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린 음식점은 왜 망했을까?

음식점

by 성희

내가 차린 음식점은 왜 망했을까?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음식점을 차렸다. 사실상 동업이다. 친정 엄마를 등에 없고 숟가락을 얹을 생각이었다. 엄마 아시는 분 중에 신사동에서 맛집을 하고 계신 분이 계셨다. 그때만 해도 음식점이라면 00 티브이 맛집 방송 출연 집이라고 안 써진 곳이 없었다. 프랜차이즈처럼 하면 되겠다 싶었다. 때마침 눈먼 돈이 생겼다. 가족 창업이다. 이 참에 친정집도 번듯하게 살고 나도 사업가가 되는 꿈을 꾸었다.


친정엄마는 음식 솜씨가 좋다. 음식 장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장사라는 게 솜씨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조건은 되지 않을까? 엄마는 요리를 맡았다. 막내 동생은 보조, 나는 관리자다. 큰 동생이 건축을 하고 있을 때라 인테리어 도움을 받았다. 가족창업도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아무래도 친밀 집단이다 보니 협력하기 수월하다. 단점은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조정하기 어렵다. 장점과 단점이 어느 지점에서는 상충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 각기 다르다.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안나 카레리나의 이 문장이 떠오른다.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와 동일하다. 아빠와의 관계를 제외하고 우리 가족은 그런대로 화목한(?) 집이다. 가게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실망감이 쌓여갔다. 장사가 안 될수록 서로의 단점이 보였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도 각기 달랐다. 엄마는 가게 자리 탓이라고 했다. 나는 음식 탓, 동생은 미흡한 서비스와 홍보 탓이라 했다. 아빠는 음식을 잘못 선택한 탓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감정들은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다. 급기야 서로를 탓하기도 했다. 처음 개업하고 한두 달은 장사가 잘 되었다. 개업빨이다. 아는 사람들과 친적들이 인사치레로 방문해줘서 그렇다. 그러다가 진짜 장사가 시작된다.


우리가 어떤 일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단순히 어떤 하나의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실패 원인을 생각해 보면 첫째 상권 분석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둘째 사업에 대한 확고한 마인드가 부족했다. 셋째 가족창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부모님은 장사를 이전에 해 보신 분들이 시긴 하다. 그때는 운이 좋아서 잘 되었던 것이 본인들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면 '어는 정도는 되겠지.'라는 막연한 자만심이 있었다.


지금도 마음 밑바닥에 그때의 아픔(?)과 후회가 남아있다. 내가 좀 더 가족을 설득하고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격려했어야 했는데. 망할 때 망하더라도 멋있게 망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인생이 영화와 다른 점은 끝이 안 멋지다는 거다. 친정식구들이 모이면 불문율처럼 가게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혹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게 될까 봐 그러는 것 같다. 가족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좀 더 잘할걸.

해결책도 찾아보고... 그래도 안되면 괜찮다고 해 줄걸...

이런 후회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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