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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6. 2024

겹벚꽃 명소 전주 완산칠봉 꽃동산, 봄꽃들 만개


매년 이 맘 때면 주변 사람들이 "완산칠봉이 어쩌구", "완산칠봉 겹벚꽃이 저쩌구" 하고 떠들어도 지금까지 난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살아왔다. 세상은 넓고 가볼 곳은 많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고, 여행하면 좀 멀리 떠나야 한다는 선입견 같은 것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나 다름없는 같은 전주권에 있는 완산칠봉에 대해선 얼마간 등한시해 온 경향이 있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아침 한두 시간, 오후 한두 시간만 할애해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판단돼서다.


그렇게 30여년 간이나 살아왔다. 두어 해 전부터는 더 늦기 전에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결국은 못 가본 채 겹벚꽃 시즌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드디어, 마침내, 기어이 올해는 완산칠봉을 찾고야 말았다.




가기 직전까지 겹벚꽃이 얼마나 피었을까 관련 정보들을 찾아봤지만, 정확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며칠 전 다녀왔는데 아직 활짝 피진 않았더라고도 했고, 누군가는 뇌피셜로 며칠 후면 꽃동산 꽃들이 만개할 거라는 정보를 띄워놓기도 해서다.


결국 나는 안 되면 다시 한 번 걸음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가서 상황을 보자는 생각으로 완산칠봉을 찾아나섰다. 일단 완산공원 인근으로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정보에 따라 전주남부시장 천변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말 신의 한수였다.


완산칠봉 꽃동산을 목적지로 하는 여행자들 입장에선 그 이상 좋은 선택지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서다. 그곳에 차를 세운 뒤 몇 걸음 걷지도 않아 완산칠봉 방향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통제선을 마주쳤을 정도다.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까지 접근했다는 얘기 되시겠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그로부터 10분쯤이나 걸었을까. 산 입구가 금방 나왔고,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들자 '초록바위-완산칠봉' 갈림길이 나왔다. 이 지점에서 나는 잠시 갈등을 했다. 앞서가는 사람들 대다수가 초록바위 쪽으로 가고 있는게 좀 찜찜하긴 했지만, 완산칠봉 꽃동산이란 단어에 꽂혀 있다 보니 이정표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다.


그래서 한동안 완산칠봉 방향으로 산을 올랐는데, 느낌이 안 좋았다. 그쪽으로는 아무도 가는 사람이 없었고, 얼마간 앞으로 나아가 봤지만 꽃동산 비스무리한 것도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대다수 사람들이 몰려가던 그 방향이 맞나 보다 하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다시 길을 돌아 초록바위 방향으로 몇 백미터를 나아가자 한 순간 눈앞에 '꽃동산'이란 이름이 딱 어울리는 동네가 짠 하고 나타났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위로 겹벚꽃이며 철쭉 등 온갖 꽃들이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그쪽 방향으로 얼마간 더 나아가니 하늘을 덮은 채 긴 터널을 형성한 겹벚꽃 행렬이 나를 반겨줬다. 그동안 한두 그루 정도 있는 겹벚꽃을 본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터널을 이룰 정도로 울창한 겹벚꽃 행렬이란 이렇게 황홀한 느낌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기 힘들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찍으려면 적당히 빈 공간들이 필요했는데, 뭔가 찍으려 들 때마다 누군가의 머리 혹은 몸통이 내 카메라 렌즈 한 쪽을 잠식해 버렸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모두 덮고도 남을 만큼 완산칠봉 꽃동산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특히 이제 막 만개한 겹벚꽃들이 그중에서도 백미였는데, 경험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략 일주일 정도는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니 이번 주중 서둘러 방문한다면 눈호강 한번 제대로 누릴 수 있을 거다.











완산칠봉 꽃동산은 원래 인근에 거주하던 토지주인 김영섭 씨란 분이 1970년대부터 개인적으로 가꿔온 곳이다. 40여 년간 혼자서 철쭉, 벚나무, 백일홍, 단풍나무 등을 심고 가꾸어 왔는데, 선친의 묘지가 그곳에 있어 더더욱 열정을 갖고 꽃동산을 조성했단다.


한때 이곳에 심은 철쭉꽃이 너무 예쁘다며 조경업자가 팔라고 유혹해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으나, 전주 팔복동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어린 손주를 데리고 놀러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뒤 이곳을 꽃동산 명소로 만들어 전주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겠단 결심을 하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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