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던 '느린 삶'
언제부터인가 소설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소설이 읽히지 않았다. 스토리를 통해서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졌다. 여유가 있어야 소설을 읽지. 이런 심정이었다. 직설적이고 유용한 책들이 오히려 편했다.
자기 계발서나 실용서들은 목차를 먼저 보고 흥미 있는 부분부터 읽는 다든지. 아니면 책의 머리말이나 결말 부분에 나오는 요약을 먼저 보고 책을 읽기도 한다. 성질이 급해서다. 결론부터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책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얻고 싶어서다. 그렇다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땅을 보고 걷는다. 그래서 어깨가 구부정하고 허리도 쫙 펴지 않고 걷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자꾸 조급하게 걷게 되고 내 정신은 여유를 잃는다. 자꾸 이런 자세가 될 때마다 허리를 펴고 호흡을 해 본다. 몇 걸음 가다 나쁜 자세가 나올 때마다 반복한다. 허리를 펼수록 마음도 펴진다. 몸이 정신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효과가 있다.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허리를 펴고 또박또박 걷는 행위와 비슷하다.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게 지나가서 아프다.
돈 버느라. 애 키우느라.
하루 속에 '나'는 어느새 바쁨으로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소설은 대충 읽을 수가 없다.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꾹꾹 눌러서 읽어야 한다.
우리 삶에는 느린 템포가 필요하다.
걸음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느리게 걸으면 보이는 것들도 달라진다.
소설은 나에게 반듯하게 걷는 것과 같다.
소설은 느리게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은 내가 책 속 인물의 대화에서 멈춰 서게 한다.
그래서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요즘은 일부러 고전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종합비타민 챙겨 먹듯이 책을 골고루 읽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러다가도 벨 꼬리는 대로 다시 좋아하는 책만 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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