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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Sep 25. 2022

바디프로필 그 후 이야기

후유증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극강의 다이어트! 비정상적인 체지방률! 여유롭고 건강한 과정을 겪었다 할지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사실이다. 절대로 유지할 수도 없고, 유지해서도 안 된다.


그 사실을 안다 해도 바프 후 올라오는 체지방은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내 눈에 보인다면 남의 눈에도 보인다.

바프를 먼저 찍어본 친구가 말했다.


“언니, 지금까지 몸을 만들었다면, 이제부터는 멘탈을 만드세요. 앞으로 많은 말들을 듣게 될 거예요.”


예를 들면,


 “와… 그 근육들 다 어디 갔어요?”

 “지금 요요 오고 있죠? 살 많이 올라왔네.”

 “에구… 힘들게 만들었을 텐데 속상하겠다.”


뭐 이런 말들을…

당연히 악의는 없는 말들이다. 그들은 그저 그냥 스치듯 한마디 던지는 것일 뿐이다. 그냥 자기들 눈에 보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또는 자극을 준다는 명분 하에… 또는 위로한답시고… 그렇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한마디 한마디가 수십 마디의 말들이 되어 귀에 고인다. 그것들이 마음에까지 쌓일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한동안 12-13%의 체지방률을 유지했으며, 지금은 18-19%를 유지하고 있다.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뭐 나쁘지도 않다. 하여 그 어떤 말을 들어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지방이랑 같이 나간 내 인성이 여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체지방률은 올라오는데 왜인지 함께 바닥을 찍은 내 인성은 여전히 바닥이었다. 하여 가족여행 중 차 안에서 신랑에게 물었다.


“여보야… 나 요즘 잘 먹고 체지방률도 적당히 올라왔는데 왜 인성은 아직도 바닥에 있는 거죠?”


그랬더니 그가 대답했다.


 “응? 아니야. 그렇지 않아요. 여보야가 지금 살짝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여보야는 살 빼기 전에도 인성은 없었어요.“


아, 그렇구나. 그거 원래 없었구나.


“그래, 뭐… 그래요. 근데 친구들은 나더러 빨리 인성 패치 하라고 그러던데요.”


 “아… 그건 그 친구들이 너 말고 니 근육이랑 대화를 해서 그런 거예요. 울 여보야의 근육은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이렇게 억울할 데가…

 

 “아니에요!!! 근육 좀 있다고 막 싸우고 다니지 않아요!! 근육과 전투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요!!“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아니, 여보가 싸우긴 왜 싸워요. 너의 그 결과물은 전투력을 측정해 주는 스카우터 같은 게 아니에요. 니가 얼마나 독한년인지를 증명하는 마패 같은 거지요. 원래 나쁜 사람보다 무서운 게 독한 사람이고요. 독한 사람보다 무서운 게 미친 사람이에요.”


 아, 그렇구나. 그럼 나는 독한 사람과 미친 사람 중에 어느 쪽이냐고 그에게 물었더니,


 “울 여보야??? 당연히 둘 다지! 주위를 둘러봐요. 너보다 독하고 미친년이 있는지.“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보기에 지금 내 주위에서는 너만 나를 조심하면 될 것 같다?!


 “여보야, 나 좌회전할 거니까 이젠 말 걸지 말아요.”

 “응? 여보야… 좌회전 정도는 대화하면서도 가능하지 않아요?”

 “좌회전하다가 실수로 내가 여보야를 때릴 것 같아서 그래요.”


그는 ‘아니, 그저 좌회전을 할 뿐인데 왜 나를 팹니까.’ 라는 표정이었지만 왠지 어떤 부분에서 납득하는 듯하였고 그는 스스로 침묵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밤이 되었고, 뒷좌석의 아이들은 모두 쌔곤쌔곤 잠이 들었다. 하도 적막하여 신랑도 자나 하고 옆을 봤더니, 그가 핸드폰을 꼭 쥔 채 시뻘건 눈을 부릅뜨고 귀신처럼 하염없이 전방만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오!! 씨바 깜짝이야!!! 애들도 다들 자는데 여보는 왜 안 자요? 아니, 그 손에 쥔 핸드폰이라도 하등가… 도대체 왜 허공을 노려보고 있는 거예요? “


그는 그 뒤로도 빨간 눈을 하고는 내가 차선을 변경할 때마다 손잡이를 양손으로 꽉 즈려 잡고 내가 다른 차를 추월할 때마다 엉덩이를 들썩였다.


 “아오!!! 걍 자라고요!!! 내가 직접 재우기 전에!!!”


그러자 그가


 “응… 눈 뜨면 응급실일까 봐 못 자겠어요.”


라는 대충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내뱉고는 갑자기 기도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둘 다 무교다.


 “하나님, 부처님…. 제발 두 시간만 더 우리를 굽어살피시어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게 해 주시옵고…”


그 길로 바로 휴게소에 들어가서 운전대 바꿔줬다. 그 편이 서로에게 편할 듯했다. 운전대를 잡게 된 그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여보야가 작고 약해서.”


 응?? 누가 뭐가 어째서 다행이라고요??


 “그러니 인성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딱히 남한테 피해 끼치는 건 없잖아요. 여보야가 크고 강했으면 정말 어쩔 뻔했어요. 휴…”


하?? 이쯤 되면 제발 자기한테 피해를 끼쳐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꼴 아닌가?!? 아니면 내 인성 패치가 몇 프로나 올라왔는지 테스트하는 건가?? 뭐 다 차치하더라도 일단! 내가 약하다는 말은 인정할 수 없었다.


 “여보야!! 나 안 약해요!!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체육관 사람들이 나 상탈 하면 위압적(?)이래요!! 나 체육관 서열 1위예요!”


물론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바로 며칠 전에 함께 운동하는 친구가 “언니는 운동도 잘하는 편이고 나이도 있는데 왜 체육관 서열은 바닥이에요?” 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질문에 “내가 서열이 바닥이야?” 라고 역질문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나도 그날 처음 알았기 때문이었다. 뭐 사실이야 어쨌든 일단 저렇게 우겨봤다. 그랬더니 그가 말하길…


“우리 여보야, 잘 생각해 봐요. 완두콩이 근육이 생겨봤자 땅콩이죠. 작고 귀여운 땅콩이 도대체 무슨 수로 위압적이 될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아무래도 저 인간 입에 내가 직접 오바로크를 쳐야겠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잠에서 깬 둘째가 말했다.


 “아니에요. 아빠, 우리 엄마는 땅콩이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이 세상에서 제일 힘센 멋진 엄마예요.”


그러자,


 “네… 나는 사춘기를 반납하기로 했어요.”


라고 이제 슬슬 사춘기에 접어들었지만 차마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첫째가 말했다.


허허허, 이런 내 새끼들이…

그래, 이 자식들아… 내 목표가 늬들 사춘기를 문턱에서부터 막는거다!!!! 근데 둘째까지 막으려면 이 짓을 좀 오래 해야 할 듯…


독한년이라는 마패…

QnA Time

Q. 슬럼프가 올 땐 어떻게 하나요?

저는 제가 슬럼프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오지 않은 거였더라고요. 슬럼프가 오기엔 너무 짧은 시절이었건 거죠.

마음가짐이
“잘하고 싶다.” 에서
“잘해야만 한다.” 로 바뀌면서
슬럼프가 온 듯해요.

아직 극복하지는 못 한 거 같구요. 극복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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