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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그레이스 Oct 21. 2023

너무 안 맞는 남편 내 남편은 로또다.

너무 안 맞는 남편 내 남편은 로또다.     

신랑의 성격과 내 성격은 너무 안 맞는다. 신랑은 26년 동안 한결같이 사업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리 가정을 탄탄하게 지켜온 로또다. 신랑이 없었다면 아들 둘을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인생에 반려자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스무 살 11월에 신랑을 회사 언니 소개로 만났다. 나중에 들었지만, 신랑도 나에게 호감이 있진 않았다고 한다. (근데 왜 첫 만남에 손을 어깨에 올려 ...  바람둥이 아니야?) 하지만 회사 선배가 좋아하는 오빠와 만나면서 신랑이 같이 나오니 나에게 같이 만나자고 부탁을 해서 몇 번 만나기 시작했다. 자주 만나면 정든다고 했던가,,, 나도 신랑을 여러 번 만나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복학생 난 직장인 만나면 식사와 커피값은 반반으로 내고 내가 돈을 벌고 있으니 조금 더 낼 때도 있었다. 신랑은 시시콜콜 말을 하지 않아 싸우는 일이 많았다. 나중에 보면 미안할 때도 있었지만 오해하게 만들어서인지 아무 말 안 할 때가 종종 있다.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말을 안 해서 생기는 오해들이 아직도 있다. 하루는 몸이 아파서 병원에 들러 늦게 오면 이유를 설명하면 되는데 말을 안 해서 내가 왜 늦었는지 물어보면 말을 안 해서 계속 물어보고 다그치게 된다. 말을 안 하고 입 다물고 있으면 지쳐서 안 물어볼 때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 말을 한다. 그러면 그때 말을 하지 그랬냐고 하면 신랑은 뭘 그런 걸 말을 하냐고 한다. “ 아이고 신랑님, 왜 그랬어” 난 미안한 마음에 안아 준다. 아픈 거 알았으면 내가 그렇게 다그치며 말하지 않았을 텐데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도 안 간다. 지금도 신랑은 말을 잘 안 한다. 말하기 싫어서 입 다물고 있으면 건드리지 않는다.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공감해 주고 내 이야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데 신랑은 말을 안 하니  안 맞는다. 하지만 알고 나면 서로 이해하고 배려 해 준다. 신랑은 로또처럼 한번 맞으면 대박인데 안 맞으면 계속 돈을 써야 하니 힘들다. 그래서 신랑이 말을 안 하고 있을 때면 굳이 말을 시키지 않고 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나와 다른 신랑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편해진다. 굳이 안 맞는 것들을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시어머님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은 자식들에게는 좋은 말만 하시려 하지만 어머님에게는 함부로 말하고 대하셨다. 그만큼 시어머님이 편해서 그러셨겠지만 내가 볼 때는 엄마와 비슷하게 사는 시어머님이 불쌍해 보였다. 지금은 시아버님이 하늘나라로 가시고 안 계신다.

살아계실 때는 시어머니를 편하게 생각하셔서 그러셨던 것 같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그런 아버님의

태도에 대해서 그러려니 하신다고 한다. 어머님은 지혜로우시다. 난 신랑이 날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사람들 없을 때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면 고치겠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똑같은 일은 계속 생겼다.      


 아버님은 아프셔서 요양병원으로 가시고 몇 년 뒤에는 치매로 잘 못 알아보시고 돌아가셨다. 아버님 생각을 하면 잘해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랑은 아버님을 많이 닮았다. 아버님도 어머님한테만 몸이 아프시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어머님께 불편함을 표시하셨다. 신랑도 아버님과 닮았다. 다른 사람한테는 잘해주고 정작 아내한테는 가끔 막말을 한다. “웃기시네”“네가” 손가락질하면서 내가 행동한 일에 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한다. 내가 화를 내면 그런 게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난 이미 상처받았고 아니라고 말을 하는데 나중에 보면 또 같은 행동을 한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데 왜? 난 기분 나쁠까? 곰곰이 생각 해봤다. 신랑의 성격인 것 같다. 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신랑이 한 말은 나를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신랑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이니깐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자.!!! 오한숙희 작가님의 책 ‘부부 살어 말어’ 에서는 ‘부부관계도 인간관계의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의 처지와 생각과 느낌을 헤아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나온다. 남편과 나는 무촌이지만 이혼하면 남남이 되는 것처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만난 사람이기에 다른 인간관계임을 알고 존중해 주자.나도 존중받고 싶으니 존중해 달라고 하자.     


노후에 내 옆에서 내 등을 긁어 주고 나랑 밥을 먹으며 서로 의지하고 믿어 주는 사람이 신랑이다.

올해 결혼 26년이 되었다. 아직도 서툴지만 ‘ 이 사람을 사랑하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직장에 다니느라 신경을 많이 못 써주었다. 신랑은 까다롭지 않은 입맛 덕분에 반찬 투정은 많이 안 한다. 신랑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에 감사하다. 아프지 않아서 행복하고 매일 살아가는 힘이 있어서 좋다. 자주 아팠던 나는 수술도 여러 번 했다. 아이 낳을 때도 수술을 2번 하고 이후에 수술을 3번 더 했다.     

둘째 낳고 2년 정도 지났다. 어느 날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을 때 화장실에 갔는데 퍽 하면서 핏덩어리가 밑으로 빠졌다. 생리 때도 아닌데 겁이 났다. 피가 계속 나와 응급실로 갔다. 병원에서 일단 피를 멈추게 하는 약을 줬다. 뒷날 산부인과를 가보라고 했다. 산부인과에 가니 자궁에 물혹이 커져 제거해야 하는데 물혹이 커서 자궁 적출 수술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의사가 말을 했다. 자궁을 들어내면 아기를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의사는 아이가 2명이 있으니 안전하게 자궁을 들어내자고 하신다. 난 겁이 나서 다른 병원에 갔다.     


그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자궁을 들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급하게 날짜를 잡고 수술했다.

배가 너무 아파서 어쩔 줄 몰랐다. 배 위에 모래주머니를 올려놓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데 

정말 힘들어서 잠도 안 오고 일어날 수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신랑은 병원에 몇 번 왔지만 함께 있어 주지 않았다. 서운했다.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위로해 주지 않는 남편이 서운했다. 퇴원하는 날 아픈 배를 부여잡고 퇴원하는데 우울했다. 신랑은 신경 써 주는 것 같았지만 날 걱정하는 것 같지 않아 미웠다. 퇴원하는 날 신랑은 바빠서 다시 일을 하러 갔고 집에는 친정엄마가 오셔서 아픈 나를 돌봐줬다. 표현을 못 하는 이 남자... 계속 믿고 살아야 하나? 속이 상했다. 신랑을 안 믿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맘을 바꾸고 살았다. 지금은 조금은 고쳐진 것 같지만 가끔 사람들 앞에서 민망하게 행동할 때 정말 욕이 목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욕을 하는 순간 아무리 사과해도 소용없으니 참아야 한다. 그리고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      


우리 부부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지만 서로 존중하기로 하기로 했다. “신랑은 로또다. 잘 맞지는 않지만, 그러나 계속해서 사게 되는 로또다.” 사랑하는 신랑과 함께 앞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내기로 한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신랑과 함께하는 순간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잘해줘야겠다. 나 아니면 누가 돌봐주고 사랑해 주랴. 이젠 나이 들어가면서 아내, 남편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오늘도 저녁 식사하고 운동을 간다. “여보, 손을 잡아 줘야 옆에서 걷지, 서로 나란히 걷자” 난 오늘도 신랑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언제나 나란히 함께 걷자고, 신랑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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