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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May 24. 2021

이것이 진정한 군대 육아.

내가 대장이다. 이것들아.

도통이는 신랑의 미니어처다.

겉부터 안까지 뭐 그냥 복붙 수준이다. 내가 직접 낳지 않았더라면, 그 혼자 출아법으로 녀석을 만들었나 의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막냉이는 내 미니어처다.

딱히 운동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가 과하게 넘치는 나와, 신체 중 유일하게 활발한 활동을 하는 기관이 뇌인 우리 신랑… 교실의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 양 끝에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또 다른 맨 앞과 맨뒤를 낳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밖에 나가자는 막냉이, 집에 있자는 도통이. 더 놀자는 막냉이, 집에 가자는 도통이. 운동이 좋다는 막냉이, 책이 좋다는 도통이.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두 아이의 성향이 이토록 다르면 육아 스타일을 누구한테 맞추느냐고. 누구한테 맞추긴…


당연히!! 나한테 맞춘다!!

첫째고 둘째고 나발이고 내가!! 이 집의 주양육자이자 절대 권력, 대장이다. 그러니 녀석들은 좋으나 싫으나 독립하기 전까진 나를 따라야 한다!! 는 게 나의 룰이다.


도통이는 하교를 하면, 늘 소파에 파드닥 엎드려서 발을 동가동가 흔들며 책을 본다.

그럼 나는 녀석에게 명령한다.


 “책 덮고 일어나. 나가자.”

 

보통은 녀석도 군말 없이 따른다. 반항해 봤자 소용없음을 잦은 체험으로 학습했다. 그런데 가끔 정말 귀찮은 날은 반항을 하기도 한다.


 “엄마... 또 어디 나가게?”

 “그럼!!!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거야.”

 “하… 엄마는... 혼자서는 못 나가?”


어. 말발에서 밀린 지 오래다.

하여 이제는 타격도 없다. 논리에서 밀리면 권력을 앞세우면 된다.


 “꿍시렁 금지. 당장 옷 입고 튀어나와.”


이렇게 반강제로 외출을 하면 해지기 전까지는 귀가하지 않는다. 이는 물론 아이들의 건강하고 활발한 신체 활동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녀석들을 적극적으로 밖으로 빼는 또 다른 이유. 놈들의 에너지를 밖에서 최대한 방전시켜 놔야 우리의 저녁이 상대적으로 평화롭기 때문이다. 이 또한 아랫집의 평화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도통이가 무려 물놀이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놈들이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 종목에 대해서 다소 진심으로 덤비는 경향이 있다.


그래, 니들... 물놀이가 하고 싶단 말이지? 훗

나는 그날부터 아이들의 어린이집 하원을 한시로 앞당겼다. 그리고 성남에 있는 모든 물놀이장을 차례로 순회했다. 거의 매일매일. (성남 물놀이장 전체 브리핑도 가능한 수준.) 그 물놀이장들을 몇 바퀴쯤 돌았을까. 그날도 역시 물놀이를 하러 가려는데 도통이가 애원했다.


 “엄마, 나 이제 물놀이 제발 그만하고 싶어요.”


그때가 물놀이장의 폐장을 3일 남긴 때였다. 존댓말을 쓰는 거 보니 녀석이 많이 간절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뭐든 한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의 철학이다. 이것들아.


 “3일만 버텨. 그 후엔 가고 싶어도 못 가.”


그래서 녀석들은 할 수 없이 삼일을 더 버텼고, 우리는 결국 성남 물놀이장의 폐장까지 함께 했다. 그리고 그 순회를 끝으로 녀석들은 완벽한 물개가 되었다.  거봐. 뭐든 꾸준하면 결과물이 있다니까.


멋지다. 성남 물놀이장의 돌고래 in 2018 여름

 

그리고 다음 해, 도통이가 인라인을 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3개를 샀다. 내꺼, 니꺼, 쟤꺼.

그걸 본 녀석이 불안한 듯 물었다.


 “엄마... 엄마 거는 왜 샀어?”

 “응... 나도 탈 거야.”

 “엄마, 인라인 타봤어?”

 “그럼. 타봤지.”


15년 전에 타국에서 이거 타고 전단지 돌리다가 엎어지고 넘어져서 범국가적으로 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타본 건 사실이니까!


“도통아, 엄마는 나이가 마흔이야. 허리가 약해질 수도 있는 나이지. (약하다는 뜻은 아님) 그리고 도통이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8살이고.”


 “응. 그런데 그게 왜?”


 “엄마가 쉬기 전까진 너도 못 쉰다. 오케이?”

 

내 뒤를 따르라.  in 2019

우리는 그렇게 인라인 맹훈련에 들어갔다.

하루 4시간씩 그리고 매주 2회씩 꼬박꼬박 인라인을 탔다. 결과는? 당연히 지금은 도통이, 막냉이 둘 다 기깔나게 잘 탄다. 막냉이는 형 덕분에(엄마 때문에?) 5, 6세에 인라인과 두 발 자전거를 모두 뗐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엔 막냉이가 *버랜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때는 무려 할로윈 시즌이었다. 그 말을 들은 도통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녀석은 막냉이를 방으로 다급하게 끌고 갔다. 그러더니 지딴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 너 엄마한테 뭐 하자고 함부로 말하지 마! 엄마한테 말하기 전에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란 말이야! *버랜드에 질리고 싶어? 거기는 진짜 힘들어!”


 다 들린다. 도통이 이눔아.

 형이 그러거나 말거나 막냉이는 확고했다.


 “응! 나 *버랜드 꼭 가고 싶어!”


 오우케이. 접수. 니 뜻이 그렇다면.


누가 봐도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신난, *버랜드 할로윈

우리는 이 날 *버랜드의 폐장과 함께 퇴장했고, 그 후로 매주 꼬박꼬박 방문했다. *버랜드의 정기 방문은 코로나의 등장과 함께 멈추었다.


힘들지만 즐거운 도통이 in 2019

무성생식으로 자가 복제를 하지 않는 한, 내 새끼들은 나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들끼리도 서로서로 다르다. 아니, 태초에 다른 인간과 협업해서 자손을 만드는 목적 자체가 유전자를 섞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몇 명을 만든 들 전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하니 부모가 아이들에게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쪽같이 밀어붙이자. 그냥 내가 정답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논다!



내가 버거우면 빨리 독립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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