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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Feb 09. 2022

엄마, 죽은 후에는 어떻게 돼요?

“엄마, 나 너무 슬퍼”


7세 막냉이가 말했다. 근데… 왜 또?!


 “엄마가 57년 뒤에 죽잖아.”


뭐지? 그 쓸데없이 디테일한 추산은?

아하!? 이 아이는 ‘인간이라면 모두 공평하게 딱 100세까지 산다.’ 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어디서 100세 시대라는 말을 주워들은 게 분명하다. 그런데 너… 그런 식으로 내 나이 발설하고 다니지 말아 줄래?

 

하지만 남들은 다 죽어도, 나는 안 죽고 너를 위해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녀석이 말했다.


 “엄마, 엄마가 죽으면 꼭 땅에 묻어야 해?”


응? 그럼 넌 내 시체를 어쩌고 싶은데??


 “엄마를 땅에 묻는 건 너무한 거 같아.”

 “…… 왜지?”

 “엄마가 땅 속에 있으면 너무 속상할 거 같아서…”


으흥?! 시체에는 상할 속이 없단다.

그리고 나도 땅에 묻히는 것보다는 불에 타는 쪽이 더 좋고. 우리나라는 산 사람이 살 땅도 부족하거든…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또 사달이 날 거 같았다.


“그래… 그럼 우리 막냉이는 엄마(시체)를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응!! 엄마!! 엄마가 죽으면 해골이 되잖아?!”


아하?! 내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구나?!


 “엄마 해골이 집에 계속 있으면 내가 무서우니까…”


으으응?


 “차에 태워서 어디 먼 곳에 데려다주는 것은 어때? 엄마는 울산이 좋아? 광양이 좋아? 골라봐.”


으르흥?! 그러니까 저걸 해석해 보자면…

내 시체를 땅에 묻는 것은 불쌍하고, 옆에 두는 것은 무서우니, 그냥 다른 마을에 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놈은 시체를 유기할 장소를 내 시댁과 내 친정으로 한정하고 있었다. (나더러 둘 중 하나를 고르랜다.) 그런데 막냉아, 시체 유기는 불법이란다.


그래서 아직 멀었으니 나중에 천천히 고르겠다고 하고 대충 대화를 마무리했다. 너랑은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버스커가 된 10세 도통이

이번에는 9세 도통이가 물었다.


 “엄마, 인간은 누구나 죽지요?”


아… 뇌에 긴장 들어간다.

이 놈은 막냉이와는 급이 다르다. 대답 한번 삐끗했다가는 느닷없는 백 분 토론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왜인지 몰라도 그 결과는 늘 나의 쓰라린 패배였다.


 “어… 그렇…지?!”

 “그럼 진짜로 사후 세계가 있어요?”


이런… 뭐든 쉽게 가는 법이 없다.

한 놈은 죽으면 니 육신(시체)이 갈 곳을 정하라고 하고, 한 놈은 죽으면 니 영혼은 어디로 가냐고 묻고… 그런데 도통아, 내가 죽어본 적이 없어서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아!!! 마침 내 주위에 전문가(?)가 계시는데 그쪽에다가 물어보겠니?


 “글쎄… 엄마(무교)는 모르겠다. 근데 도통아, 사후 세계는 종교에서 다루니까 외할머니(기독교)한테 물어볼래?”


뭐 외할머니도 상당히 나일론 재질이 농후하지만, 그래도 매주 교회를 가시니 그쪽으로는 우리보다는 낫지 않겠니?!


 “에이… 엄마, 그게 종교랑 무슨 상관이에요?”


왓더… 그럼 그게 뭐랑 상관있는데??


 “교회 안에서도 죽어본 사람은 없잖아요. 거기도 모두 산 사람뿐인데, 사후 세계에 대한 정보는 우리랑 똑같은 거 아니에요?”


하?!? 외할머니는 그렇게 생각 안 할걸?

아니, 그리고… 정보가 같다면, 너는 그걸 나한테는 왜 물어보는 걸까?! (종종… 내가 저 녀석 엄마라는 사실을 잊습니다.)


 “엄마,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죽어본 사람을 만날 수는 없어요. 어후… 끔찍해. 그니까 사후세계는 고민해 봤자 답이 안 나와요.”


왓?!? 끔찍??? 아니, 니가 물어봤잖아요!?!

니가 물어보기 전까진 나도 그런 고민 안 했다고요!! 아… 그래도 이제라도 고민 안 해도 된다니 이걸 고마워해야 하나??


녀석은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지 아빠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싸!! 신랑한테 토스!!!


여보야, 파이팅!! 놈에게 밀리지 말아요!!


feat. 카카오톡 이모티콘


2017년 여름, 막냉이와 함께


도통아, 막냉아,

엄마도 죽음 후는 모른단다.


그런데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너희들이 태어난 행복했던 그 순간부터,

너희들이 기억을 못 하는 순간들에도,

너희들의 기억에 있는 매 순간들에도,

그리고 너희들 앞에 펼쳐질 모든 순간들에도,

더불어 내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들을…

꽉꽉 채워서 나는 너희들을 사랑할 거야.


죽음 후는 죽은 다음에 생각해 볼게.

그때도 너희들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해. 내 우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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