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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23. 2023

양푼부터 맛집 포스 뿜뿜했던 전주 <옛날시골동태양푼>


"양푼만 봐도 이 집은 맛집이 확실햇!"
한 숟갈 뜨기도 전에 아내가 단정하듯 말했다. 이심전심, 나도 아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국물을 한 숟갈 떠 입에 넣는 순간 우리는 그 같은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동태에 쑥갓, 콩나물, 감자수제비, 두부 정도를 넣고 끓여냈을 뿐인 비교적 단순한 조합이었다. 그런데 국물에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한 숟갈 떠 입에 넣는 순간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 안에 착 감겨들었다. 동태찌개 맛집을 여럿 다녀봤지만, 드물게 접하는 <찐> 느낌 맛집이었다.

문득 그 맛이 궁금해져 재료 하나하나를 뜯어봤다. 요리 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몰라도 일단 재료 하나하나를 참 좋은 놈들로 썼단 느낌이 들었다. 주재료인 동태는 싱싱한데다가 살까지 통통하니 올라 맛 있었고, 부재료인 감자수제비와 두부는 평균 이상으로 식감이 찰진 게 씹히는 질감이 남달랐다. 기대치 않았던 곳에서 맛집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라 기분이 급 좋아졌다.

이때 마침 옆을 지나가는 사장님께 "양푼만 봐도 연륜이 제법 느껴지는데, 이 식당 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사장님은 "15년째 이 자리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대했던 대로 역시나 오랜 연륜이 녹아있는 숨은 맛집이었다.

더 한층 눈길을 끌었던 건 이 집이 전주 맛집들 가운데서도 대표선수급 중 하나로 꼽히는 <조점례 피순대>, 그것도 본점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는 거였다. 혹자는 유명맛집 옆에 있으면 낙수효과가 있어 좋지 않느냐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그 주변에 다른 식당이 전혀 없다면 몰라도 전주남부시장엔 이름난 맛집들만 해도 하나둘이 아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들도 여럿이다. 낙수효과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들단 얘기다.

뜨내기 관광객들보다는 시장 상인들이 주 고객인 전주남부시장에서 15년 동안이나 꾸준히 장사를 해왔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단돈 몇백 원에도 벌벌 떠는 시장 상인들 입맛을 맞추려면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까지 필히 갖춰야만 하는데, 그런 지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15년 동안이나 꾸준히 장사를 이어왔다면 그 내공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식당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하는 문구도 인상 깊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따왔다는 문제의 글 바로 아래에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답이 적혀 있었는데, 좋은 재료를 사용한 맛난 음식으로 찾아오는 손님들 마음을 얻겠다는 사장님 내외의 정직한 장사철학이 깃들어 있는 듯해 믿음이 갔다.

일하는 틈틈이 사장님 내외가 주고받는 대화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케미 역시 식당에 대한 믿음을 더해줬다. 배달과 포장 등 식당 일과 관련한 소소한 내용들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서 오랜 세월 힘든 식당 일을 함께 해온 부부애랄까 동지애 같은 농밀한 감정이 느껴졌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만드는 법이니 식당 사장님이 어떤 사람이냐는 음식맛에 음으로든 양으로든 반드시 반영이 되는 법이다.

식당 위치는 전주남부시장 조점례 피순대 본점 옆 골목에 있다. 조점례 피순대에서 전주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골목 하나가 있는데, 그 바로 안쪽에 위치해 있다. 월~토요일까지 영업하며, 일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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