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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Apr 24. 2024

신입사원 첫 미션을 통해 깨달은 것

 - 08. 호랑이 새끼로 키워주는 방법

  회사에서의 첫 미션을 다행히도 정해진 기간인 일주일 만에 끝냈다. 첫 시작이 힘들었을 뿐, 막상 시작을 해보니 부끄러움은 한순간이었고 내 머릿속에는 전 조직장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목적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건물에서 총 3개의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층에 있는 팀장님들은 미어캣처럼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부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층에 계신 분들은 직접 두 발로 뛰어다녀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정보력이 없었고, 믿을 건 내 두 발뿐이었다.


 하루 일과 시간을 크게 3등분으로 나누고 직접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출근 직후, 점심 이후, 퇴근 전. 이렇게 3등분으로 나눈 이유는 조직장들이 자리에 앉아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시간대였기 때문이었다.


 5일 동안 내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돌아다닌 시간이 훨씬 많았다.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팀 선배들과도 인사를 자주 하게 되었고, 정보력도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00 팀장님은 출장이니 수요일에 복귀한다는 내용, 00 팀장님은 휴가라 목요일에 복귀한다는 내용 등 다른 분들의 정보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소속팀과 팀장님들의 성함을 직접 만들고 돌아다니면서 눈에 익히다 보니 자연스레 조직의 구조를 알 수 있었고 각 조직장들의 이름도 외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거기다가 “신입사원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적는 칸도 따로 있었기 때문에 좋은 말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간 모든 조직장(팀장급 이상)분들의 사인을 받고 첫 미션을 끝내고서야 나는 엑셀을 배울 수 있었고,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조금씩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이제야 일을 조금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쯤에 타 팀의 대리님이 퇴사를 하였고, 나는 한 달 만에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다. 바로 실전에 투입된 것이었다.




 이제 회사생활을 한 지 어느덧 1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배웠던 일들은 크게 기억에 남질 않는다. 회사 일이라고 하는 게 100%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융통성이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 예로, 덧셈을 활용해서 10이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5+5도 정답이고, 1+9도 정답이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으로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모든 조직장들의 사인을 받아오는 일이었다. 그 일주일 동안은 정말 미친 듯이 쪽팔리고 이게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는 생각이었지만 그것이야말로 나의 회사생활에 가장 도움이 되는 교육이었다.


 나에게 첫 미션을 주신 OJT리더는 내가 부서이동을 한 후 며칠 뒤에 퇴사를 하셨다. OJT기간인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오히려 리더가 먼저 퇴사를 한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분에 대해 속으로 원망도 많이 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을 시키는지, 3개월도 못 가르쳐줄 거면서 왜 OJT리더가 되었는지,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랬는지 등등 속으로 욕을 꽤나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신입사원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무책임하게 그런 미션을 주진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한들 내 후배에게 똑같은 미션을 주진 못하겠다. 그런 이유에서 나의 OJT리더는 누구보다도 나를 강하게 키워줬었다.


 나를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로 키워준 것이었다.


 물고기를 잡아준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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