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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ul 26. 2021

동생 교육은 형아 담당?!?

너나 잘해.

“쉿! 엄마 조용히 해!”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려는데, 막냉이가 나를 제지시켰다. 그런데 왜? 왜 내가 내 집에서 커피도 못 내리는 거지?


 “왜? (이늠자식아…)”

 “응. 엄마… 방금 밥통이 잠들었어. (소곤소곤)”


뭐? 누가 잔다고? 밥통? 혹시…


 “막냉아, 혹시 이 전기밥솥을 말하는 거니?”

 “응! 형아가 그랬어. 밥통이 잠든 시간이라고. 오늘 밥 한다고 힘들었을 테니까 자게 냅두자. 얘는 (커피 머신을 가리키며) 너무 시끄럽잖아.”


와… 이 자식, 마음 씀씀이 비단결 같은 거 보소.

근데 내가 이 나이에… 밥통 눈치까지 봐야 하니? 그래, 막냉아… 너는 그럴 수 있어. 너라면 그런 생각할 수도 있지. 암. 그렇지. 근데 도통이… 너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니?


3년 전이었다.

도통이가 오열을 하며 나한테 토로했다.


 “엄마!! 아빠가!!! 으헝헝헝헝헝.”

 “도통아, 왜?? 아빠가 왜?! 아빠가  놀렸어?”

 “아니… 아빠가 내가 물어보는 거에 진실을 얘기해주지 않아! 자꾸 숨겨!!! 거짓말만 해!!”


뭐? 너… 아빠한테 뭘 물어봤는데?

도대체 뭘 물어봤기에 아빠가 진실을 숨기는 건데? 너는 아빠한테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건데? 그리고 아빠는 도대체 무엇을 왜 숨기는 건데?


 “어… 도통아, 뭘 물어봤길래?”

 “응! 왜 달은 한쪽만 보여?”


달? 하늘에 떠있는 저 쟁반같이 둥근달?

아… 그건 달의 공전 속도랑, 지구의 자전 속도가… 아니, 그보다 저게 한쪽 면만 보이는 건 도대체 어떻게 안거야? 아니, 그전에 너… 공전이랑 자전이 뭔지는 아니? 아하… 아빠가 너에게 진실을 숨긴 이유를 알 것 같구나.


 “그래… 도통아, 아빠는 뭐라셔?”

 “달 뒷면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요정이 살고 있어서 그런 거래! 맨날 요정때문이래!!”


 아?? 그래, 그건 늬 아빠가 너무했다.

아무리 그래도 산타도 안 믿는 7살짜리한테 요정이라니… 그래, 나라도 진짜 진실을 얘기해주자.


 “도통아, 아빠가 진실을 숨기시는 이유가 궁금해?”

 “응!!”


그래, 내가 얘기해 줄테니까 맘 단단히 먹고 들어.


 “그건… 아빠가 귀찮아서야. 설명해봤자 니가 못 알아들을 것이 뻔하니까. 그럼 괜히 설명만 길어지잖니. 그거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거든. 근데 그건 엄마 생각도 같단다. 우리 그냥 부끄럼쟁이 요정으로 퉁치면 안 될까?”


그랬더니 녀석이 팔을 파닥거리면서 울고 불다가 지 방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허허, 녀석… 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구나.


어쨌든 우리 부부는 그 뒤로 도통이의 질문에는 요정이니, 마법이니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녀석이 알아듣던 말던 무조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팩트만 이야기해줬다. 모르는 건 검색해서라도 대답해줬다.


그래. 우리는 그랬다. 그랬는데… 도통이 니가 이래?

와… 이 배신감! 나는 녀석을 호출했다.


 “도통아, 너… 막냉이한테 밥통이 자니까 조용히 하라고 했니?”


 “하아… 엄마, 왜  그래? 기계가 무슨 잠을 자?”


 “응? 막냉이가 그러던데? 밥통이 잠들었다고 형아가 가르쳐줬다던데?”


 “어? 나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내가 그럴 리가?”


녀석은 진정 의아한 표정이었다. 하긴… 네가 그럴 리가 없지. 녀석은 한참을 미간에 힘줘가며 생각하다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막냉이가 자꾸 밥통을 만지길래, 그거 지금 ‘잠금 모드’ 라고 알려줬어.“


녀석은 신선처럼 허허 웃음을 남기며 지 방으로 사라졌다. 지가 여기까지만 말 해도 내가 찰떡같이 알아들을 것이라 믿으며… 막상 나는 저 말을 이해하기까지 한참 걸렸다. 뭐? 잠금 모드? 그게 자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 아… 아하하하! 막냉이가 ‘잠금 모드’를 ‘잠듬 모드’로 알아들은 거구나. 그래서…


그래, 그러면 그렇지. 도통이 니가 그럴 리가 없지.

사실 도통이는 그 누구보다도 더 막냉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다. 왜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녀석은 막냉이가 원하는 부분은 물론, 원하지 않는 분야까지 최선을 다해서 가르쳐 준다. 그리고 왜때문인지 막냉이의 수학을 도통이 지가 스스로 담당하고 있다. 너나 잘해.


형아 바라기 in 2018 5월

 “막냉아! 형아가 어제 가르쳐 준 3단 외워봐!!”


 도통이가 9세 때였다.

 이 모습을 보는 나는 기가 찼다. 허… 지도 구구단은 8살 때 뗐으면서. 6살짜리 막냉이한테 구구단을 가르치려 든단 말이야? 그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나?

형아의 말에 막냉이의 짧고 강하게 대답했다.


 “싫어!!”


그렇지. 놈이 구구단을 외울 수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녀석이 남의 말을 순순히 들을 리 없었다. 하지만 도통이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막냉이 너… 그러다가 어제 배운 거 까먹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안 하면 2단도 까먹는다? 그리고! 3단을 외워야 4단으로 넘어가지!!”


하? 저건 내 교육관에 철저하게 위배되는 행위다.

나는 결코 구구단을 무작정 외우게 시키지 않는다. 수학이란, 잘대로 암기 과목이 아니다. 원리를 모르고 암기에 의존한다면 지금이야 상관없다 쳐도, 고등수학까지 롱런을 할 수 없다. 수학은 빠르게가 아니라 탄탄하게 가야 한다. 속도보다 무게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도통이 본인한테도 선행은 시키지 않는다. (내가 도통이 수학 담당)

그런데… 그걸 도통이 저 자식이 위반하고 있다. 내가 지를 가르칠 때도 구구단 암기를 시킨 적이 없건만. 감히 누구 맘대로 저런 주입식 교육을!


이 사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말리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막냉이가 순순히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했다?!?


왓?!? 저게 가능하다고?

내 교육관이고 나발이고… 아니, 막냉이가 구구단을 외운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놈이 누군가의 말에 복종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 놈 다!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지들끼리는 저러고 있다!?!?


형아 바라기 in 2019 8월

예전 내 신랑의 직장 동료 중에 아들 셋 아버님이 계셨다. 그분 말씀하시길… 부모 말은 드럽게 안 듣는 셋째가 첫째한테는 ‘형님’이라고 부르며 절대복종을 한다고. 심지어 부모한테도 안 하는 존댓말을 큰형한테는 한다고 했다. 아들 셋이 모이면 더 이상 형제가 아니라 조직이라며… 이 말을 전달하며 내 신랑이 말하길, 셋째를 낳으면 첫째가 키워줄 것이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자고… 어디서 개수작을…


여보야, 나는 저것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기서 또 만들면 <아들만 둘, 육아는 전쟁이다>가 완결이 안 나요. 그리고… 도통이에게도 더 이상의 동생은 버거울 거예요. 구구단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이번 생은 둘로 마무리합시다.


저 둘이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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