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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19. 2024

노란수선화와 목련이 예쁜 천년고찰 내소사





지난해 딱 이 맘 때 우리 가족 최애 절집 중 하나인 전북 부안 내소사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살짝 놀란 적이 있다. 불교신도들 만큼 자주 다니는 건 아니로되 지난 20여 년 간 한 해 평균 2~3번씩은 들락거린 곳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광경이 눈에 확 들어와서다.





일주문을 지나면 나오는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 숲길 중간쯤에서였다. 오른편 저 편에 지장암이란 이정표 너머로 뭔가 노랑노랑한 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던 거다. 내소사에서 목련이나 산수유, 벚꽃 등은 몇 번 봐왔지만, 이건 또 뭐지 싶었다.





궁금한 건 또 못 참는 성격이라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예의 노랑노랑한 꽃들의 정체는 수선화였다. 언제 그렇게 많이 심어놨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장암 앞 언덕배기 산자락을 온통 노랗게 뒤덮고 있었다. 기대치도 않았던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이라 그런가 더 한층 반갑고 기분이가 좋았다.





갑자기, 느닷없이, 혹은 뜬금없이 내가 내소사 수선화 얘기를 꺼내든 건 요즘 한창 봄꽃놀이 여행객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충남 서산 유기방가옥 때문이다. 1900년대 초에 건립된 일제 강점기 가옥이자 충청남도 민속문화재라는 이 건물 주변으로2만평 가까운 수선화 꽃밭이 조성돼 많은 여행객들이 즐겨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북 부안 내소사에도 제법 괜찮은 수선화 꽃밭이 있음을 알리고 싶어진 거다.


비록 규모 면에서는 서산 유기방가옥에 다소 못 미칠지 몰라도 그 뒷배 격인 천년고찰 내소사까지 고려하면 아주 매우 많이 충분히 매력적인 봄꽃 여행지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백제 무왕 34년인 서기 633년 창건된 내소사가 선사하는 천년고찰 특유의 묵직한 전통미를 더하면 다른 어떤 봄꽃 여행지 못잖은 매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내소사 경내에 포진하고 있는 전설의 대웅보전과 그 안에 모셔져 있는 영산회 괘불탱, 백의관음보살좌상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들이라든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장식무늬의 최고봉이라 평가받고 있는 대웅보전 꽃살문 등도 그 안에 깃든 전설과 가치를 잘 알고 찬찬히 들여다 보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쉽게 마주하기 힘든 귀한 볼거리들이다.








버뜨(but), 문화재나 불교 보물 따윈 관심없다는 여행객들이라면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을텐데, 노란 수선화 꽃무리와 더불어 그런 사람들도 만족시킬 만한 또 하나의 킬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매년 이 맘 때면 대웅전 앞 마당 등 내소사 여기저기에 수줍게 피어나는 목련꽃들 되시겠다.









사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은 물론 길을 가다 보면 오만 군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목련꽃임에도 불구하고 내소사 경내에서 마주치는 그것은 아주 매우 많이 특별한 느낌이 있다. 길을 걷다가 저만치에서 평소 내가 이상형으로 생각해 온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오는 걸 마주친 느낌이랄까 싶은 류의 심쿵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드는 거다.





같은 목련꽃인데 뭐가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싶을 정도였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TPO, 즉 Time(시간)과 Place(장소), Occasion(상황)이 절묘하게 뒷받침돼 그런 느낌을 준게 아닌가 싶다. 때는 춘삼월이라 마음이 들뜨기 쉬운 계절이요, 장소는 천년고찰 절집이라 하얀 목련과는 대비되는 묵직한 분위기로 가득하며, 상황은 뜰 안에 홀로 핀 꽃처럼 저 혼자 고고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니 첫사랑에 빠지고픈 여인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서산 유기방가옥 류 여행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굳이 권하지 않겠지만, 노란 수선화꽃은 물론 천년고찰을 배경으로 심쿵 & 설렘을 선사하는 목련꽃과 천년고찰의 풍취까지 함께 맛보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3월 이 맘 때 봄꽃 여행지로 전북 부안 내소사를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이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들 중 수선화와 목련이 있는 사진들은 지난해 이 맘 때 촬영한 것이며, 지난 토요일(3월16일) 내소사에 다녀와 본 결과 올해는 아직 수선화와 목련은 활짝 꽃을 피우지 않은 상태다. 이번 주말 정도면 만개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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