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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Apr 17. 2024

신입사원으로서 첫 미션

 - 07. 모든 팀장님들께 사인받기

 자취를 하면서 나 홀로 출근 준비를 한다는 것은 그동안 살아왔던 26년 인생의 리듬과는 너무나도 큰 변화였다.


 학창 시절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 부모님께서 아침마다 깨워줬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의지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기상이었다.


 기상과 동시에 짜증을 부렸지만 학교에서 다시 자면 된다는 생각에 비몽사몽 등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 대학교 때 생활은 어땠는가???

중고등학교 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에 모든 강의를 오후 시간대로 때려 박았었다.


 군대라는 2년의 특수한 시점을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보내긴 했었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로 나온 후 나의 본모습으로 자연스레 회귀했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침 기상은 누군가와 함께였었다. 부모님과 함께였고, 형제와 함께였고, 동기들과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였었다.


 나 혼자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하는 그 상황이 나에게 상당한 부담감으로 찾아왔었다. 내 동기들은 이미 서울에 터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나의 고민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기상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상이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홀로 일어나는 첫날은 해가 채 지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 빨리 자야 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더 잠에 들지 못했다.


 그렇게 눈만 감은채 어둠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다행히 내가 생각한 시간이었고 출근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사원증을 목에 메고 회사 배지를 정장 카라에 꽂은 채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내 기준으로 8시면 이른 아침시간이었지만 서울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정장을 입은 사람은 10명에 한 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고, 정장이라는 복장이 주는 느낌 때문에 뭔가 전문직 같고, 진정한 회사원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출근을 한 후, OJT리더는 나에게 첫 미션을 전달해 주었다. 사내 조직도와 전화번호부를 참고해서 “팀이름, 팀장, 싸인” 란을 엑셀로 만들어서 출력하라는 것이었다.


 사내 조직도를 보면서 팀을 정리하고 전화번호부를 찾아가며 각 팀의 팀장님들 이름을 엑셀로 정리하고 출력했었다.


 OJT리더는 이제 출력물을 가지고 전 팀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신입사원인 나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적게 한 후,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었다. 팀장님뿐만 아니라 더 큰 조직의 장인 이사님, 상무님 사인까지 받아오라고 한 것이었다.

 이것이 나의 첫 미션이었고, 기한은 딱 일주일이었다.


 미션을 받은 후 나는 잠깐동안 얼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이걸 나 혼자 하라고? 팀장님뿐만 아니라 이사님, 상무님 사인까지 받으라고? 내가 그분들께 말을 걸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OJT리더는 자리를 떠버렸다. 같은 팀의 사람들은 들은 체 만 체하며 자신의 업무를 했었고, 나의 멘토는 “뭘 이런 걸 시키냐고” 구시렁대었지만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지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진 않았다.


 불평불만할 시간이 없었다. 일주일이라고는 하지만 주말을 빼면 5일밖에 되지 않았다. 누군가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사인을 못 받게 된다.


 자리에 앉아서 30분 동안 고민을 하다가 “일단 움직이자. 우리 팀장님 사인부터 받고, 영업팀장님들 사인을 받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쪽 팔려하지 말자. 지금 정장 입은 거 자체가 쪽팔린 건데 여기서 뭐 더 쪽팔릴 게 있겠어? 신입사원이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내 생각 정리를 끝마쳤다.


 그렇게 나의 첫 미션을 시작했다.


미션 : 회사 내 모든 조직장들의 사인을 받아오는 것! 기한은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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