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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15. 2023

전북대생들에겐 <성지>라고까지 불리는 맛집 <통집>


전북대 학생들 사이에선 <성지>라고까지 불리우는 <통집>에 가서 처음에 내가 놀란 건 '뻣뻣한 서비스 태도' 때문이었다. 소문난 맛집이라 장사가 잘 된다고는 들었지만, 요즘 세상에 이렇게 뻣뻣한 태도로 장사하는 베이비들도 있나 싶었다.


하필이면 화장실 코앞에 위치한 예약좌석 때문이었다. 일행 중 누군가가 "화장실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불만(나중에 화장실 안에까지 들어가 봤지만 냄새 따윈 나지 않았다)을 제기하는 바람에 자리 교체를 요청했는데, "예약이 풀이라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은 거다. 참고로 자리 교체를 요구한 그 시점엔 좌석들이 텅텅 비어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라 <통집>에 대한 첫 인상은 솔직히 별로였다. 자연 '이놈의 베이비들, 음식 맛만 없어봐라 어디...' 하는 심정으로 음식들을 마주하게 됐다. 좀 심하게는 '맛이 있어도 맛 없었다고 후기를 남기고야 말겠다'는 삐뚤어진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내 입은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첫 메뉴로 나온 <반반전> 부침개를 한 젓가락 먹는 순간 "어라, 존맛이네!" 하는 감탄사가 내 의지를 거역하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거다(부침개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며 태클 걸지 마라. 서울 광장시장 녹두전과 일반 전집 부침개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이어 나온 내 최애음식 가운데 하나인 <김치찌개>도 한 마디로 <존맛>이었다. "이 베이비들, 맛있는 건 다 때려넣었네"라는 동료직원 말이 아니더라도 맛 없기가 쉽지 않은 구성을 갖고 있는 김치찌개였다. 언뜻 봐도 푸짐한 돼지고기들에 김치와 콩나물, 두부, 당면 등 김치찌개란 녀석이 장착할 수 있는 옵션이란 옵션은 거의 풀옵션급으로 다 갖췄다. 마지막 2%는 주인장의 손맛일 테지만.


닭 요리를 싫어해서 나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치킨>과 <닭똥집> 역시 동료 직원들 입에 의해 아주 매우 많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닭똥집은 잘 모르겠지만, 치킨은 비주얼만 봐도 아주 매우 많이 맛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비스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자리 교체 요구를 했을 때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던 직원 태도에 사실 좀 빈정이 상했었는데, 한창 음식을 먹다 보니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 같은 할머니가 "술은 적당히 좀 먹고 밥부터 먹어라 이 베이비들아!" 하고 등을 토닥여주는 게 다른 음식점 그 어떤 고급진 서비스보다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북대 출신으로 이 집을 자주 찾았다는 후배 직원의 한 마디는 <통집>이 예사로운 맛집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었다. 40~50년 전쯤 비닐하우스로 시작해 지금의 번듯한 2층집으로 거듭났다는 설명이었는데, 끝나고 나올 때 입구에 걸린 옛날 옛적 사진을 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났다.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그만큼이나 성장시켰단 얘기였는데, 이는 그 어떤 스토리텔링보다 훌륭한 맛집 소개에 다름 아니었다.


음식점 입구에 걸려있는 아주 오래 전 통집 모습


안주류에 비해 가격이 아주 많이 눈에 두드러지게 착한 밥 가격은 <통집>에 대한 인상을 더더욱 좋게 만들었다. 자취 좀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 입장에서 가성비 좋은 밥 한 끼라는 건 정말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특히 매일도 아닌 어쩌다 한 번 라면 대신 영양식 삼아 큰맘 먹고 사먹는 밥 한 끼는 정말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 <통집> 사장님은 아마도 그런 대학생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배려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


<통집>은 전주소방서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전주덕진소방서와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서비스점 사이 골목길로 전북대 방향을 향해 30~40미터 정도 들어가다 보면 정면에 3층짜리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그 건물 1층과 2층을 사용하고 있다. 좌석은 꽤 많은 편이나 저녁 6시 정도면 1층부터 만석이 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예약을 하는 편이 안전하다.



시그니처 메뉴는 김치찌개라는 사람도 있고, 치킨 혹은 반반전이라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다 제 각각이라 딱히 이거라 말하긴 좀 힘든 측면이 있다. 평균적으로 맛이 훌륭한 편이니 그냥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를 시켜 먹으면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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