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통령 다녀간 능이버섯전골 맛집, 금산 청림골

by 글짓는 사진장이


가을단풍 여행명소 대둔산 맛집,
혹은 천년은행나무 여행명소 보석사 맛집으로 알려진
충남 금산 청림골차마실은
노무현 대통령이 다녀가신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38년 역사 노포 맛집이다.
보약처럼 진한 국물이 일품인
능이버섯전골이 특히 맛있는데,
끓이면 끓일수록 더 맛있어져서
나중엔 국물만 쪽쪽 빨아먹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음식.
ⓒ글짓는 사진장이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 자리잡고 있는 38년 노포 청림골차마실은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대둔산 단풍여행 겸 천년은행나무가 있는 보석사 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 근처 맛집을 찾다가 '대통령이 다녀간 집'이라는 소개문구가 눈길을 확 사로잡아 관심을 갖게 된 맛집이다. 예전보단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대통령쯤 되는 분이 아무 음식점이나 막 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알고 보니 이곳은 지난 2008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겸해 식사를 한 곳이라고 하는데, 그의 소탈하고 서민적인 취향을 감안하면 나와도 입맛 결이 잘 맞을 것 같아 한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나 역시 양주보다는 소주나 막걸리를, 스테이크보다는 찌개나 국밥 류를 더 좋아하는 서민 오브 서민적인 입맛 취향을 갖고 있으니까.​

비록 나중에 능이버섯 장사꾼 혹은 관계자쯤 되는 사람들이 뇌피셜로 꾸며낸 낭설이라 밝혀지긴 했으되 '일(一)능이, 이(二) 표고, 삼(三) 송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을 만큼 나름 송이버섯과 비견되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능이버섯을 활용한 맛집이라는 사실도 그같은 내 결정에 일조를 했다.​

인터넷에서 이곳 충남 금산 청림골차마실을 검색하면 상호명 바로 아래 '향긋한 능이버섯전골의 진한 풍미'라는 부가설명이 붙어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집 시그니처 메뉴는 능이버섯전골. 손님에 따라서는 더덕구이정식이나 청국장정식이 더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이날 내 방문목적이나 방향성 모두 능이 쪽이었던 만큼 시그니처 메뉴는 분명히, 확실히 능이버섯전골이라 콕 찍어 말하고 싶다. 청림골 사장님이 굳이 아니라고 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서도.​

한 가지 재밌었던 건 문제의 능이버섯전골이 갓 상에 올라 가스렌지 위에서 끓기 시작했을 땐 뭔가 2프로쯤 부족한 느낌이가 들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맛이었지만, 끓이면 끓일수록 진한 국물이 우러나 '존맛탱'으로 변신하더라는 거다. 덕분에 처음엔 버섯향 나는 좀 싱거운 찌개 느낌이었다가 나중엔 진하게 우려낸 보약을 먹는 듯 보약보약한 느낌이 들면서 한 사발 드링킹할 때마다 몸 속 어디선가 건강한 기운이 샘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는 건 절대, 네버 안 비밀이다.

그래서 능이버섯과 국물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그래서 먹다 보니 탄수화물 좋아하는 내 식성에도 불구하고 밥을 반 너머 남긴 채 능이버섯으로 배를 채우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더랬다. 한 마디로 건강은 물론 기분이까지 좋아지는 오 마이 굿뉴스다.

충남 금산 맛집 청림골차마실은 시그니처 메뉴인 능이버섯전골은 물론 사장님 손맛이 좋은 덕분에 직접 담으셨다는 초록무총각김치 등 밑반찬들이 두루두루 다 맛있는 맛집이기도 했지만, 개성 넘치고 감성적인 실내 인테리어로 구석구석을 예쁘게 장식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분위기 맛집이기도 했다.​

특히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천 장쯤 돼보이는 오래된 LP판들을 배경으로 노란색 폭스바겐 한 대가 턱하니 서있는 모습이 시선을 강탈하고, 다른쪽 벽면엔 통나무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벽난로가 '갬성'을 자극하는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실내 곳곳에 포진해 있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날 좋은 날은 따사로운 햇빛과 시원하게 툭 터진 바깥 뷰를 즐기며 창밖 넓은 발코니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건물 구조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포인트. 내가 방문한 날은 마침 단풍이 예쁠 때라 가깝고 먼 산과 들에 빨갛고 노란 단풍들이 곱게 물들어 밥을 먹는 내내 여행 기분을 한층 복돋워주기도 했더랬다.

충남 금산 맛집 청림골차마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을 한다.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나 혹시 모르니까 방문 전 전화를 통해 영업시간 확인 겸 예약을 하는 걸 추천한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단체손님 예약이 걸려 자리 세팅을 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도 했었는데, 가을 단풍 여행명소로 유명한 가까운 대둔산 혹은 천년은행나무가 있는 보석사 여행길에 단체로 오는 손님들이 꽤 있는 듯했다.

주차장은 꽤 넓은 편이며, 주차장이 꽉 찼더라도 주변 도로가 한가해 큰 어려움 없이 주차할 수 있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소원 한 가지는 꼭 들어준다는 소원돌할배라는 영험한 기도처도 있는데, 소원을 빈 뒤 약 10킬로그램쯤 나가는 소원돌이 안 들어올려지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니 한번 도전해봐도 좋을 거다. 믿거나 말거나.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23화식객 허영만도 반한 메기매운탕 맛집, 화순 이서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