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일 뿐
여행을 하기 전, 여행을 할 때, 여행을 하다가 돌아온 지금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여행하면 답이 나와?
그래서 여행하고 답은 찾았어?
사실 이렇게나 아이러니한 질문이 또 있을까.
애초에 인생에는 ‘정답’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데 여행한다고 어떻게 그 답이란 게 뚝딱 튀어나오며 어떻게 그걸 쉽게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여행을 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원래부터 없는 답을 찾으려고 하니 쉽게 못 찾는 것이 아닐까.
그것부터가 모순이니깐.
나는 어떠한 답을 찾아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난 내 인생에 있어, 나의 두 가지 물음에 있어 '정답'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 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해 보다 다양한 옵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고
그 수많은 옵션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우선순위가 되는 옵션부터 실천에 옮길 마음의 힘을 얻기 위했을 뿐이었다.
내가 ‘선택’한 우선순위의 옵션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차순 위의 옵션을, 그것도 아니라면 또 그 차순 위의 옵션을 차례대로 도전해보고 계속되는 도전에도 지치지 않고 주저앉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얻는 것이 내가 생각한 나의 여행의 ‘결실’이었다.
그 실천에 옮기는 무언가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답'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가 내 인생에서만큼은 답으로 만들어나갈 나의 선택 중 하나일 뿐이니깐.
런던 옵션을 부모님께 공개하자 부모님은 어김없이 또 이 단골 질문을 나에게 던지신다.
도대체 왜 또 해외로 나간다는 거니?
해외로 나간다고 답이 나오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여행을 했지만 답이 나왔니?
네가 지금 다시 해외로 나가는 것은 그냥 현실도피일 뿐이야.
또다시 반복되는 이 대화에 나는 진절머리가 난다.
어쩌면 나에게 물을 수 있는 조금은 더 정확한 질문은
"여행하면 ‘답’이 나오니?"가 아닌
"여행하면 네 생각이 좀 더 정리가 되겠니? 그럼 그중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겠니?"가 아닐까.
“여행하고 ‘답’은 찾았니?”가 아닌 “여행하고 뭘 선택하게 되었니?” 가 아닐까.
인생은 정답이 없는 그저 나만의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질 뿐이고 내가 무슨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내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 하지만 내가 택한 그 선택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내가 택하지 않은 선택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난 그저 내가 덜 후회하는 쪽으로 선택할 뿐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나의 인생을 더 즐기며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만약 나의 이번 선택이 설령 남들의 눈에는 현실도피라고 보일지라도 그 ‘도피’라는 것이 훗날의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잠시 동안의 도피와 방황을 더 해보는 것도 어쩌면 필요한 것 아닐까.
솔직히 말해 런던 옵션을 선택한 나는 한마디로 좀 더 ‘방황’하러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황이 지금의 나에겐 조금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기에 선택한 나의 두 번째 여정이다. 그 방황의 시간 속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옵션 중 조금이라도 더 빨리 우선순위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다.
한국에 계속 있다면 끝나지 않을 이 고민을 잠시 동안의 방황의 시간을 더 투자하여 빨리 끝내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려나가는 이 삶이 결국엔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난 또 부모님의 반대에도 나의 두 번째 여정을 위한 짐을 하나둘 싸기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