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4
금요일에 만나요, 주말엔 연남동에 사람이 엄청 많거든요. 좀 이른 시간에 만나고 싶어요, 좀 졸리긴 하겠지만 커피 한잔하면 잠이 깨지 않을까요? 나 일찍 일어나는 거 잘 못하지만 당신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전 햇살에 눈 부셔하면서, 완전 달달한 노래를 들으면서 카페로 갈거예요. 열한시 십오분에 그 카페에서 만나요. 왜 십오분이냐고요? 길거리에서 만나는 것보다 십오분 정도 일찍 가서 당신을 기다리고 싶어서요. 거기 열한시에 연대요.
사람들은 데이트 할 곳이 참 없나봐요.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카페가 너무 많은데 모든 카페에 커플이 있어요. 사랑이 참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려요. 커피로 배가 부르지는 않지만 정신이 번쩍 들잖아요,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어요. 그날 또 당신이 내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이야기를 나누는 건 늘 어려운 일이예요. 마음을 보여주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도 다르잖아요. 내 이야기를 얼마나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당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늘 고민을 해요. 아직 우리는 모르는 게 더 많으니까요. 그래서 별 거 아닌 농담에도 웃어주고 싶어요. 진지한 이야기는 입 꼬리를 내리고 들어보려고요. 당신이 턱을 괴고 내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짓는 표정을 따라하면서.
금요일 저녁엔 친구들을 만나요. 일찍 헤어지자고 할 거예요. 한 일곱시쯤 나는 그만 갈게요. 해가 뜨는 풍경은 같이 볼 수 없으니까 그날은 우리 해가 지는 풍경만 같이 보고 헤어져요. 츄리닝 차림에 흐트러진 머리는 아직 보여줄 수 없으니까 그날은 내가 한껏 꾸민 모습에 설레어줬으면 좋겠어요. 술을 마시면 앞에 있는 사람이 예뻐보인데요. 근데 술 안 마시고도 내가 예뻐보이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날은 술 안 마실거예요. 커피만 마셔요.
금요일엔 그것만 해요.밤은 각자 보내요. 친구들을 만나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당신 모습을 상상하면서 집에서 쉬고 있을게요. 그리고 집에 가면서 전화해줘요,아쉬웠다고.
그러면 토요일에 데이트하러 나갈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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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