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겁쟁이
미국행 종료
결국 최종적으로 나는 미국행을 포기했다.
귀국 후 4개월 가까이의 시간 동안의 싸움을 진짜로 종료해야만 했다.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한 이유는 여전히 변함 없지만 이대로 계속 준비한다면 그 3개월의 준비기간 동안에도 나의 마음은 계속 편하지 않을 것 같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미국의 상황에 매일매일을 전전긍긍하며 보내야 할 것만 같다. 그렇게까지 준비하다 취소하게 된다면 지금보다야 미련은 없겠지만 그만큼의 가치 있는 시간일까? 하는 나의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하게 된, 나의 진짜 마지막 선택.
이제는 잠시 뇌 좀 가만히 놔두자
미국행까지 취소가 된 이후 난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지쳤다.
지금의 난 그저 쉬고 싶다.
고작 4개월의 시간 동안이었지만 주인 잘못 만나 하루도 쉬지 못하고 굴러다녀 쭈글쭈글해져 버린 내 뇌를 잠시라도 쉬게 해주고 싶다.
그렇다. 난 한국으로 갑자기 돌아온 후 참 혼란스러웠다. 그냥 계속 현실 부정만 하고 싶었다. 분명 내 몸뚱이는 한국에 있는데 내 정신은 한국에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 이걸 도피라고 부른다면 도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저 못다 한 해외를 다시 가고 싶었다. 내 정신처럼 내 몸뚱이도 한국이 아닌 해외에 있어야 무언가 다 편안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리며 예전의 내 일상을, 내 계획을 바로 잡고만 싶었다. 내 합리화가 가능한 범위 내의 공간으로 돌려놓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고 또 부렸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에 대한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거기에 생각까지 많은 나이기에, 나에게 있어 ‘선택’이라는 것은 늘 참 어려운 과제였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나아가자고 다짐했으면서도 결국엔 그러지 못했던 건 어쩌면 나는 사실 누구보다 겁쟁이였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는 사실 그렇게 되고 싶어 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오히려 내가 바라는 삶의 방향이 나와 맞지 않을까 봐, 그게 내 인생에 답이 되지 못할까 봐, 그게 겁이 나서 억지로 답으로 만들려고 발버둥 쳤는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느껴지는 이 사실.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펼쳐진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물론 결과가 없다고 무의미하진 않다. 모든 것엔 다 의미가 있다고 믿는 나이기에 내가 몇 달간 쉴 새 없이 굴려온 이 머리와 이 생각이 이후 헛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깐.
하지만 잠시만, 잠시만 그냥 놔두고 싶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또 달려 나갈 나의 불쌍한 뇌를 위해 그 에너지를 조금은 아껴두고 싶다. 그래야 내가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 같아서. 이 방황이 끝날 때쯤엔 이 순간도 그리울 테니깐.
이제는 삶이 나를 이끄는 대로
어쩌면 귀국 전의 나의 계획들, 귀국 후의 나의 계획들, 이 모든 계획들은 다 나의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갑자기 귀국하게 된 것도, 지금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삶이 나를 이끄는 대로 살아보고 싶어
여태껏 나는 내 생각을 담은 어떤 ‘목표’라는 것을 딱 정해두고 그 목표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늘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러다가 어떤 것이 인연이 된다면 자연스레 그 걸 더 해보기도 하고, 그러는 과정 중에 목표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정말 손가락 빨고 살아야 되는 순간이 오면 그땐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