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기적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단어 앞에 형용사를 붙이면 마법이 생긴다. 나의 뇌는 그렇게 받아들인다. 아침에 눈을 떠 고개를 돌리면 막내아들 얼굴이 있다. 캄캄한 새벽이라 눈코입은 볼 순 없지만 아들 냄새가 진동한다. 아들은 머리를 잘 안 감는다. 그래서인지 강아지 냄새가 난다. 강아지 냄새가 더럽다는 것이 아니다. 머릿기름 냄새가 강아지 털 냄새와 비슷해서 인 것 같다. 엄마들이 자녀들을 '내 강아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강아지처럼 귀엽고 예뻐서 그런 건데. 우리 아들은 냄새도 난다. 몰래 얼굴을 한번 만지고 숨소리도 듣는다.
어제는 금요일이라 술을 많이 마셨다. 신랑이랑 나는 저녁에 술을 자주 마신다. 술값도 줄이고 쓰레기 배출도 줄여야 하는데 잘 안된다. 금요일은 우리 집만의 루틴이 있다. 뭐 거창한 거는 아니고. '치킨 데이'다. 조류독감이 유행해도 우리 식구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었던 적이 있는데 맛집 가게가 한산해서 모두들 좋았다고 할 정도다. 금요일은 여행을 가서도 꼭 치킨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간 지역에서 유명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 치킨집을 찾아다닌다. 가끔 맛이 괜찮은 집을 발견하면 우리만의 맛집 지도를 만든다.
단어 앞에 멋진 형용사를 붙여 보자.
기적 같은 하루
평범하지만 이름을 붙이면 특별해진다.
'치킨 데이'
말은 마법을 낳는다.
소중한 친구. 언제나 내편인 친구.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남편. 나의 강아지들. 엄청 예쁜 딸이라고 믿고 있는 나의 엄마. 즐거운 인사를 해주는 이웃. 내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고마운 방석. 보드라운 양말.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