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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Sep 21. 2022

체지방률 9.6% 까지!! 마지막 체지방 컷팅!

두 번째 개인 피티

​​​​“괴물 만들어주십시오. 스승님.”


두 번째 개인 피티를 시작하면서 한 말이었다.


“체력, 근력, 운동능력, 정신력(?)… 그리고 비주얼까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넘사벽을 만들어주십시오.”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싸서는 안 된다.

사람이란 자고로 학습 능력이란 게 있어야 하거늘! 첫 개인 피티 때의 추억을 고새 홀랑 까드시고 이후 석 달간을 이를 갈며 후회할 말을 싸질러버렸다. 아! 그리고 여기서 비주얼이란 얼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얼굴 못생긴 건 아무리 저 사람이라도 어찌해 줄 수 없다.


하여 피티 첫날, 우리는 그 해당 비주얼을 수치로 환산했다.


22.04.22 인바디

결과는 체지방률 16.9% 였다?!

체지방률 17%… 한 때 나의 목표치였지만, 이제는 시작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저건 나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전날 아침에 파스타, 점심에 탄탄면, 저녁은 짜장면, 이렇게 3면타를 쳤건만… 어쨌든 갠피를 시작했으니 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했다. 상당한 부담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런데…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갠피 1회 차부터 내 근육과 영혼 그리고 자아의식까지 몽땅 털린 걸 보면… 그렇게 털려 껍데기만 남은 내 귀에 환청이 들렸다.


 “국주 회원님, 우리가 체지방률을 12%까지 낮추기로 했잖아요?”


뭐지? 잘못 들었나??


 “눼?? 제가요??… 제가 언제요????”


내가 잠깐 미쳐서 다른 헛소리들을 했던 것은 기억한다. 하지만 결단코 저런 숫자를 내뱉은 적은 없다! 내면의 무의식 속에서도 저 비슷한 생각조차 품어본 적 없다.


 “(씹으심) 그러려면 운동량을 더 늘리셔야 해요.”


허… 이미 하루 3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 체육관에서만! 그 사실을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심지어는 옆집 카페 사장님까지 아는데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무슨 수로! 운동량을 더 늘린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


“저 지금 17%인데 12%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아니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씹으심) 네, 체지방을 낮추려면 오전 운동(유산소임)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닥치고 그냥 와서 유산소를 더 뛰란 뜻이었다. 내가 도대체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 따져봤자 어차피 원하는 대로 할 거 같아서 눌러 삼켰다.


그렇게 영혼이 털리는 2주가 더 흘렀다.

동시에 체지방도 함께 털려 체지방률은 15%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여리여리는 끝나고 배에 11자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주말 운동이 추가되었다.


 “쉬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면 충분합니다.”


주 5일제는 국가의 명령이다. 하지만 당시 나에게는 국법이 저 사람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그냥 했다. 주말 운동…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쉬어줘야 한다는 그의 배려 깊은 당부 덕분에 하루는 쉬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스승님보다 무서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유산소였다. 유난히 힘든 어느 날이었다. 죽어도 못 할 것 같았고, 그냥 튀었다간 더 죽을 거 같아서 당당하게 요청했다.


 “쌤… 저…”

 “네, 안 됩니다.”


롸?! 그저 부르기만 했는데 거절당했다.


 “스승님??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네. 말씀해 보세요.”

 “저 내일 오전 운동…”

 “네. 안 됩니다.”


정말 0.1초의 텀도 없이 빠르게 거절당했다. 아니, 저분 이제 독심술도 하시나? 그래도 다시 한번 강하게 요청해 보았다.

 

 “오늘 진짜 힘들었습니다. 제발 빼주세요.”


테크니컬 하게 따지면 요청이 아니라 구걸이었다. 그렇다고…


‘스승님, 너 유치원에서 구몬 수학할 때, 나 대학교에서 공업 수학했고요. 너 독서실 끊을 때, 나 우리 첫째 탯줄 끊었다요?”


라고 마음의 소리를 솔직하게 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도 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스승님은 스승님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나이가 끼어들면 제대로 배울 수도 가르칠 수도 없게 된다. 그걸 누구보다 제일 잘 알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저 내용이 자동 재생이 됐다. 그리고 답이 왔다.


“힘드시면 유산소만 살살하세요.”


아니, 그러니까 그 유산소를 빼 달라는 거였지만… 저 사람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까 저 말은 세 번 말하게 하지 말란 뜻이었고, 더 이상 묻지 말란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정말 유산소만 살살했다. 근력 시간까지 유산소로 채워서 뮤직 복싱 14곡! 40분을 전력 질주한 효과였다. 그렇게 나는 완벽하게 KO패 당했다. 이쯤 되면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 때도 됐는데…


이때쯤 어버이날이 있어서 친정에 갔다.

그리고 난관에 봉착했다. 어머님께서 튀김을 주신 것이다. 하여 지금은 못 먹는다 했더니 이번엔 약(소화제)을 주셨다. 아파서 못 먹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린 후, 저울로 밥양을 쟀다가 등짝을 처맞았다.


하… 그래도 어쩌겠는가.

국법보다 지엄한 것이 일일 단백질 섭취량이거늘… 하여 마트에서 닭가슴살을 사 왔다.

그랬더니 어머님께서,


“느자구없는 짓 하지 말고 주는 대로 처먹어라.”


라며 삼겹살을 구워주셨다. 그래, 난 최선을 다 했다. 사태가 이쯤 되면 그도 이해해 주실 것이다. 일말의 희망을 갖고 톡을 드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으세요.”


라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 집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어떻게 하면 다 큰 성인 여자가 평범한 가정집에서 엄마 눈에 보이지 않게 숨을 수 있을까?? 여러모로 궁금한 답변이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살짝 후회된다. 그때 물어볼걸… 그라면 방법을 주셨을지도…


한 달이 지나자 이때부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체지방률 12.8%!

선만 살짝 보이던 11자 복근은 선명해졌고, 이두와 어깨가 부풀어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다소 난폭한 비주얼이 되기 시작했다.

이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 회원님, 원하시는 중량 들고 오세요.”


그래서 진짜로 내가 원하는 무게를 들고 갔다. 그랬더니…


 “그건 제가 원하는 무게가 아닙니다.”


하?? 방금 자기 입으로 내가 원하는 중량이라고… 아니다. 내가 또 실수를 했다. 저 사람이랑 하루 이틀 운동한 것도 아니면서 또 행간을 읽지 못했다. 그러니까 저 말은 그냥 도저히 못 들 것 같은 중량을 자발적으로 들고 오란 뜻이었다. 즉 기쁜 마음으로 생사를 넘나들으란 뜻이었다. 뭐 이해는 가지 않겠지만 대충 그런 뜻이었다. 하여 그렇게 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내 손목에 있던 애플 시계가 ‘우에노역’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너까지 나한테 이러지 마.


그리고 2주 후, 체지방률이 11.2%를 찍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때 기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데서 한 번 더 재보고 울 체육관 기계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가능한 수치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검색해 봤더니, 여성 체지방률 11% 이하는 보디빌더들의 체지방률! 일반인은 어려움!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음! 등등 납득하기 힘든 내용들이 튀어나왔다.

이때쯤 어떤 회원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근육이 쬐끔 보이기 시작하네요. 저도 운동해 봐서 알아요. 이제 시작이에요.”


으흥? 이제 시작이라고요?? 나 지금 갑빠가 튀어나오고 그 갑빠를 자의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대흉근이 수의근이었다니…) 급기야는 온몸의 근육들이 내 핏줄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는데요?

내 근육을 쬐끔 보기 시작하신 분이 또 물어보셨다.


“운동 얼마나 하셨어요?”

 “네… 1년 반이요.”

 “히이익!! 그럼 저도 1년 반이나 기다려야 해요?”


으르흥? 방금 운동해 보셨다면서요?!?

1년 반을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1년 반을 내 시간과 열정과 마음과 생명을 걸고 해야 합니다. 라고 생각했지만, 입으로는 모범답안을 내뱉었다.


 “네, 지금도 충분히 좋으시지만 열심히 하시다 보면 계속 더 좋아지실 거예요.”


그리고 그분은 그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2주 후, 체지방률은 나락으로 떨어져서 10.4%를 찍었다. 이때부터 등과 배가 쫙쫙 갈라지기 시작했고, 배에 왕자가 생겼다. 빨래판 복근이 된 것이다. 동시에 그냥 길거리를 걸어도 시선을 받는 비주얼이 되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보통 체지방률이 이 정도까지 내려가면 성격이 예민해지는데 국주 회원님께서는 늘 해맑고 한결같으십니다.”


어… 당연한 거 아닌가?

체지방이 빠지고 탄수가 부족해지면 성격이 급해지고 예민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지방… 몸에서 빠져나가는 거지, 뇌에서 빠져나가는 건 아니잖은가? 다시 말해 체지방 좀 사라진다고 천지 분간 못 하고 위계질서를 잊으면서 사리 분별이 흐려지지는 않는다. 즉 내 인성이 아무리 바닥을 쳐도 내가 강자 앞에서 강해질 일은 없다는 뜻이다. 내가!! 니 앞에선 늘 해맑고 한결같아야지 뭐 어쩌겠는가… (강자한테 약함)


나는 그렇게 늘 해맑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또 2주를 보냈고, 더 이상의 하강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체지방률은 바닥을 쳐부수고 내려갔다.


9.6%!! 한자리 수가 뜬 것이다.

이쯤 되니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스승님께서 나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건지.


“요즘 너무 더워져서 국주 회원님 체력이 걱정이에요.”


와… 감동했다. 저 사람이 내 체력을 다 걱정해 주시고… 벅찬 마음을 부여잡고 요단강을 넘나든 후, 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고 인사를 드렸다. 그랬더니…


“국주 회원님? 복근하고 가셔야죠.”


이미 신은 신발 도로 벗고, 가방 도로 두고 복근 운동을 시작했다. 40개씩 10 sets를 마치고 이제 정말 가려고 인사를 드리니,


 “아니에요. 아니에요. 행잉으로 20개씩 3 sets 더 하고 가세요.”


라고 방금까지 내 체력이 걱정되신다던 분이 말씀하셨다. 이거 왠지 자꾸 눈이 띄니 더 시키시는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번엔 몰래 가려고 숨어서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뒤를 돌았는데…


 “국주 회원님, 체중 재고 가세요.”


어우, ㅆㅂ 깜짝이야!! 순간 마중 나온 저승사자인 줄 알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미친 듯이 추락하는 내 체지방률의 이유를…


40대, 아이 둘 엄마, 운동 경력 전무한 가정주부가 들을 수 있는 말은 기껏해야 칭찬이거나 격려정도였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대단하세요.”

“컨디션 생각해서 적당히 살살하세요.”

“욕심부리지 마세요. 운동 오래 해야죠.”


그런데 스승님만 유일하게…


“아니에요. 국주 회원님 힘 남아있습니다.”

“괜찮아요. 아직 한계점 아니에요.”

“국주 회원님! 더 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하셨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대단하다.’ 라는 칭찬보다 ‘너는 아직 더 할 수 있다.’ 는 응원이 눈물 나게 감사했다. 원래 원하는 결과물은 지옥의 염라대왕한테서 받는 거 아니겠는가. 천국의 천사가 아니라…


스승님께서는 온 마음과 열정을 쏟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괴물을 만들어 달라.’  내 소원을 들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국주 회원님은 클라스가 다르십니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모든 과정을 바로 옆에서 봐오셨기에 진심이었고, 그래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났다.


감사합니다. 내 염라대왕님.


등, 가슴, 등,어깨, 등, 팔… 무한반복 ㅋㅋㅋ 등에 올인 ㅋㅋ
저 빨래판 복근은 유지 불가능 ㅋㅋㅋㅋ 신기루 같은거 ㅋㅋㅋ


QnA Time

Q. 가끔 유툽 이런 거 보면 내 선생님이랑 운동법, 다이어트법이 다를 때가 있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혼란스러워요.

A. 네. 그렇죠. 내 코치님 방법이 무조건 다 맞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말이죠. 우리 스승님들은 우리 앞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하십니다. 그 길을 달리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지요. 달릴 때 망설이면서 왔다 갔다 해봤자 나만 더 힘들 뿐이에요. 국도보다는 고속도로가 더 쉽지 않겠습니까.

내 스승님을 믿어야 다이어트가 쉬워집니다.
Q. 그렇다면 국주님이 생각하는 다이어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A. 넘나도 뻔한 답이지만 ‘꾸준함’ 입니다.
근데 사실이에요.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언젠간 성공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다이어트가 너무 힘들면 안 되겠죠. 무작정 힘들기만 한 운동, 주구장창 굶기만 하는 식단은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나를 향해 투쟁하는 짓, 번아웃되는 지름길이에요.

꾸준하려면 반드시 과정이 즐거워야 합니다.
제 즐거움의 원천은 ‘사람’이었어요.
Q. 다이어트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겠죠?

A. 와우, 단호하게 말합니다.
저는 저 자신이랑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애초에 싸움이 가능한 지부터가 의문스럽습니다. 도대체 내가 나를 무슨 수로 이깁니까?

어우… 징글징글.. 나도 나 상종하기 싫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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