위안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