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샤인

어느 쪽으로 가시오? 그쪽으로 갈까 하여.

by 성희

“어느 쪽으로 가시오? 그쪽으로 갈까 하여.”


미스터 선샤인의 시대 배경은 개화 기를 겪는 조선이다.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세계 여러 열강들이 들어와 혼란한 세상이 된다. 시대가 혼란하면 사람들도 그러하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는 여전히 공존하지만 개화기를 거치면서 신분제는 흔들린다. 물론 이 드라마는 사랑이야기이다. 조국에 대한 사랑도 포함한다. 하지만 적어도 고애신이라는 여자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남자 주인공들은 고 애인을 통해 조국애를 알게 된다.


구동매는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를 잃었다. 일본 야쿠자 무신회 한성 지부 소속으로 신분을 바꿔 조선에 들어온다.

유진 초이는 노비의 아들로 구동매와 마찬가지로 조선에서 부모를 잃었다. 미국에 건너가 미 해병대 장교가 되어 조선에 들어온다.

김희동은 고애신의 정혼자이다. 양반의 아들로 부모와 조부모 악행으로 일본으로 도피 유학을 하고 조선에 돌아온다.

쿠노 희나는 호텔 '글로리' 사장이며 조선 이름은 '이양화'다. 친일파 아버지에 의해 일본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으며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것으로 나온다. 사별 후 조선에 들어와 ‘글로리아 호텔’을 경영한다.

고애신은 조선 최고 가문의 손녀로 나온다. 그녀의 부모는 의병활동을 하다 죽었다. 그녀는 부모의 길을 걷게 된다.

고애신의 명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조부 앞에서 자신이 평범한 사대부의 여자의 삶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꽃처럼 사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유진 초이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요.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고애신도 그렇고 쿠도 히나도 그렇고 이 드라마 속 여자들은 하나같이 멋지다. 여성 독립투사들이다.

미스터 선샤인은 유진 초이다. 그는 이방인으로 들어와 조선인이 된다. 자신을 이방인으로 살게 한 조국이었지만 고 애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소중한 '조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김희동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부와 부모 세대가 저질렀던 악행들에 대해 회피하고 묵인하고 살았다. 고 애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도 변한다. 처음엔 그녀를 아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조국 따위을 위해서가 아니다. 신문을 만들고 글로써 조국을 돕는다.


구동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다. 신분제의 끄트머리에 있던 백정의 아들.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에게 조국은 일본보다 못한 것이었다. 그는 복수의 칼날을 휘둘렀다. 일본 야쿠자(?)를 등지고 못난 권력으로 그렇게 살고 있었다.

구동매의 부모가 매를 맞고 죽어갈 때 가마를 타고 지나가던 어린 고애신이 구동매를 구해준다.

구동매 : ‘왜 저를?

고애신 : '잡히지 말라고'

구동매 : '그러니까 애기씨가 왜?'

고애신 : ‘사람의 목숨은 다 귀하다 했다.’

구동매 : ‘누가요?’

고애신 : ‘공자께서'

구동매 :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

아마 고애신이 자신의 세계에서 나오게 된 것이 이 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세명의 남자들은 고애신을 사랑하고 결국 고애신을 위해 죽는다. 조국을 위해 죽는다.

그녀가 소중하게 지키고자 했던 ‘조선’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가시요? 그쪽으로 갈까 하여.”


처음 볼 때는 이 대사가 그리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동무와 함께 걷는다. 사랑하는 이와 같이 걷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같이 걷는 것과 닮았다.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사랑의 시작과 끝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것

같은 길을 걸어주는 것

사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나를 넘어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상미가 뛰어난 드라마라고 들었는데 장면 장면이 '시'같다.

신념을 위해 죽는 사람들, 사랑을 위해 죽는 사람들이 나온다.

아름다운 배경 속에 내용은 슬프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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