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moong Jul 06. 2020

‘나의 것’이라면 돌고 돌아서라도

급하게 먹진 말자




그래, 지금은 런던이야


영국 런던 그리고 캐나다 밴쿠버.

누구에겐 그리 거창하지 않은 옵션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어느 하나 버리기 아까운 옵션이다.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  오랜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잖아. 급하게 먹지 말자.
만약 정말 나의 것이라면 돌고 돌아서라도 나에게 오지 않을까?


삼십여 년을 살아오며 만나 온 사람들, 겪어왔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무엇이든 내 욕심이 지나쳐 서둘러 선택한 것들은 결국엔 그 좋음이 오래가지 못했고, 사람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아무리 노력하고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상황 상 어쩔 수 없이 놓쳤던 것일지라도 세월에 돌고 돌아 결국엔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기회가 생기기도 하였다.


그래서 결국 난 오랜 고민 끝에 ‘런던’을 택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더 끌리는 것은 런던에서의 생활이었다. 흐지부지 끝나버린 나의 여행과 두 가지 물음을 풀어가는 과정을 다시 한번 제대로 겪고 싶었고 이번엔 제대로 된 끝맺음을 하고 싶었다.


이와 반대로 밴쿠버에서의 생활은 그저 놓치기 아쉬워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은 나의 것이 아님에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가 아까워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난 다시 한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나의 삶을 찬찬히 되돌아볼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귀국 후 난 또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조급해하며 불안해하며 살고 있었다. 1년간의 여행을 추억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그렇게 난 또 한국이라는 곳의 현실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이런 나에게 지금 당장은 귀국 전처럼 나의 길을 나의 페이스대로 이끌어 나갈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곳은 바로 ‘런던’이다.



런던에서는 뭘 해보지?


나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오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재밌었던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았다.

페루 리마에서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던 스페인어는 참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 당시 나의 관심은 온통 스페인어에 향해 있었고 높은 관심과 열정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스페인어 공부만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하게 꼭 해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그냥 내가 좋아서 내가 재미있어서 했다. 그 날 익힌 표현을 현지인 친구들에게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으니 더 흥미로웠고 이후에도 늘 스페인어 독학은 꾸준히 할 만큼 스페인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난 단 한 장의 스페인어 교재도, 단 하나의 스페인어 단어도, 단 하루도 스페인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주변에서 들리지 않는 스페인어가 그때만큼 흥미롭지 않다.


물론 원래 스페인어에 대한 나의 열정과 의지가 매우 강했다면 해외이든 한국이든 어디든 나는 정말 열심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내 앞에 펼쳐진 ‘스페인어권 국가’라는 환경이 나에게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과 이를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켰으니깐.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은 ‘주변 환경’이 참 중요한 사람이구나.

나는 외국어를 배우려면 돈이 더 들더라도 해외로 나가는 것이 맞겠구나.

물론 한국에서도 본인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배울 수야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더 나은 환경에 놓였을 때 받게 되는 자극과 그로 인해 뿜어내는 에너지의 양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구나.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면 어학연수든 유학이든 그러한 환경에 놓이는 것 자체가 인생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겠구나.


그래서 런던에서 최대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인 6개월 동안 무조건 영어 하나는 제대로 하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도 있고 주변 환경도 주어졌으니 완벽하다.

그리고 여태껏 못해온 여행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보며 여행  적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정리하며 나의 소중한 시간을 정리해 볼 계획이다.


그러한 과정들 속에서라면 나의  가지 물음에 대한 나만의 선택을 후회 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 08화 해외에서는 뭐 해 먹고살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