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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n 28. 2020

여행 전과 후, 소름 돋게 똑같자나

한국? 해외? 뭐 해 먹고살지?



여행 전 그리고 여행 후


귀국 후 한 달이 다 되어갈 때까지도 나의 방황은 계속되었다.

여행 전과 후,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소름 돋게도 똑같았다.


뭐 해 먹고살지?


여행 전 나에게는 크게 두 가지 물음이 주어졌다.

 

하나는 여행이 끝난 후 어디에서 살 것인가. 

크게는 해외이냐 한국이냐, 작게는 해외라면 어느 국가, 국내라면 어느 도시이냐.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돈 벌어먹고 살 것인가.

 

나는 이 두 가지 물음을 ‘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 차근차근 해결해보려 하였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물음에 대한 선택을 내리던 중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방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부모님의 건강이 회복되기까지 최소 두 달간은 한국에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첫 번째 물음은 건너뛰고 얼렁뚱땅 일단은 한국에서 무언가를 하며 살아볼까 싶었다. 원래 생각했던 공예공방을 차려볼까? 필라테스 강사를 해볼까? 제과제빵사를 해볼까? 영양학 석사를 따 볼까? 취업컨설턴트를 해볼까? 이벤트 기획자를 해볼까? 


사실 관심사는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이것을 나의 직업과 연결시켜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더 미로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라는 그 명백한 사실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고 그 일의 단점들을 알고 나자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또 들어버린 것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다 '핑계'였고 그냥 지금의 난 '자신감 하락'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다 장단이 있기에 그 일에 단점이 있더라도 자신감과 용기,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일단 한번 도전해보고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해볼 텐데, 일단 한번 도전해 볼 '그 힘'이 부족했다.


내가 여행을 하며 얻으려고 했던 건 앞선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나만의 옵션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밀어붙일 힘이었는 데,

이것들이 없는 한국 현실에서의 난 예전과 또 똑같은 고민만을 반복하고 있었고 그 끝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위에 다시 올라타버린 것이었다.


여행 재생 버튼을 눌러 말아


"뭐 해먹고 살지?"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계속 할 지도 모르는 이 물음에 대한 방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나의 끝나지 않은 첫 번째 물음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자 두 번째 물음에 대한 여러 가지 옵션 중 그 어떤 것도 마음이 가지 않았고 쉽게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 첫 번째 물음에 대한 선택을 먼저 해야만 했다.


내 시간을 다시 한번 투자하여 이 못다 한 여행의 일시정지 버튼을 풀고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를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엑스 버튼을 누르고 창을 닫고 한국에서 다른 것에 먼저 시간 투자를 해볼 것이냐


늘 해외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기나긴 여행을 하는 동안 해외에 사는 것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에 머릿속은 더 복잡해져만 갔다. 

해외에 사는 것의 장단점, 한국에 사는 것의 장단점. 그중 어느 곳에서의 장점이 나에게 더 크게 느껴지고 어느 곳에서의 단점이 더 작게 느껴질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사실 어느 곳에서 사는 가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변 영향을 많이 받는 나로서는 ‘어디’에서 사는가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 판단이 지금 명확히 서지 않는다면 원래 계획대로 조금 더 경험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냥 불효녀 도장 한 번 더 꽝 찍고 당장 해외를 다시 나갈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난 또 효녀도 아닌 주제에 몸도 안 좋으신 부모님의 가슴에 섣불리 못을 박고 떠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내가 모질게 다 뿌리치고 일단 저지르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편했을 텐데 속 터지게 난 또 그런 대목은 되지 못했다. 당장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렇다고 그렇게 하지 않고 이렇게 있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으면서 그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내가 너무나도 답답했다.


어쩌면 난 부모님이 걱정된다는 겉보기 좋은 핑계를 앞세워 부모님과 또 한 번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내가 예전과 같은 삶을 살기를 바라시는 부모님은 아직도 나의 모든 과정에 있어서의 하나의 관문이고 그 관문을 넘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뒤로 잠시 물러서 있는 나약한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이유로 우왕좌왕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런 나 자신을 잘 알기에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 생각은 미친 듯이 많은 나이기에 이대로라면 계속 생각만 미친 듯이 할 뿐 아무런 결과가 없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귀국 후 한 달이 되는 시점까지 나의 첫 번째 물음에 대한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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