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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an 01. 2021

입학 3일 차에 학교를 쨌다.

제발 학교 좀 가자.

도통이가 등원이 아닌 등교를 한 지 3일이 되었다. 그런데 학교는 녀석이 가는데, 왜때문인지 내가 신입생이 된 기분이었다. 두근두근 설레고 긴장되는 등굣길... 행여나 아이가 길을 잘 모를까봐 학교 정문까지 바래다주고 손까지 흔들어줬다.


 “도통아!! 오늘도 재미있는 하루!!”
 “응!! 엄마!!”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도통이의 뒷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찡해졌다.


 ‘이제 정말 다 키웠구나.’ (아님)


시큰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뒤를 돌아보니 나와 마찬가지로 콧방울이 시큰거리는 엄마들이 서있었다. 아, 이런 게 동지애구나. 초면부터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한 우리는 삼 일간의 무고함을 치하하며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

흐뭇한 마음을 잔뜩 안고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를 마셨다. 그렇지. 이게 행복이지. 그렇게 이제 막 행복이라는 것이 벅차올랐… 아니, 벅차오르려고 하는데 문자가 띠링 왔다.

  ‘어머님! 도통이가 학교를 안 왔어요!’

왓더!?! 이게 무슨… 청천벽력… 이란 말인가.
분명히 정문에서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손까지 흔들었건만… 녀석이 사라졌다니… 머리에서 삐이이 하는 경보음이 울리는 듯했다. 나는 공황상태에 빠져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혹시 도통이 보신 분 계십니까?’

 3년 전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온 동네 사람들을 다 사귈 기세로 친구를 사귀었었다. 일부로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타고난 천성이었다. 그 덕분에 동네 곳곳 구석구석에서 답문이 쏟아져왔다.

  ‘0 단지 놀이터엔 없어요.’
  ‘00 건물 근처인데 없네요.’
  ‘공원에 없어요.’

 아. 도대체 어디 간 거야.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고 눈물이 미어져 나왔다.


 ‘이상하다. 분명히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니야.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아직 다 찾아본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40분이 흘렀다.


오늘 도통이가 없는 밤을 맞이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러면 나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지. 토리를 제정신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모든 엄마들의 최악의 공포. 내 아이가 사라지고 아이에 대한 기억만이 마음에 남는 것. 그 40분은 그 공포로 뒤덮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 머릿속은 한없이 지옥으로 돌진했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려던 찰나 문자가 왔다.

 ‘어머님. 도통이가 도서관에 와서 연락드려요. 근데 도통이 올해 입학 아니었나요? 내년인가요? 학교에 가있을 시간 같아서요.‘

도통이가 평소 너무나도 좋아하는 동네 도서관.

책사랑 도서관의 관장님께서 보내신 문자였다. 억지로 막아놨던 눈물이 왈칵 밀려 나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책사랑 도서관으로 전력 질주했다. 숨이 목까지 올라와 폐를 긁어대 듯 호흡하면서 미친 듯이 뛰었다.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도통이의 작은 뒷모습.

  “도통아!!!”


나를 곁눈질로 흘끗 본 도통이.


  “어? 엄마 여긴 어쩐 일로 왔어?”

뭐?? 어쩐 일?? 내 새끼 찾으러 왔다. 이 새끼야.

이 말 한마디에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던 마음은 분노로 바뀌었다. 하마터면 다정다감하신 관장님 앞에서 아이의 멱살을 잡을 뻔했다. 분노가 눈물로 표출됐다. 그 모습을 본 녀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 왜 울어? 나 보고 싶었어?”


전의를 상실했다. 할 말을 잃었다. 그저 끅끅대며 울었다. 힘겹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


 “지금 당장 학교로 도로 튀어가.”

도통이가 등교를 한 지 삼일 째 되던 이 날, 나의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린 이날… 도통이의 학교 생활이 아니, 나의 학부모 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통이 실종 당일 도서관에서 발견된 도통이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5분 거리다.
우리 집 창문에서 보면 학교 지붕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집에서 나가는 시간은 20분 전이고 학교 도착 시간은 9시 정시이다. 도통이는 5분 거리를 20분 동안 간다.

때는 도통이의 실종 사건이 벌어진 지 4일 후로 돌아간다. 나는 15분 전에 도통이를 보내 놓고 나름 넉넉하다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문자가 왔다.

“도통이 엄마, 도통이가 학교를 안 가고 있어요.”

이건 또 무슨…
커피잔을 집어던지고 거실 큰 창으로 내려다보았더니 횡단보도 앞에 도통이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허공을 보며 횡단보도의 볼라드에 팔꿈찌를 대고 삐딱하게 서있었다. 포즈만 보면 무슨 화보라도 찍는 것 같았다. 놈은 그토록 멋있는 자세로 초록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도통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초록 신호를 한번 보내고 다시 빨간 신호가 됐다.
그리고 다시 초록 신호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빨간 신호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초록 신호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빨간 신호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학교 가!! 이 도통이 시키야!!!!’


라고 차마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온 동네방네에 도통이의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씩씩거리며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갔다. 놈은 여전히 영화배우처럼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다. 나는 놈의 어깨를 움켜쥐고 이를 악물고 물어봤다.

 “너 왜 학교 안 가. (이 시키야.)”

 “어? 엄마, 여긴 웬일이야?”

 “너 왜 학교 안 가냐고.”
 “아 맞다. 까먹고 있었어.”
 “뭐?? 뭘 까먹어??”
 “학교를…“

그래, 거기까지… 이해는 포기하자. 나는 도통이 등교시키기 미션을 완수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도통아, 제발 학교 좀 순조롭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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