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한여름 같은 초여름
날은 가물고 지난주도 밥집이 운영되는 평일에 와보질 못했고 주말도 그랬던 탓에 목마른 텃밭이 어떨까, 밭에 가기를 마음먹고 조급하다가 가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편안해지기를 매일같이 반복했다. 일주일 만에 간 텃밭은 내 걱정이 무색하게 싱싱하다. 이미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아래이므로 상추 오크 치커리 루꼴라 바질 오이 애호박 등등 얼른 수확을 먼저 하고, 더 자라 기울어진 토마토를 세워 지지대에 묶어주고, 물호스를 대 물을 충분히 주었다. 그렇게 집으로와 채소를 정돈했다. 내일 반짝 채소장터에 올릴 채소와 밥집밥상에 올릴 채소를 구분해 종류별로 차곡차곡. 채소들을 한 잎, 한 잎 펼쳐 고이 정돈해 한 방향으로 쌓아 담으며 그 제각각의 모양새 냄새 맛을 즐기는 건 채소를 자급하기에 갖는 행운이다. 그리고 채소를 정돈하는 손길이 쫒기듯 바쁘지 않도록 그래서 이 순간을 즐기도록 앞서나가는 마음을 잡아 끌어온다. 작고 야들야들한 생채를 정리하다 한 잎을 입에 넣었다. 예상치 못한 이 고소함은 무엇인가. 이럴수가! 놀래서, 맛있어서 미간이 찌푸려졌다. 허브와 같이 독특한 향을 가진 것들을 제외하면 잎채소들은 맛이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큰 오산임을 깨닫는 이 순간에 나는 유레카를 속으로 외치고 만다. 하필 생채를 이 순간 집어먹은 나를 칭찬하면서.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는 사소한 맛의 발견이지만 사는데 한 꼬집 양념이 되어주기는 한다. 그렇게 오늘에게 고소함 한 꼬집 쳐주었네. 24.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