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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l 09. 2020

여행한다고 답이 나올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일 뿐




여행을 하기 전, 여행을 할 때, 여행을 하다가 돌아온 지금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여행하면 답이 나와?
그래서 여행하고 답은 찾았어?


사실 이렇게나 아이러니한 질문이 또 있을까.

애초에 인생에는 ‘정답이라는  자체가 없는데 여행한다고 어떻게  답이란  뚝딱 튀어나오며 어떻게 그걸 쉽게 찾을  있단 말인가.


여행을 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원래부터 없는 답을 찾으려고 하니 쉽게  찾는 것이 아닐까.

그것부터가 모순이니깐.


인생에 답은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내가 '선택'한 것이 '내 인생에서만큼은' '나만의 정답'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뿐인데 말이다.


나는 어떠한 답을 찾아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난 내 인생에 있어, 나의 두 가지 물음에 있어 '정답'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해 보다 다양한 옵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고

그 수많은 옵션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우선순위가 되는 옵션부터 실천에 옮길 마음의 힘을 얻기 위했을 뿐이었다.


내가 ‘선택’한 우선순위의 옵션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차순 위의 옵션을, 그것도 아니라면 또 그 차순 위의 옵션을 차례대로 도전해보고 계속되는 도전에도 지치지 않고 주저앉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얻는 것이 내가 생각한 나의 여행의 ‘결실’이었다.


그 실천에 옮기는 무언가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답'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가 내 인생에서만큼은 답으로 만들어나갈 나의 선택 중 하나일 뿐이니깐.


런던 옵션을 부모님께 공개하자 부모님은 어김없이 또 이 단골 질문을 나에게 던지신다.


도대체 왜 또 해외로 나간다는 거니?

해외로 나간다고 답이 나오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여행을 했지만 답이 나왔니?

네가 지금 다시 해외로 나가는 것은 그냥 현실도피일 뿐이야.


또다시 반복되는 이 대화에 나는 진절머리가 난다.


어쩌면 나에게 물을 수 있는 조금은 더 정확한 질문은

"여행하면 ‘답’이 나오니?"가 아닌
"여행하면 네 생각이 좀 더 정리가 되겠니? 그럼 그중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겠니?"가 아닐까.
“여행하고 ‘답’은 찾았니?”가 아닌 “여행하고 뭘 선택하게 되었니?” 가 아닐까.


인생은 정답이 없는 그저 나만의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질 뿐이고 내가 무슨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내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 하지만 내가 택한 그 선택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내가 택하지 않은 선택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난 그저 내가 덜 후회하는 쪽으로 선택할 뿐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나의 인생을 더 즐기며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만약 나의 이번 선택이 설령 남들의 눈에는 현실도피라고 보일지라도  ‘도피라는 것이 훗날의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잠시 동안의 도피와 방황을  해보는 것도 어쩌면 필요한 것 아닐까.


솔직히 말해 런던 옵션을 선택한 나는 한마디로   ‘방황하러 가는 것이다. 하지만  방황이 지금의 나에겐 조금  필요하다고 판단되기에 선택 나의  번째 여정이다.  방황의 시간 속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옵션  조금이라도  빨리 우선순위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다.


한국에 계속 있다면 끝나지 않을 이 고민을 잠시 동안의 방황의 시간을 더 투자하여 빨리 끝내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려나가는 이 삶이 결국엔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부모님의 반대에도 나의  번째 여정을 위한 짐을 하나둘 싸기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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