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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Apr 10. 2024

영업팀 신입사원의 출근 복장

- 06.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나의 첫 팀은 영업 1팀이었다. 그 당시 팀원 구성으로는 대리 1명, 과장 5명, 차장 2명이었고, 신입사원인 나까지 포함하면 총 9명이었다.


 직급이 다들 높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영업팀이 총 5개나 있었지만 영업팀 전체에 신입사원은 나 혼자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대부분 나와 직급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쉽게 말을 걸 수 없었고, 그 당시 내 눈에는(내 눈에만 이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분들이 모두 업무로 매우 바빠 보였기 때문에 더더욱 말을 걸 수 없었다.


 대기업이다 보니, 공채 신입사원에 대한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었다. 크게 2가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멘토링”이었고 두 번째는 “OJT”라고 부르는 직무교육이었다.


나의 멘토는 같은 팀이었던 대리님이셨고,

OJT리더는 같은 팀 과장님이셨다.


 멘토링은 신입사원이 회사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업무외적인 활동들이 많았었다. 영화를 보러 간다든지 맛있는 식당에 간다든지 친목을 도모하는 활동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직도 가끔은 멘토와 함께한 시간이 떠오르기도 할 만큼 첫회사생활에서의 사적인 만남은 좋은 추억거리였다.


 반면 OJT는 약자인 “On the Job Training” 이란 의미로 실제 맡은 직무에 대한 교육인 것이다. 내가 생각한 직무교육이라고 하면 회사 시스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엑셀은 실무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당시에 영업직이었기 때문에 상권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건 나의

착각이었다.


 내가 OJT리더에게 제일 처음 들은 얘기는

“신입사원이니 정장 입고 출근해라”라는 말이었다.


 패션회사였기 때문에 회사 공식적으로는 자율 복장이었지만 영업팀의 전통 때문에,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정장을 입으라고 한 것이었다.


 나에게 정장이란 부모님께서 면접 때 입으라고 사주신 “곤색” 정장이 전부였었다. 없는 돈에 부랴부랴 다른 색의 정장을 하나 더 샀다. 이번에는 내 취향에 맞게 “회색” 정장을 하나 샀다.


 비록 같은 팀이었지만 나의 첫 멘토와 첫 OJT리더는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너무나도 달랐다.


 내 동기들은 모두 자유복장으로 출근을 시작했고, 나는 딱딱한 분위기 속, 백조 무리 속 까마귀처럼 나 홀로 정장 차림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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