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어려운 사랑
이 만큼 살고 보니 내가 꿈꾸었던
동화와 같은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처음에 뜨거웠던 마음은 변하고
그 변화는 모든 걸 식히며
상대에게 잠시 맞춰졌던 포커스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며
다툼이 일어나면
그 관계는 분열되고
이성으로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냉정해진다.
정해진 수순처럼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며
연애의 달콤함이 사라질 즈음
헤어질 이유에 몰두하기도 한다.
인연으로 시작된 연애가
사랑으로 발전되어 운명이 되려면
도대체 어떤 상대를 만나야 하는 것인지
왜 나에게는 그런 상대가 없는 것인지...
꺼내어 보려던 내 안의 사랑은
언제나 꽁꽁 싸매어진 채로
세상구경을 못하고 있는 것인가?
사랑 그게 뭔데..
더럽게 어렵다.
아무나 하고 할 수도 없어서
쉬이 꺼내어 지지도 않는 데다
만난다 해도 서로를 알아볼 수나 있는 건지
서로 동시에 타들어 가도록 뜨거울 수 없다면
사랑을 한다고 한들
연탄재가 되기는 어렵다.
나는
연탄재가 되고 싶다.
내 안에 사랑을
뜨겁게 전부 태워서
사는 동안 연탄재처럼
하얗게 재로 남기고 싶다.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한 번은 뜨겁고 싶다.
아낌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
왜 사랑할 때에
찬탄만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왜 밀고 당기며 재미가 있어야만
오래 유지가 된다는 유치한 말들로
사랑을 모욕하는 것인가?
소중하지 않은가?...
사실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해서
지켜주고 싶지 않은가... 말이다.
내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고
부족한 채로도 너무나 소중해서
참아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어려울수록 함께가 되고
아프면 돌봐주고
슬프면 안아주고
원 없이 표현하고 살아도
우리네 삶은 유한하다.
가을 햇살이
가을 곡물들을 말리 울 때
농사꾼의 아내는
그 햇살이 아까워서
눈물이 난다고 하던데...
그저.. 가을 햇살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느끼는 이유란다.
햇살처럼 아까운
나의 사람에게
원 없이 따스한 마음으로
최고의 표현들을 어찌 더 해주어야 할지를
고민하며 살 수 있어야
유한한 그 사랑의 시간이
한시라도 덜 아까울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