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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23. 2024

하얀 꽃터널이 아름다운 전주 팔복동 이팝나무철길



몇년 전부터 4월 말 5월 초면 만개한 꽃들 때문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는 곳이 있다. '이팝나무 철길'로 유명한 전주시 팔복동 팔복예술공장 인근 철길이 바로 그곳이다.


'쌀밥'을 뜻하는 '이밥'을 닮았다 하여 '이팝나무'라 이름 붙여졌다는 나무들이 일제히 하얀꽃망울을 터뜨리는 까닭이다. 북전주역에서 전주페이퍼 사이 수백 미터 구간 철길 양옆으로 수십년 생 이팝나무 가지들이 하늘을 뒤덮은 채 하얀 꽃들을 피워내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보니 수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와서다.


문제는 해당 철길이 통행량은 극히 적다 해도 엄연히 열차가 왔다갔다 하는 현역 신분이라는 거다. 종이제품 만드는 회사인 전주페이퍼로 자재 등을 실어나르는 화물열차가 평일 기준 하루 두 차례 정도 운행되고 있다 보니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 등 관계기관에서는 그동안 여행객들의 철길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오고 있다. 몇 시간에 한 번 꼴로 드물게 화물열차가 운행되고,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나마 시속 30km 이하로 운행하면서 안전요원들이 선탑해 여행객들을 미리미리 대피케 하고는 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 판단해서다.


실제로 이팝나무 꽃들이 만개해 여행객들이 몰릴 때면 저 멀리서 화물열차가 진입해 들어와도 그 앞을 가로막은 채 인증샷을 찍거나, 바로 코 앞까지 다다라서야 겨우 피하는 시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관계자들 입장에선 이 아슬아슬한 상황을 지켜보느니 애당초 철길 안쪽으로는 발도 들이지 못하게 막는 게 낫단 생각이 절로 들 터였다.


덕분에 이팝나무 꽃이 만발할 때면 철길 밖으로 여행객들을 쫓아내려는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들과 여행객들 간에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곤 한다. 한쪽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다른 한쪽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보기 힘든 이팝나무 터널을 배경으로 멋진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치열하게 눈치싸움을 벌여오고 있다.





버뜨(but), 올해부터는 그 전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관광자원 개발에 목말라하는 전주시가 한국철도공사와 협의해 문제의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 일부 구간을 꽃필 무렵에 맞춰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략 꽃이 만개할 걸로 예상되는 4월26일부터 5월12일까지 3주 간,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주시는 이 기간 중 여행객들에게 좀 더 다양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플리마켓과 먹거리 장터도 운영할 계획이며, 어린이날에는 마술쇼, 버블쇼 등 가족 단위 여행객들을 위한 공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기간 중 바로 옆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앤디워홀전> 등 전시회도 열리는 만큼 좀 더 풍요로운 볼거리를 즐길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팔복동이팝나무철길 #전주이팝나무철길 #이팝나무꽃터널 #전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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