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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an 05. 2022

아들 육아가 더 빡세다구요?!?

 “아유… 힘들겠어요.”

 “셋째도 낳아야겠네.”

 “그래도 엄마가 체력이 되니까 다행이다.”


 둘째를 임신하고 저런 말들을 들어야 했던 이유는… 둘째’도’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육아에는 난이도가 있으며, 그 난이도는 아들 보유 수량에 따라 결정된다?!? 뭐… 딱히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없는 것 같지만, 다들 암묵적으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왜일까?


도통이가 9살 때였다.

우리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 어플을 보니 1분 후 버스 도착!! 그리고 그다음 버스는 30분 후 도착?!이라고 뜨는 것이었다!! 와우!! 30분?!? 이 버스 놓치면 x 된다.


 “뛰엇!!!”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았다. 뛰면 근손실 오는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류장에 착륙하니, 버스는 저만치서 코너를 돌고 있었다. 오예!! 세이프!!!


… 가 아니구나. 나만 도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막냉이가 뒤뚱뒤뚱 뛰어오고 있었다. 오케이!! 막냉이는 되었고!! 도통이는… 도통… 놈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왜때문에 녀석이 보이지를 않는 거지?


막냉이 역시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지만 우리는 버스를 먼저 보낼 수밖에 없었다. 오만감정이 들 때쯤… 도통이 놈이 어기적 어기적 기어 왔다.


 “엄마… 버스 갔어?”


하… 정수리까지 올라오는 빡침을 누르며 말했다.


 “버스는 방금 갔지. 그런데 도통아… 니가 조금만 뛰었어도 버스 안 놓쳤을 텐데.”


그러자 녀석이 해맑게 웃으며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휴… 버스 갔구나. 어차피 놓칠 거… 뛰었으면 마음만 아플 뻔했네. 안 뛰길 잘했다.”


이러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따위로 귀결이 되는 건지… 결국 우리는 풀로 30분을 정류장에 오도카니 앉아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아니, 버스는 언제 오냐는 질문을 한 삼백 번쯤 받으며 앉아있었다. 아… 삼백분 같은 삼십 분이여….


세상 해맑은 녀석들… (아마도 5년전)

그래도 이런 건 굳이 내 가슴에만 묻어두면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가끔은… 아니 종종 절대로 그럴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작년 말, 도통이가 태권도 증을 딴다며 국기원 연습반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연습시간이 내 운동 시간과 겹치는 것이었다. 하여 나는 두 달만 운동을 포기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녀석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운동을 왜 포기해!!! 어떻게 만든 근육인데!!! 엄마는 운동 가!! 나는 알람 맞춰놓고 알아서 가면 돼!!”


 아?? 진짜???

 뭐… 내가 나가길 바라는 녀석의 진짜 의도는 차치하고, 당시에는 녀석이 그저 기특했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그렇게 했다. 물론 녀석이 안 온다는 전화를 몇 번 받긴 했지만…



국기원 시험 보러 들어가는 도통이…

 그렇게 두 달이 흘러 드디어 녀석의 시험날이 왔다. 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님, 도통이가 실수한 것도 없고, 아마 무난하게 합격할 것 같아요.”


하… 다행이다. 한 건 없지만 그래도 이 짓을 두 번 하기는 싫다.


 “도통아, 정말 축하해!! 생애 최초로 무려 국가자격증을 땄네?”

 “응!! 엄마!! 근데 이거 별거 아냐!! 웬만하면 다 붙는 거야!!”

 

 그 말을 들은 관장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도통아, 별거 아니라니. 두 달간 엄마가 너 국기원 연습 보낸다고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집에 가면 엄마 어깨 주물러드려.”


그러자 놈이 말했다.


 “에이… 관장님! 우리 엄마는 고생한 거 없어요. 고생은 내가 했죠. 엄마는 그때 집에 없었거든요. 알람 맞춰놓고 놀러 나갔어요.”


와… 이런 내 새끼가… 니가 나가라며?!?

당황하신 관장님께서 한참 머뭇머뭇하시더니…


 “아… 아니야!! 너… 안 온다고 관장님이 엄마한테 엄청 전화하고 그랬…어?!”

 “그러니까요. 그 시간에 엄마가 없었으니까 그랬죠. 애가 혼자 있으면 그럴 수 있잖아요.”


그래… 나도 모르겠다.

관장님께서도…

 

 “아… 하… 그러네.”


그냥 납득하기로 하셨다.

하… 구구절절 부가설명 따위 이젠 구차하다. 나는 최소한 10년을 더 저 녀석과 동거해야 한다. 어차피 피차… 익숙해져야 할 부분인 것이다.


나의 녀석들이

“쿨하거나, 단순하거나 아니면 이상하거나…”

라는 사실을…


나의 사랑스럽고 희안한 녀석 (코로나 발생 전)
 덧붙_

케바케, 사바사겠지만, 이놈들의 육아가 힘든 이유는 놈들의 고탄력 텐션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물론 제 체력이 좋은 편이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평범한 엄마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들놈들의 환장의 정신세계가 도처에 존재하는 듯해요.

아들 육아가 빡시다구요??

네…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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