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에 있는 강진5일장에 가면 안도현 시인이 <우리나라에서 국수가 제일 맛있는 집>이라 칭찬한 국수집이 하나 있다. 강진이 고향인 정공례 할머니가 30년 넘게 운영 중인 행운집이 그곳이다.
그저 멸치 국물만 곁들인 소박한 국수임에도 진하게 우러난 국물맛 덕에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시인의 그 같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끼게 되는데,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을 헤아려 맞춤 서비스를 해주시는 정 할머니의 엄마 같은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 씀씀이까지 겪고 나면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 싶다.
힘 좀 쓰게 생긴 젊은 장꾼한텐 양을 넉넉하게, 나이 드신 분들은 양을 좀 줄여서 맞춤하게 담아내고, 어쩌다 부모를 따라온 어린 아이라도 있을라치면 국수값에서 천원쯤 슬쩍 빼주는 깜냥 역시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정 할머니만의 맞춤 서비스다.
어쩌다 손님 중에 국수에 양념간장을 좀 과하게 넣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에고, 그래 먹으면 짜서 못 묵어” 하는 할머니의 걱정과 야단이 뒤따르곤 하는 것도 이 국수집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러면 또 누군가는 “냅둬부러. 쟈는 원래 대가리 털 나믄서부터 짜게 묵는 놈이여” 하고 희떠운 농을 던지는 등 단골손님 많은 집 특유의 정감이 흘러넘쳐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오죽하면 국수 한 그릇 먹자고 타 지역에서 일부러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는데, 강진5일장 인근을 지날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 <우리나라에서 국수가 제일 맛있는 집> 국수맛은 어떤가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2008년쯤 강진5일장을 찾았다가 사진입니다. 그 뒤 방송까지 여러 차례 타며 유명해졌다 하더군요. 오래된 사진 폴더들을 뒤적이다 보니 마지막 방문했을 때보다 10년은 젊어보이는 할머니 모습이 반갑고, 지금은 보기 힘든 016 국번 휴대폰 번호가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