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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03. 2024

천연기념물 지정된 화엄사 홍매화 만개

300살 넘은 화엄매 보려는 여행객들로 북적


지난 주말, 드라이브 삼아 아내와 함께 전남 구례 화엄사에 갔다가 나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산 입구도 채 들어서기 전에 차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던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던 시절조차도 몇 천원의 요금은 받았을망정 차량 진입을 막은 적은 없었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물어보니 여기서 더는 차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예전엔 절 바로 밑 주차장까지 아무런 제지없이 올라갔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섬진강 강변길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20년 넘게 1년에도 몇 차례씩은 구례를 찾고 있고, 화엄사 역시 연평균 한두 차례씩은 들락거렸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알고 보니 올해 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엄사 홍매화 때문이었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매화로, 혹은 강릉 오죽헌 율곡매까지 포함해 대한민국 4대 매화로 손꼽히는 화엄매가 마침 만개해 있었던 거였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까. 예전엔 꽃 필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사람 드문 새벽 일찍 100km쯤 되는 먼 길을 달려 사진을 찍으러 가기도 했을 만큼 욕심을 부린 적도 있긴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이상기후 영향으로 매화가 워낙 일찍 핀 까닭에 이미 다 졌을 거란 생각으로 아무 욕심없이 갔던 길이어서다.


절 입구를 지나는 순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천왕문을 거쳐 대웅전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아내와 나는 기가 막혀 헛웃음이 다 나왔다. 화엄사에선 일찌기 본 적 없는 어마무지한 사람들 행렬 때문이었다. 각황전과 대웅전 사이에 위치한 화엄매 주변으로 구름 인파가 몰려 화엄매를 배경 삼아 인증샷을 찍으려 아귀다툼 아닌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운 좋게 화엄매가 만개한 모습을 만나긴 했으되 그 아귀다툼을 보는 순간 아내와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말았다. 불교신자도 아닌 주제에 우리가 절집을 즐겨찾는 이유 중 하나인 산사의 고요 내지 고즈넉함이 욕심 많은 인간들로 인해 깨져있었기 때문이다. 개중엔 그곳이 절집이라는 사실 따윈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목청껏 떠드는 사람들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꽃향기를 콧구멍에 집어넣겠다는 듯 매화 가지를 끌어당겨 코끝에 대는 사람도 있었다. 해설사 겸 화엄매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보살님 한 분의 완곡한 제지로 잠깐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긴 했지만, 그곳을 찾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욕심으로 가지 하나씩만 잡고 늘어져도 화엄매는 지쳐 쓰러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화엄매도 주변에 보호 울타리가 둘러쳐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여기저기 풍광 좋은 곳들을 많이 다녀보고 있는데, 그 중에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훼손 행위를 견디다 못해 지자체나 관리 주체들이 사람 출입을 막기 위한 펜스를 둘러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아무런 울타리 없이 화엄매를 계속 만나고 싶다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 되시겠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더 한층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화엄사 화엄매는 지난 주말 현재 만개한 상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꽃이 오래 가지는 못하는 만큼 이번 주중에 서둘러 화엄사를 방문한다면 천년고찰을 배경으로 그 붉다 못해 검은빛마저 띠고 있는 화엄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기분좋은 봄여행을 즐길 수 있을 거다.






이 즈음 이 동네에서 가장 핫한 게 화엄매인 건 사실이지만, 천년고찰 화엄사에는 눈여겨 보면 홍매화 말고도 다른 볼만한 것들이 절집 곳곳에 아주 매우 많이 있다. 다만 저마다 볼 수 있는 딱 그만큼만 보이는 법이니 무엇을, 얼마나 보고 나올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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