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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09. 2024

천년신비 간직한 은진미륵 불상, 논산 관촉사





충남 논산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논산훈련소라면 논산 여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관촉사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가 거느린 일개 말사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관촉사가 이렇게 각광받는 이유는 자그만치 천년도 넘은 국보급 불상 은진미륵불이 있는 곳이기 때문.


절집이 있는 관촉동의 옛 지명 은진면에서 이름을 따 세칭 은진미륵으로 불리우는 이 불상의 정식명칭은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이다. 고려 광종 19년인 서기 968년부터 무려 37년에 걸쳐 100여명의 석공들이 달라붙어 만들어낸 세기적인 불상 작품이다. 높이 18.12미터, 둘레 9.9미터로 국내 최대의 석불인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손꼽을 만한 대형 석조불상이기도 하다.


관촉사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은진미륵이 사람들로부터 더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예사롭지 않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서다. 한 여인이 반야산에서 고사리를 꺾던 중 난데없는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아이는 없고 큰 바위가 땅 속으로부터 솟아나고 있었다는 거다. 마치 아이가 엄마 뱃 속에서 나오듯이 말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고려 광종은 문제의 바위는 하늘이 내린 신성한 것이라 판단해 특별히 불상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승려 혜명에게 명해 석공 100여 명과 함께 은진미륵불을 만들도록 했다. 하체 부분은 원래 그 자리에 솟아난 바위 원석을 이용해 만들었고, 상체는 인근 마을에서 특별히 계룡석을 가져다가 제작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하체 부분이야 땅에서 솟아난 원석을 그대로 깎아 만들었으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허리부터 머리까지 하나의 돌로 조각한 상체 부분이 문제였다. 하체 위에 올려 불상을 완성해야 하는데, 기중기 같은 중장비가 없는 그 당시 기술력으로는 그 무거운 돌덩이를 하체 부분 위에 올릴 방법이 없었던 거다.


총괄 책임자 격인 승려 혜명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싸맸으나 도저히 해결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동자 두 명이 삼등분된 진흙 불상을 갖고 노는 걸 보게 됐는데, 하체 부분 위로 모래를 경사지게 쌓아 불상을 올려 쌓은 뒤 모래를 걷어내는 방식이었다.


이를 보며 '유레카!'를 외친 승려 혜명은 은진미륵 조성불사 현장으로 달려와 같은 방법으로 불상을 세웠다. 알고 보니 그 동자들은 곤궁에 빠진 혜명을 돕는 한편 은진미륵 불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화현하여 가르침을 준 것이라고 하며, 이후 모래로 범벅된 상태로 불상이 완성되자 비를 뿌려 온몸을 씻겨주기까지 했다고.


완성된 은진미륵 불상에서는 무려 21일 동안이나 서기가 서렸고, 급기야 중국의 이름난 승려 지안이 그 빛을 따라와 예배를 드리기에 이르렀는데, 은진미륵 미간에 자리한 옥호(玉毫)에서 발하는 빛이 마치 촛불빛과 같다고 하여 촛불 촉(燭)를 넣어 절 이름을 관촉사라 지었다고 전한다.


땅에서 바위가 솟아났다는 탄생 배경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것처럼 관촉사 은진미륵 불상에는 여러 가지 영험담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중국 군대가 압록강을 넘으려 하자 이 불상이 삿갓을 쓴 승려로 변신해 물이 얕은 척 적병을 유인해 과반수가 빠져죽게 만들었다든가, 성난 중국 장수가 칼로 그 삿갓을 내려친 까닭에 그 흔적이 불상 머리 위 개관(蓋冠)에 남아있다든가 하는 것도 그 중 일부다.




또 나라가 태평하면 불상의 몸이 빛나고 서기가 허공 중에 서리며, 전쟁 같은 난이 있게 되면 불상의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손에 쥐고 있는 꽃이 색을 잃었다는 등의 전설도 전해내려오고 있다. 영험함이 이와 같다 보니 은진미륵 불상은 기도하면 모든 소원이 다 이뤄진다는 민간신앙도 전해지고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믿고 싶은 사람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를 주워다 탑도 쌓는 판국이라 땅에서 솟아났다는 바위 위에 100여 명이나 되는 석공들이 달라붙어 37년 간이나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빚어낸 미륵불상임이랴.


관촉사 은진미륵 불상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미래에 사바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불이다 보니 그 생김새가 일반적인 부처상과는 확연히 구분돼 더 한층 눈길을 끌고 있다. 눈 코 입 등이 좀 더 서민적이면서 인간적인 데다가 통일신라 불상 등과 비교해보면 정교함은 떨어지나 고려시대 독자적인 특이한 양식으로 토속신앙과 불교가 혼합된 석불상을 구현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부처상을 볼 때 흔히 느껴지는 깨달은 자와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 간 거리감 같은 게 별로 안 느껴지고, 시장 등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우연찮게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수더분한 아저씨 류의 친근함과 편안함까지 느껴진다. 키는 18미터가 넘어 우리보다 10배 넘게 크지만, 우리를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각설하고 은진미륵 불상에 대해서만 너무 방점을 찍은 감이 있는데 논산 관촉사에는 그밖에도 주목할 만한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 절집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는 삼성각을 비롯해 사명각, 현충각 등 역사를 간직한 전각들도 그렇고, 1963년 보물로 지정된 관촉사 석등, 1976년 충청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배례석 등도 눈에 담아둘만 하다.


논산 관촉사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산문을 개방한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따로 없으며, 매년 이 맘 때면 들어가는 길과 절집 여기저기 벚꽃들이 아름다워 봄꽃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들도 즐겨찾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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