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시키면 수육 서비스 인심, 순천웃장 제일식당

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0. 2025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전통시장 순천웃장 하면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단어가 하나 있다. 웃장을 찾는 사람들 열에 일고여덟은 찾는다는 이곳 시장 명물 국밥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웃장 역사보다는 좀 짧지만 자그마치 60여 년이나 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 국밥거리 국밥은 다른 동네 일반 국밥과는 달리 돼지 창자가 아니라 삶은 돼지머리에서 발라낸 살코기만을 사용해 그 국물맛이 깔끔하고 뒷맛이 개운한 게 특징.

현재 20여 곳의 국밥집들이 한 골목 안에 옹기종기 모여 영업을 하고 있는데, 제일식당은 점심시간 무렵 국밥거리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 한눈에 '아, 바로 저 집이구낫!' 하고 알아볼 수 있는 인기맛집이다.

그 이유를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점심시간 무렵이면 국밥거리 골목 안에 유독 길게 웨이팅 행렬이 늘어선 집이 하나 있으니 바로 그곳이 제일식당 되시겠다. 골목 안 국밥집들 대부분이 비슷한 메뉴에 맛도 다들 평균 이상이라는데 유독 이 집만 이렇게 웨이팅이 늘어서 이채를 띤다.

더 재밌는 건 너무 장사가 잘돼 손님이 감당이 안 되자 옆가게를 인수해 간판은 그대로 둔 채 벽만 터서 운영 중인데, 그러고도 차고 넘치는 손님을 다 감당 못해 국밥거리 입구에 2호점까지 냈음에도 그곳까지도 웨이팅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

방송 플러스 SNS 플러스 입소문의 효과 때문인 듯 싶은데, 그 이유가 뭐가 됐든 제일식당에서 밥때 밥 한 끼 얻어먹으려면 웨이팅은 거의 반드시 겪ㅇ너야 하는 필수옵션쯤 된다고 생각하고 찾아가야 한다는 얘기되시겠다.

순천웃장 제일식당에서 손님들이 가장 즐겨찾는 건 이 집 시그니처메뉴인 돼지머리국밥과 순대국밥. 흔히들 돼지국밥 하면 특유의 돼지 잡내가 싫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은데, 이곳은 어떤 비법을 사용하는지는 몰라도 잡내없는 깔끔한 국물맛을 선사해 국밥 좀 먹어봤다는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잡내없는 깔끔하면서도 깊은 국물맛도 국물맛이지만 제일식당을 비롯한 순천웃장 국밥거리 국밥집들을 방문했을 때 손님들을 가장 놀라게 만드는 건 '맛보기'라는 이름 아래 제공되는 서비스 수육과 순대 접시다.

갓 끓여내 소리까지 요란하게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뚝배기 속 국밥을 조심스레 후후 불면서 한 입씩 먹고 있노라면 진주만공습하 듯 문득, 갑자기, 느닷없이 수육과 순대를 듬뿍 담은 접시 하나가 테이블 위로 쑥 들이밀어지는데, 뭘 모르는 손님들은 "저희 이거 안 시켰는데욧?"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기 일쑤.

그러다가 음식점 사장님이나 직원이 "이건 국밥 시키시면 서비스로 제공되는 겁니닷!" 하고 답하면 더더욱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곤 하는데, 그 이유인즉 9천원짜리 국밥 팔아 얼마나 남는다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보이는 수육과 순대를, 그것도 맛보기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수북이 담아 내주나 싶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서비스가 맛보기라는 이름마따나 혀끝에 살짝 스치고 지나갈 만큼 존재감이 가볍냐 하면 그건 또 그렇지가 않은 게 제일식당의 매력이다. 정식메뉴 수육과 비교해도 퀄리티가 뒤지지 않는 수육에 순대국밥에 들어가는 순대, 그 위에 맛나게 싸먹으라고 배추쌈과 마늘 등을 올려 정성껏 내주니 그것만으로도 소주 한두 병쯤은 가볍게 마실 수 있을 것같은 분위기다.

참고로 제일식당을 비롯해 현재 20여 개 국밥집들이 성업 중인 순천웃장 국밥거리에서는 매년 9월8일 국밥축제도 열린다. 특색있는 국밥거리를 활용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 아래 순천시가 주도해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열어오고 있는데, 9(구)와 8(팔)을 연음으로 발음하면 '국밥'이 연상된다는 데 착안해 이날을 국밥데이로 정하고 축제를 열기 시작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