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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Dec 10. 2024

국내 최초 이탈리안돈가스 맛집, 전주 이탈리돈

전주한옥마을 앞 30년 넘은 오랜 역사 노포맛집




전주한옥마을 바로 맞은편 골목길에 위치한 이탈리안 돈가스 전문점 이탈리돈은 나를 세 번이나 놀라게 만든 맛집이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지인이 같이 점심이나 먹자며 자기 단골집이라고 데려간 덕분에 처음 가본 곳인데, 처음엔 그저 동네에서 돈가스 좀 잘 한다고 소문난 맛집 정도 되나 보다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런데 1층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한 뒤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지인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3년 전인 1991년부터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돈가스 맛집이었다. 첫 번째 내가 놀란 포인트인데, 입구에서 받은 첫 인상이 새로 지은지 얼마 안 된 느낌의 새 건물인 데다가 실내 인테리어도 식당이라기보단 예쁜 카페 필이 나서 그렇게 유서 깊은 맛집일 거라곤 도저히 상상도 못했을 정도.


나를 이탈리돈으로 인도한 지인의 경우 중학생 때부터 이 집 단골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 집은 전주시 중앙동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네치아'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했었는데, 나름 미식가인 지인이 중학생 때 입맛을 못잊어 가게터를 옮긴 뒤인 지금까지 30년 넘게 단골로 드나드는 것만 봐도 확실히 맛집은 맛집이지 싶다.


전혀 예상치 못한 노포 맛집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건 이 집이 우리나라 최초로 이탈리안 돈가스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한 원조 맛집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동네 분식집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해빠진 메뉴가 이탈리안 돈가스지만, 이탈리돈이 예의 메뉴를 개발해내기 전까지는 어딜 가든 간에 돼지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판매하는 일반 돈가스 밖에는 없었다는 얘기다.


돈가스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열에 일고여덟쯤은 맛나게 먹어봤을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이 메뉴가 돈가스 조상쯤 되는 커틀렛의 나라 이탈리아도, 메이지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돈가츠의 고장 일본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음식점 수 많은 서울 부산 같은 매머드도시도 아닌 일개 지방 도시 전주에서 탄생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놀라게 한 건 그 맛이었다. 미식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맛집 찾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즐기는 여행작가로서 소문난 맛집들이란 맛집들은 제법 다녀봤지만, 이제껏 먹어본 돈가스들 중 이탈리돈 만한 맛은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첫눈에도 아주 매우 많이 바삭해 보였던 이 집 이탈리안 돈가스는 첫 조각을 잘라 입 안에 넣는 순간 ASMR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군침 유발 바삭한 소리를 내면서 지금껏 내가 먹어본 모든 튀김류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존맛'을 선사해줬는데, 그 맛이 너무 좋고 신기하단 생각에 순간 가수 양희은 버전 하이톤으로 '넌 이름이 모니?' 하는 대사가 튀어나올 뻔 했더랬다.



카페 분위기 예쁜 레스토랑에서 만난 요쿠르트가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 칼 한 칼 썰 때마다 그 안에서 듬뿍듬뿍 흘러나오는 쫀득쫀득한 치즈도 존맛에 존맛을 더해 대존맛을 선사해 줬다. 식탁 한 쪽에 놓인 가게 소개를 보니 자연 블럭치즈인가 머시기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평소 치즈를 즐겨먹진 않는 편이라 그게 뭔지는 잘 몰라도 바삭한 돈가스와 함께 먹으니 바삭함을 접착제로 살짝살짝 붙잡아놓은 듯한 쫀득한 식감이 입 안을 즐겁게 해줬다.


이밖에도 식사를 하는 중간중간 주변을 좀 두리번거려 본 결과 눈길을 끌었던 게 하나 있으니 그건 음식에 담긴 사장님의 남다른 철학이었다. 대다수 음식점들이 돈가스를 시키면 그 크기가 크든 작든 한 덩이 고기를 덜렁 내놓곤 하는 반면 이탈리돈은 '하나는 정 없다'며 모든 메뉴 구성을 두 덩이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게 그것이다.


그런 장사철학을 담은 식탁 옆 작은 안내액자 안에는 '한 덩이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수제소스를 야채와 함께 위로 올리고, 다른 한 덩이는 겸손함을 담아 아래로 넙죽 집어넣음'이라는 부연설명이 붙어 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이 집이 그 수많은 전주 맛집들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30년 이상을 버텨오며 한 분야에서 일가까지 이뤘는지 알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탈리안 돈가스 원조맛집 이탈리돈은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오후 2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전용주차장은 따로 없으나 가게 앞 50미터 지점에 지정 주차장(OK주차장)이 있어 이곳에 주차를 하고 가면 주차비 일정액을 현금으로 지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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