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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n 30. 2020

방황의 끝을 위한 또 한 번의 선택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이제야 숨 쉬는 것 같아


방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아침 예전 한국에서 신던 운동화를 신고 바깥을 나왔다.

몇 발자국 걷기 시작하자 발가락이 조금씩 쪼여온다. 무언가 답답하고 불편함이 가득한 느낌이다.

결국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여행 때 신고 다녔던 다 낡아빠진 허름한 운동화를 꺼내 신어 본다.



이제야 내 발가락이 숨 쉬는 것 같다.

이제야 내 자리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작은 키 때문에 편안함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디자인, 굽에 신경을 썼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그 날의 내가 이제는 조금 변한 것일까.


해외에 있을 때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현재 어떠한 모습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느끼는 ‘진짜 나의 모습’이 중요했다. 그리고 여기서 ‘남’들은 보여지는 나의 모습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도, 간섭을 하지도, 남과 비교를 하지도 않았다.


렇기 나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나를 리드할  있었다.

렇기 그러한 방향대로 가고 있던 나는 백수일지라도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 난 ‘아직까지는’ 이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해외가 더 땡기는 거구나.


사실 내가 나를 가장  알기에 내가 결국엔 어떤 선택을 할지 나는 알고 있었다. 단지 다시 해외로 나가는 진짜 이유와  의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다시 생각하고  생각했을 뿐이.

지금 해외를 다시 나가지 않는다면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든 여전히 계속 미련이 남을 것 같다. 그 미련은 계속된 방황으로 이어질 것만 같다.


그래서  방황의 끈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해외부터 다시 도전해서 가는  맞다는 판단이 든다.  곳에 있으면 방황의 시간만 길어질 뿐이라는 확신이 든다. 어차피 지금은 한국에서는 무엇을 하더라도 나의  마음가짐으로는 뭐가 되었든 제대로 하지 못할  같다.  상태로 내가 한국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조금만 힘들어져도 분명 또다시 해외를 찾게  것은  보듯 뻔하다.


이 방황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난 잠시라도, 단 한 달이라도 나의 못다 한 여정의 끝맺음을 제대로 하고 오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조금 더 해외를 경험하며 나의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나만의 옵션과 우선순위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필요하다.



여행 후 달라진 점


이렇게 여행 전과 소름 돋게 똑같은 상황 속에서 여전히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나였지만 여행 후 달라진 점들은 분명히 있었다.


하나. 앞서 얘기했듯이 ‘나’의 모습과 삶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는 점.
귀국 후 또다시 예전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였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점.


남의 시선을 의식한 굽 높은 신발이 아닌 내 발이 편한 신발을 신더라도, 남의 눈에 비추어질 내 얼굴을 화장을 통해 드러내기보다는 쌩얼의 본연의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더라도 난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둘. 아무리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똑같더라도 내 안에는 나만의 값진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
그 추억 속에서 난 분명히 한걸음 더 성장했다는 점.


‘추억이 밥 먹여주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이 직접적으로 ‘돈’이라는 것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그 돈이라는 것을 벌기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니깐. 모든 일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 추억거리와 그 속에서 조금은 더 성숙한 나 자신이 분명 훗날의 내 인생에서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니깐.  


셋. 나 자신에 대해 보다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점.


흔히들 ‘여행’을 표현할 때 ‘나 자신을 찾아가는’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많이 붙이곤 한다. 그런데 그 수식어가 참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매일이 특별할 것 없이 늘 똑같은 일상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되니깐.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상황들과 여태껏 만나온 사람들과는 또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고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에 대해 새롭게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할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니깐.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또 귀국 초반의 모습과는 달라져 있는 부분도 있다.


귀국 초반 오랜만에 접하는 한국 물가는 나에겐 너무나도 비싸게 느껴졌기에 한 잔에 5~6천 원 하는 아메리카노를 쉽게 마실 수가 없었고, 한 조각에 6~7천 원 하는 조각 케이크를 쉽게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또 그 가격표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발견하게 된다.


한동안 늘 걸어 다니던 습관 때문에 귀국 초반에는 차보다는 늘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또 가까운 거리도 차를 몰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기본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시절에는 3~4시간 거리의 이동이 참 별 것 아니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또 고작 3~4시간 이동에도 엉덩이에 좀이 쑤셔 지루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적응력이 무서워서라도,

또다시  한국사회에 적응하여 의미 없이 굴러가는 쳇바퀴에서 올라타 내려오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라도,

난 일단 지금은 잠시만 또 한 번 한국을 떠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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