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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12. 2024

구례 화엄사 홍매화, 대한민국 3대 매화여행지


매년 이 맘 때면 나같은 사진장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꽃소식이 하나 있다. 천년고찰, 지리산 대가람 등 수없이 많은 수식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화엄사, 그 중심축인 대웅전과 각황전 고색창연한 전각들 사이에서 수줍게 피어나는 홍매화 꽃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호들갑스런 호사가들 입에 의해 언젠가부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대한민국 3대 매화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이곳은 광양 매화축제가 끝날 무렵 꽃을 피운다. 올해의 경우 광양 매화축제 기간이 오는 3월17일까지니 대략 그쯤 꽃이 필 걸로 예상되고 있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엄매'라 불리우는 화엄사 홍매화는 대략 3월20일 이후쯤이나 활짝 꽃을 피워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기후 온난화 현상이 이어졌고, 앞서 예로 든 광양 매화를 비롯해 봄꽃들이 평균 1~2주씩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는 바람에 편승해 화엄매 역시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거다.



화엄매는 대략 수령 300년이 넘은 노거수로 알려져 있다. 조선 숙종 때인 1702년 계화선사라는 분이 왕실의 도움을 받아 장육전(丈六殿)이 있던 자리에 2층 전각을 새로 짓자 왕이 각황전(覺皇殿)이라는 현판을 내렸다고 하는데, 바로 이 무렵 계화선사가 한 그루 홍매화 나무를 심은 게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거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화엄매는 수령이 대략 320년쯤 된다는 얘기인데, 현재까지 기록에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령 높은 매화나무가 650년 정도라고 하니 관리만 잘 한다면 아직도 한참은 더 그 자리에 서서 봄마다 수많은 여행객들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얘기 되시겠다.


화엄매가 나같은 사진장이들로부터 특히 더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검은빛에 가깝다 하여 '흑매화'라는 별명까지 붙어있을 만큼 짙은 홍색을 띠고 있어 300년 넘는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다. 그 서있는 위치도 각각 보물과 국보로 지정돼 있는 대웅전과 각황전 고색창연한 전각들 사이여서 고풍스런 아름다움까지 더해지면서 더더욱 매혹적이라는 건 안 비밀이다.



지금은 빛날 화(華) 장엄할 엄(嚴) 자를 써 화엄사라 불리지만, 원래 이 절의 머릿글자 화는 꽃 화(花) 자를 사용했었다는 설도 있다. 화엄사라는 절이 워낙 이름 높은 고승들이 많이 거쳐간 곳인 만큼 어쩌면 누군가 먼 훗날 홍매화 한 그루 덕분에 절집이 사람들로 크게 붐빌 거라는 걸 내다보고 그런 이름을 지으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언뜻 해본다. 물론 '뇌피셜'이다.


화엄사에서는 그런 화엄매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몇 년 전부터 관련 사진콘테스트도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는데, 오는 23일까지 촬영한 화엄매 사진을 출품하면 프로전문가 부문은 대상 상금 200만원에 템플스테이 1박2일 2명 체험권, 휴대폰 카메라 부문은 상금 70만원과 부상, 템플스테이 체험권 등을 수여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광양 매화마을 언덕 가득 피어난 매화 군락도 좋아하지만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화엄사 홍매화 쪽에 한 표를 주고 싶은 사람이다. 백제 성왕 22년 때인 서기 544년 창건돼 1500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온 대가람을 배경으로 홀로 검홍색 꽃망울로 빛나는 고혹스런 자태가 군계일학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매화 여행지'라는 호들갑스런 호사가들 칭찬은 차치하더라도 새봄을 맞아 새로운 생명력으로 환히 빛나는 300살 넘는 홍매화가 피워내는 춤사위라면 아무리 거리가 멀더라도 달려가서 한 번쯤 눈에 담아둘만 하지 않을까 싶으다.


#화엄사홍매화 #화엄매개화시기 #죽기전에꼭가봐야할3대매화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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