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정성을 담은
큰돈이 없더라도 시간과 마음만 있다면 꽤 그럴듯한 한상차림을 차려 사람들과 보다 밀도 높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과정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과거 학부생이었던 어떤 날엔 때마침 어버이날과 공강 일이 겹쳤던 날이 있었다. 그 해 어버이날엔 카네이션보다 한 끼 식사에 더욱 신경을 써서 마음을 표현했던 것 같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재료들을 보며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를 시작으로 기존 재료들을 활용하여 잡채, 오리 훈제 부추 구이, 닭갈비, 데친 브로콜리, 황태 계란 국 등을 만들었던 것 같다.
밥도 새로 지어 따뜻하게 준비했다.
음식을 차려놓고 보니 가볍게 와인 한잔해도 좋겠다 싶은 생각에 이쁜 잔을 일단 꺼내 놓고 보니 와인이 없었다.
급한 대로 냉장고에 아껴두었던 시원한 캔 맥주 한 캔을 꺼내 와인잔에 그럴듯하게 담아보았다.
맥주는 술을 못하시는 아빠를 대신해 부모님 두 분이서 분위기만 내고 엄마와 둘이 마시게 되었다. 맥주 한 모금에 하루 일과 하나씩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며 보냈던 저녁시간이었다.
마무리로 카네이션 한 송이씩을 부모님께 각각 전달해드리며 그 해 부모님과의 어버이날을 조금은 밀도 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을 다한다면 적은 재료로도 풍성하게 식탁을 꾸밀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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