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24. 2023

변변한 사진도 없는 불친절한 맛집 소개 <남촌칼국수>


'변변한 음식 사진 하나 없이도 맛집 소개가 가능할까?'​

우연찮게 찾아간 남촌칼국수 전주본점에서 맛있게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운 뒤 문득 든 생각이다. 다 먹고 나서야 '어라, 이 집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매우 많이 맛있는걸...' 하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에피타이저 격으로 보리비빔밥과 왕만두 한 판을 먹어치운 뒤라 사실 크게 기대도 안 했다. 그 집으로 나를 데려간 거래처 직원이 "평소 손님이 어찌나 많은지 나이 많으신 어머니 모시고 왔다가 자리가 없어 난처했던 적이 있다"고 추천사를 늘어놨을 때도 '칼국수야 뭐 웬만큼만 하면 다 맛있지 않나?' 하고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피가 너무 얇아 집는 족족 '속이 터지는' 왕만두나 한 판 더 먹었음 좋겠단 생각이 든 것도 그래서였을 거다. 참고로 가족들 사이에서 내 별명이 <만두돌이>다.


하지만 막상 칼국수를 한 젓가락 입에 밀어넣는 순간 '어라, 제법인데!' 하는 느낌이 후두부를 강타했다. 내가 자주 다니던 칼국수집에 비해 바지락 양이 눈에 띄게 적어 국물맛이 제대로 날까 우려했는데, 무슨 마법을 어떻게 부린 건지 몰라도 국물맛이 제대로였다. 바지락 칼국수 특유의 깊고 시원하면서도 감칠맛 같은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손칼국수 느낌의 두툼한 국수 질감과 쫀득하게 씹히는 맛도 일품이었다. 일반 칼국수집에 가면 대개 기계로 뽑아낸 느낌의 넙적한 면이 나와 별로 씹히는 느낌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 듯 후루룩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리기 일쑤인데, 이 집 칼국수는 입 안에서 두툼한 질감이 느껴지면서 쫀득하게 씹히는 게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줬다.


선택 옵션으로 제공되는 양념장과 쫑쫑 썬 청양고추도 퍽이나 만족스러웠다. 매콤한 국물을 좋아하는 내 음식 취향 상 오리지널 국물은 2%쯤 아쉬운 구석이 있었는데, 개인접시에 양념장을 풀고 청양고추를 더하자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 나왔다. 바지락을 정말 많이 넣어줘서 먹다먹다 남길 정도였던 단골 칼국수집에서 늘 아쉬워했던 게 이 매콤함의 부족이라 더 그랬는 지도 모르겠다. 함께 간 동료직원도 나와 비슷한 느낌이었던지 "이 양념장 없었음 정말 많이 억울할 뻔 했다"며 만족해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면 '어라, 이 집 맛집인걸...' 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칼국수가 모두 우리 일행 뱃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요즘 들어 나는 맛집을 가게 되면 기록하는 재미에 한창 빠져있는 중인데, 정말 아쉽게도 이 집은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 생각한 순간 이미 국물 밖엔 남은 게 없는 낭패스런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래서 내가 맛집 전문가가 못 되는 모양이다.


'변변한 음식 사진 하나 없이도 맛집 소개가 가능할까?'라는 <맛객>쯤 되는 사람들 기준으론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생각을 내가 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과 함게 한 식사자리이다 보니 빈 냄비 사진 한 장 찍는 것조차 공연히 눈치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인증샷 한 장 정도는 남겨야겠단 욕심이 앞서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타짜의 가르침을 따라 안 찍는 척 어설프게 손장난을 쳐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진 컨셉은 <도대체 얼마나 맛 있었으면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다 먹었을까?>다. 누군가는 음식 사진 한 장 없는 맛집 소개가 어디 있냐며 불친절하다 투덜댈지 몰라도, 만일 내 맛집 소개가 구미를 확 끌어당겨 문제의 칼국수가 어떻게 생겨먹었나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터넷의 힘을 빌어 불과 몇 초 안에 얼마든지 확인해 볼 수 있을 테니 굳이 내 불친절함을 탓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 탓할 시간에 차라리 검색을 하고, 검색할 시간에 달려가서 먹어보는 게 남는 장사일 테니까...


#전주칼국수맛집 #남촌칼국수전주본점 #음식사진없는맛집리뷰 #전주맛집여행 #전주가볼만한맛집 #국내여행 #개성있는맛집소개 #전주서부신시가지맛집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갤럭시s22

이전 15화 백년기업 바라보는 맛집 순창 <2대째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