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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31. 2023

백년기업 바라보는 맛집 순창 <2대째순대>

3대째 물려받아 백년기업 향해 나아가고 있는 순대국밥 맛집

순창 '2대째순대'는 3대째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70여 년 된 맛집이다. 백년기업 숫자가 채 10개도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머잖아 그 한 자리를 당당히 꿰찰 걸로 기대되는 유서깊은 맛집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일이 있어 일본에 갔다가 인상 깊은 얘기를 하나 들었다. 창업한 지 천 년이 넘었다는 한 떡꼬치집을 방문했던 길에서였다. 현지에서 일하는 직원 말이 "일본에는 이렇게 창업한 지 백 년 넘는 기업들이 3만 개가 넘는다"는 거였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백 년 기업은 7만 개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일본에 포진해 있다는 설명이었다. 일본이란 나라가 아주 옛날부터 각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인>들을 우대해 세금면제 혜택까지 줘가며 키워온 결과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백 년 기업이 몇 개나 될까 궁금해 알아보니 열 개가 채 안 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근대화가 늦은 탓도 있지만,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제도 아래 기술자나 장사하는 사람을 천시하는 전통이 있다 보니 대를 이어가면서까지 뭘 하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듣고 난 뒤 나는 백 년 기업, 혹은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좀 더 관심과 애착을 갖게 됐다. 전북 순창에서 3대째 순대국밥집을 이어오고 있는 <2대째순대>에 주목한 것도 그런 마음의 발로였다.



순창 <2대째순대>는 창업주 이처자 씨가 70여 년 전 순대를 만들어 오일장을 돌며 행상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보릿고개라는 게 있을 정도로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다 보니 먹거리가 귀했고, 없는 살림에 재료비 적게 들여 장사할 꺼리를 찾다보니 부산물로 거의 버려지다시피 하는 돼지 내장과 선지에 주목해 <피순대>라는 독특한 음식을 만들게 된 거다.


당시 순창시장이 전국 7대 우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호남 제일의 우시장을 거느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피순대 탄생을 도왔다. 재료 수급 사정이 원활한 데다가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어 피순대를 만들어 팔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거다.



창업주 이처자 씨가 기틀을 다졌다면 순창시장 내에 자리를 잡고 전국적 명성을 가진 순대국밥 맛집으로 키워온 건 딸 진형남 사장이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각고의 노력을 더해 <2대째순대>만의 맛을 구현함으로써 순창시장을 찾는 인근 동네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 입맛까지 사로잡아 전국구 맛집으로 거듭난 거다. 현재는 그 뒤를 이어 20대 젊은 나이의 손녀 박미희 씨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중이다.


순창의 명물 피순대의 전통이 원래 그러하지만, <2대째순대> 순대는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만 만들어진다. 내장에 붙어있는 흰 기름기를 3번 이상 물로 깨끗이 씻은 후 한 번 삶고, 그 뒤 다시 한 번 세척한 뒤라야 속을 채워넣기 때문에 돼지 누린내라든가 역한 냄새가 없는 게 특징이다.



그 속 역시 찹쌀이나 당면 등을 사용하는 일반 순대와는 달리 신선한 선지를 주재료로 해서 수작업으로 직접 다듬은 김치와 콩나물, 마늘, 양파, 고추 10가지 넘는 천연양념과 야채들로 꽉 채워 맛과 영양은 물론 식감까지 고루 잡았다는 평을 듣는다. 한 마디로 말해 <존맛>이라는 얘기 되시겠다.


여기에 4일 동안 푹 끓어 만들어 낸 진한 사골육수와 비법양념장, 들깨가루 등을 보태면 <2대째순대>만의 국물맛이 끝내주는 시그니처 순대국밥이 완성된다. 주말이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서 앞다퉈 빠져든다는 바로 그 맛이다. 고소한 맛에 한 번,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에 두 번 놀란다는 그 맛이기도 하다.



한 가지 주의할 건 불규칙한 이 집 영업일이다. 일반 음식점들처럼 매주 일요일 휴무 식으로 딱 규칙적으로 정해진 휴일이 있는 게 아니라 불규칙하게 쉬기 때문이다. 한 가지 원칙은 순창오일장 장날인 1, 6일이 들어가는 날은 하늘이 두쪽 나도 문을 연다는 것과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배려함인듯 주말 역시 가급적 영업을 한다는 정도다.


모처럼 맘 먹고 먼 길 갔다가 헛걸음 하면 안 되니까 정확한 영업일은 직접 전화(063-653-0456)를 걸어 물어 보거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확인해 보실 것을 추천한다. 영업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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