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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소리 Dec 29. 2023

해뜨기 전 여명이 가장 어둡다.

시련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오늘... page12

인연 따라온 시련을 끌어안았다.


처음 얼마간은 정신없이 추락했고

그다음 얼마동안은 끊임없이 좌절했고

그 감정에 흔들리며 마음이 방황했고

어쩔 수 없다는 포기 이후에

나는 다시 고요해졌다.


자신과의 고요를 만나고

근처 사찰을 찾았다.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혼자서의 걸음이었다.


소나무 숲 향기 물씬한 그곳에서

한걸음 한걸음 내 발걸음에 집중해

법당에 들어섰다.



다니던 사찰의 풍경_The 소리


아무런 기도 없이

부처님 전에 절을 하고 내려오기

일주일 가량 하던 어떤 날에

그날은

절을 마치고 법당 한편에서

풍경소리와 열린 문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사찰 행사가 있는 날이었는지

법당 밖에서 찬불가가 들려왔다.

나는 그저 무심히 들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어느 순간 두 볼에 눈물이 흐르더니

어디에서도 꺼내어 본 적 없는

심연의 울음이 터지며

주체하기 힘든 숨죽인

오열이 시작되었다.


나는 나를 통제하지 않았다.

이 또한 기존의 나라면 할 수 없는

틀에서 벗어난 행동이었다.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오열의 의미가 무엇이든

그런 나를 그대로 두고

한참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

 

울음이 그치고 고개를 들어 멍하니

시간가량을 더 앉아 있다가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미륵상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마음에 떠오르는 기도를 했다.



'모든 인연이 정리되게 해 주세요..
지금껏 살아오며 힘들었던 인연..
더 이상 함께 가지 못할 인연..
하나도 빠짐없이

온전히 떠나가게 해 주세요.
이 마음의 허망한 욕심에서 벗어나
주어진 지금을 감사로 살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사랑하는 아이들의 어미로 살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시고

지혜광명으로 이르게 하소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연이 정리되고도

혹시라도 남아 있는 인연이 있다면

제 마음과 눈을 밝히시어

그 인연을 알아보게 해 주세요.

집착 없이 사랑하고

인연만큼 끌어안겠습니다.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너져 쓰러져 좌절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인연을 짓고

끊임없이 성공에 집착하며

잘살기만을 바라는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텐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구하라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나를 구하고자 법문을 들으며

인연이 닿은 스님의 말씀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에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삶 앞에

무지했고

오만했으며

때때로 경솔했고

많은 것에 집착하느라

소중한 것을 바로보지 못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수많은 상처가 난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고

사람이 하는 일에

안 되는 것은 없다며

성공에 집착하느라

실패를 경시했고

미래에 포커스를 맞추어

현실의 여유를 용납지 않으며

삶을 누리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오류에도

나는 끊임없이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그쳤고

그 부족한 나로

마음을 꽁꽁 싸맨 채

유연한 척.. 호탕한 척..

괜찮은 척...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참 무지게도

열심히 삶을 살아왔다.

아끼지 않고 노력했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순간들에 충실했으며

부족한 스스로를 꾸준히 일으켰으며

부모의 책임을 다하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기존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고착되어 있던 나를 버리고

정의 내릴 수 없는 본연의

나를 만나게 되었다.

 

스님의 법문을 통해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여기라는

현실을 사는 법과

부족한 채로

완전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나는 비로소 고요해졌다.


고요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야 할까..

이제 나는

삶의 경의로움 앞에

엎드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삶이 주는 가르침과

스님의 법문을 통한

부처님의 지혜의 말씀으로

내가 찾은 해답은

감사.. 였다.


삶의 모든 것에 대한 감사..

좋고 나쁜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 견성으로

나와 너의 경계를 두지 않는

감사함으로

지금의 이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시간인지를

매일 일깨우며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오히려 모든 걸 내려놓은 후

자유함을 느끼고

구족 됨이 없어지는 듯하다.


집착 없이 다시 꿈을 적어본다_The 소리필사



내가 활동적이고 소위

잘 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때는 그런 사회적 성공만

나의 인생에 구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집착적인 마음이 강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로 삼았기에

숙제를 마치지 않으면

패배한 감정으로 있을 수 없어

끊임없이 달리느라

삶을 있는 그대로 누리는

이 광활한 행복감을

깨닫지 못했다.



이렇게 나이 지천명을 마주하며
지난 나의 삶을 정돈해 보는
이유는

나만의 삶의 소명을
향해 나아가기 위함이다.

'천명을 알고 나아갈 때'인
나이 50.

나에게도 그 시간이 왔다.

내가 살아가야 했던 이유는
두 아이들이었다.

나의 소명은 그 두 생명이
나를 통해 세상에 왔기에
그들을 잘 지켜
세상에 나아가게
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해 내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온 이유라 생각했기에
천명으로 삼았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도
기꺼이 내딛어 걸어왔다.

혼자 걷는 길 위에서
부족함도 많았겠지만
충만하게 행복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것을 향해
걸어왔다.

이제 그 주어진 과제는
두 아이들의 성장으로
꽃을 피웠고
이렇게 과거를 되짚어
정돈하는 시간을 통해
지금껏 살아온
지난 시간들의 의미를
정립하여
비로소 나의 삶을
사랑하는 내가 되어
보다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운명이란
길흉의 질곡을 뚫고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천명)을 향해
운전해 가는것이다.

라는 강기진 역학자의
책 속 정의처럼 말이다.

인간의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상처를 상처로 두지 말고
과거의 삶을 되짚어 정리하여
미래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되짚어
나만의 소명을 찾아내고
진정 나의 삶을 사랑하며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굴곡진 인생사에
단단한 믿을 구석이 될 것이다.

그러니
여명의 시간이든
시련 중에 외롭고 고독한
시간 안에 있다고
우울해 하기보다는
삶을 한번 되짚어 보라.

그리고 찾아낸
내 삶의 소명이 있다면
그것을 향해 가라.

위대한 삶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함께 있듯이
아주 작은 천명이라도 찾아내
그것을 알고 가는 사람이야말로
삶 앞에 겸허할 줄 아는
진정 위대한 사람이다.


내가 아픈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삶 앞에 더욱 오만했을 것이고

세상을 보는 시각은

한없이 편향적이었을 테니

지금만큼의 열린 시각으로

풍요로운 삶의 존엄을

경험치 못했으리라.



그 이후 나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많은 걸 잃었고

전처럼 화려한 인간관계는 없어졌지만

그로 인해 소중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


오히려 더욱 나다운 일을 찾냈고

이것들은 모두 내 안에서 나오는

나의 콘텐츠이기에

무엇과의 타협도 필요치 않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심오한 설렘을 만나게 해 주 있다.


사랑하는 나의 두 자녀는

인성 바른 성인이 되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으며

성실하고 조용하게

스스로를 꽃피우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모든 걸 포기한 순간이 있었기에

이렇게 가벼운 나를 만날 수 있었고

나로서 할 수 있는

변치 않는 상수의 아이템으로

현재의 창조자로 살아가는

행복을 누린다.


그렇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있다.

나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내가 나를 어디에 둘 지를 선택할

그 의지와 행동력만 있다면

삶은 언제나 우리 편이다.


해가 뜨기 바로 전을 '여명'이라 부른다.

밤새 어두운 시간이었지만

바로 앞에 해를

이 여명의 시간이 가장 어둡다.


여명이 가장 어둡다_The 소리


성공도 이와 같이

수많은 웅덩이를

지나고 지나도..

그 마지막 웅덩이가

가장 깊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여명의 시간

깊은 좌절의 웅덩이를 지나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려면

그 어둠에 익숙해지면 된다.


그 인연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그것을 꼭 끌어안아라.

거부하거나.. 도망치지 말아라.

오히려 꼭 어 안아

그것과 잘 지내다 보면

인연이 다한 어떤 날에

그것이 떠나간다.


그것이 무엇이 되

아픔이든.. 슬픔이든..

행복이든.. 사랑이든..

어둠이든.. 안개든..

인연만큼 나에게 머물고

떠나간다.


그리고 나면

태양이 찬란히 떠오른다.



찬란히 떠오른 태양_The 소리


나는 찬란한 태양을 맞고

누릴 생각이다.

그것도 집착 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말이다.


전과 다른 점은

또 다른 성공을 향해 나아가지만

집착 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인

지금의 이 삶의 자세를 일깨워준

나의 아픈 시간들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그 시간을 꿋꿋이 지나온 나에게는

따뜻한 찬사를 보내며

나의 40대 회고록을 마친다.


오로시 나를 위한 글이었기에

이제부터는 경계 없이 성장하는

행복한 글쟁이가 되겠다.

2023년 나의 숙제는 이렇게 완료되었다.


10년 후 50대 회고록은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담아

즐거운 이야기를 가지고 기록하리라.


혹시 아는가?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가 진짜

나의 책 제목이 될 수 있을지도.


인생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흥미롭고 경이롭다.


이런 삶에게 감사하며

진심으로 찬탄하는 바이다.



필자 블로그_sori79.com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

(어떤글을 쓰고 있는지 보러가기)

https://sori7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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