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로맨스(feat. 안도현 님)
닭장 속 암탉 한 마리가
잔뜩 몸을 웅크리고 앉아만 있다.
주인이 다가와 나를 치우고
아기들을 가져가려 할 때
이러면 안 돼요, 안돼요 하며
몸에 힘을 가득 주었으리라
마지막 한 순간이라도 더
그들에게 온기를 전하고자
다리가 끊어질 듯이 온 힘을 짜냈으리라
애쓰다가 애쓰다가
주인의 한 손에 내 목이 붙잡혀 치워 지는 것을
다른 손으로는 그들을 집어 올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서
암탉은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주인이 내 목을 비로소 놓는 그 순간에
마지막 힘을 내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아침이야
비로소 깨어날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