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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도 반한 메기매운탕 맛집, 화순 이서가든

by 글짓는 사진장이


전남 화순 메기매운탕 맛집 이서가든은
허영만 백반기행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40여년 역사 노포 맛집이다.
물 맑기로 소문난 화순에서 나는
흙냄새 잡냄새 적은 메기를 주재료로
비법 양념으로 맛을 낸 메기매운탕과
메기구이가 특히 인기인
현지인 찐맛집.
ⓒ글짓는 사진장이

​전남 화순을 대표하는 여행명소 중 하나인 화순적벽 근처 맛집으로 유명한 이서가든은 만화와 영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이 백반기행 촬영을 위해 다녀간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이 지역 여행길에 찾아간 노포맛집이다.

1987년 문을 열었다는 이 집은 일단 외관부터가 노포스러운 느낌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는데, 재밌는 건 그같은 외관과는 상반되게 실내는 아주 매우 많이 깔끔한 느낌으로 잘 단장돼 있어 노포 음식점 맛은 좋아하되 청결치 못해보이는 실내분위기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

화순 이서가든의 시그니처 메뉴는 허영만 화백이 백반기행에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던 메기매운탕과 메기구이. 이 중 우리는 메기매운탕을 시켜먹었는데, 흙냄새라든가 생선 비린내 같은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 매콤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에 직접 농사 지으셨다는 시래기를 듬뿍 넣어 튼실한 메기살과 함께 씹으니 식감 또한 아주 매우 많이 좋았다.

알고 보니 이 집에서 사용하는 메기는 일차적으로 산악지형이 많은 화순지역 특성상 물이 깨끗해 흙냄새 적은 민물고기가 생산되고 있고, 이차적으로 잡은 메기를 지하수에 담가 둠으로써 남은 흙냄새를 마저 제거하며, 마지막으로 비법 고추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끓임으로써 나머지 잡내를 잡아냄과 동시에 매콤칼칼한 맛을 우려낸다고 한다. 40년 가까운 오랜 장사를 해오는 과정에서 터득한 음식 노하우가 이 한 그릇에 오롯이 담겨있는 셈.

나름 맛 좀 안다고 자부하는 허영만 화백을 다시 한 번 감탄게 만든 메기구이도 화순 이서가든을 찾는 손님들이 즐겨찾는 메뉴란다. 장어보다 살집이 두꺼워 식감도 더 풍부하다는 메기를 불판에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 이 집에서 만든 특제 고추양념장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다는데, 아쉽게도 소식가인 아내와 내 뱃골 용량으로는 메기매운탕 한 그릇씩 정도가 한계라 직접 맛을 볼 수는 없었다.

전남 화순 이서가든은 재밌는 이력을 갖고 있는 맛집이기도 하다. 이 집 사장님이 1969년부터 사진관을 운영하던 중 댐 건설로 인해 해당 지역이 수몰되면서 현재 자리로 이사를 나왔고, 이곳에서도 처음엔 사진관과 슈퍼마켓을 개업해 장사를 시작하셨기 때문.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시골 사진관이나 슈퍼마켓이라는 게 거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친화력이나 입담이 늘게 마련이고, 그런 까닭에 이 집 사장님 내외도 남다른 친화력과 입담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기분좋게 응대해줘서 단골들이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밥을 먹던 중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단체손님이 온다고 해서 시끄럽기 전에 부랴부랴 서둘러 식사를 마치려 하던 중 문제의 단체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는데, 예상과는 달리 식당이 너무 조용한 거였다. 이상해서 돌아보니 인솔자가 수화로 열심히 뭔가 설명을 하고 계셨다. 눈치를 보아하니 청각장애인 분들이 단체로 여행을 온 모양이었다.

이때 국립공원 직원 복장 같은 걸 입은 2~3명의 사람들이 뒤따라와 이것저것 청각장애인 분들을 챙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앞뒤 상황을 살펴보니 인근 여행지 화순적벽을 여행할 때 안내를 도왔던 그곳 직원들이 식당까지 따라와서 도움을 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제복 환타지 같은 건 없지만 이 순간만큼은 제복이 참 멋져보여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는 건 안 비밀이다. 전남 화순이란 동네가 참 인심이 좋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건 일종의 덤.

전남 화순 메기매운탕 맛집 이서가든은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화요일은 정기휴무다. 주차장은 식당 바로 앞에 10여대쯤 주차 가능한 공간이 있으며, 주차장이 꽉 찼더라도 주변이 한적한 시골길이라 적당히 눈치껏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하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건 방문 예정 시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는 거다. 내 경우 인근 화순고인돌 가을꽃축제 구경 갔던 길에 아무 생각없이 찾아갔다가 하마터면 자리가 없어서 밥을 못 먹을뻔 했을 정도로 찾는 손님이 많고, 바로 옆에 화순적벽이라는 유명관광지도 위치해 있다 보니 단체손님도 종종 찾아들기 때문.

화순 이서가든 방문 계획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화순 제1경 화순적벽도 함께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화순적벽은 1519년 기묘사화로 유배를 왔던 신재 최산두가 중국 적벽에 못지 않다며 그같은 이름을 붙인 곳으로,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개인 승용차로는 들어갈 수 없고, 전용버스 투어를 통해서만 둘러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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