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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l 21. 2020

미국 코로나 19와 마주하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구나




미국 코로나 상황 악화


미국행을 결심한  나는 본격적인 비자 준비에 들어.


하지만  비자 준비를 시작할 무렵 이제는 미국에서 코로나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분명 미국행을 결심했던 어제만 해도 괜찮았는데 하루하루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해당 에이전시와 회사에서는 그다지 문제없다는 반응이지만 급변하는 상황이 조금씩 걱정된다.

 

하루 종일 미국 이민 카페에 올라오는 실시간 글을 뚫어져라 보고 자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는 연일 한국뿐만 아닌 미국의 심각한 상황들이 연이어 방송되고 있다. 언론을 100% 믿지 않는 나이지만  공간에 갇혀버리자 나도 모르게 조금씩 신경이 곤두.

  

본래 여행을 하더라도, 위험하다는 곳을 가더라도 나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였고 이런 전염병에도 일단 지켜야 하는  제대로 따른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으며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나이기에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거늘. 사실 입사 예정일자  3개월 이후이기에 그때쯤이면  코로나가 잠잠해지지는 않을까? 그럼 그때쯤이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부정적인 것이 부정적인 것을 낳는다고 계속해서 부정적인 기사와 언론 보도들을 접하자  머릿속에도 부정적인 생각들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코로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게 되고 친오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나에게 세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기사 링크를 보내온다.

 

차라리 모르는  약이라고 했던가. 깊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또한 불안감이 더해져만 간다. 미국 비자 인터뷰 연기 등의 본격적인 액션이 취해지기 시작하자 3개월 후에도 과연 괜찮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고작 며칠을 하루 종일 꼬박 이 짓을 하고 나자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다. 가족들은 당연히 반대하는 입장이고 그냥 난 또 런던과 캐나다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때의 나로 돌아와 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결국엔 캐나다를 포기하고 런던을 선택했던 나의 현재 상황과 생각은 어떠한가. 내가 만약 그때 캐나다를 선택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어느 쪽을 선택하였든 결과는 비슷했다. 내가 런던을 선택했지만 결국 런던행이 취소되었고, 내가 만약 캐나다를 선택하였더라도 지금쯤이면 그 캐나다행 또한 무한 연기가 되었을 것이다.


결론은 결과가 어떻든 이때까지 늘 그래 왔듯이 "내가 덜 후회할 것 같은 쪽으로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복잡했던 내 머릿속은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캐나다처럼 내가  서두르는 건가, 내가  급하게 먹는  아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때와 달랐던 점은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욕심이 난다는 이다.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이곳이 다음번에는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냥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자.

3개월 뒤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더 악화된 상황이라면 입사일자를 연기하든 정 안되면 그때 가서 취소를 하더라도 일단 지금은 밀어붙이자.

 

지금 이 시점에서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으니깐.

덜 후회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내 삶의 작은 목표니깐.



조급한 마음이 만들어 낸 결과


미국행에 대한 확정 연락을 보내고  다음날 미국의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졌다. 뉴욕과 LA에서는 셧다운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 코로나 감염자 수는 어마어마한 숫자로 급격히 늘어.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미 마음을 힌 후라 부모님께 또다시 미국 옵션을 꺼내 들었다. 역시나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가 뒤따라왔지만 원래 부모님 말씀  듣는 착한 딸은 아니기에 부모님의 반대가  생각을 접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순간 내 가슴속으로 날아와 박혀버린 아버지의 한마디.


네가 지금 마음이 급하구나.
무언가에 쫓기고 있구나.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사실 서둘렀던 건 맞는 말이다.


해외에 대한 도전은 항상 가슴에 품고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나는 늘 무언가에 쫓겨 하루도 가만히 쉬질 못했다. 무언가 경제적으로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무엇이든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사로잡혀, 정말 무엇이든 하려고 발버둥 쳤다.

 

거기에 국가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지원이  34세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조급해져만 갔다. 그렇게  계획이었던 런던이 취소되고 나자 다른 계획이라도 빨리 만들어 끼워 맞춰야만   같았다.


나에게 한국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은 그랬다.

어쩌면  자체도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공간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춰 넣어야만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줄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나도  한국이라는 공간에 30 넘게 살아오며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버린 것들 때문에 "나만 당당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여태껏 해왔던 나의 선택들과  선택으로 인한 나의 삶의 모습이 나라는 사람에게만큼은  낫다고 울부짖으면서도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지닌 사람을 만났을  현재의 내가 위축되어버리는   아마도 아직까지는 나에게 배어있는  한국인 마인드를 완전히 버리지 해서일까.


그래서 서두르게 되었고 그렇게 서두르다 보니  마음의 여유는 없어져 버렸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도전이라는 말을 빙자하여 어떻게든 어디로든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걸려든  미국이라는 옵션은 그러한 나의 조급한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일까.


2년 전 시간에 쫓기는 것이 싫어 내 삶의 진정한 여유를 찾고 싶어 내렸던 나의 결정과 그 결정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난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환경이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컸고 그것을 컨트롤하며  소신을 지켜나가려 하면서도  안에  마음의 여유까지 컨트롤할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닌 건가.

 

 장점을 부각하고 싶어 행하던 행동들인데 어쩌면 한편으로는  단점을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 그것을 보완하는 노력보다는  장점으로 그걸 “감추려고하고 있었던  아니었을까.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알고도 혹시나 내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이 선택을 했으면서도,

아버지의  한마디에 나는  약간의 흔들림을 느낀다.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인 말.

그걸 알면서도 진행했던 나의 선택.


그것에 대해 진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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