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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토리 Oct 30. 2020

유학하면서 돈도 벌 순 없을까요?

물론 가능하다

어디로 유학을 가든  그렇겠지만, 가장 염려가 되는   문제다 - 물론 네가 그런 걸 걱정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면 더 좋겠지만.


대부분 영국 대학들은 일 년에 학비로만 만 파운드가 넘게 나가고, 방세만 잡아도 한 달에 300파운드는 기본, 런던 같은 곳은 1000파운드까지 내는 친구들도 봤으니 웬만큼 재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금전적 부담이 큰 곳임은 분명하다.


그럼 공부하러  거니 문화생활이나 사교 활동은 접어두고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오면 되지 않느냐,  수도 있겠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왕 돈 쓰고 외국까지 공부하러 갔는데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다 와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대학에서 쌓는 인맥은 무시할 게 아니다. 더군다나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다 몰려 있는 대학까지 정작 그 학교 도서관과 강의실, 작은 숙소만 실컷 보고 돌아오면 그것도 나름의 돈 낭비니까.


그럼 또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영국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건 어떻냐고. 한국에서 하듯 아르바이트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도  벌고, 영국에서 사회생활도  경험해보고, 학위도 따면 1 3 아니겠냐고.


보통 영국에 어학연수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파트타임의 종류는...  


1. 한국 슈퍼마켓에서 일하기, 2. 한식이나 일식 식당에서 일하기, 3. 펍이나 음식점 주방에서 일하기 (설거지 등), 4. 청소 일 하기, 5.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 casher 하기 등등이다.


런던에 어학연수 왔던 친구 한 명은 Leicester square 길거리 기념품 파는 곳에서, 어떤 친구는 한국 슈퍼마켓에서 시급제로 현찰로 돈을 받으며 일을 하기도 했고, 어떤 친구는 펍에서 일하면서 매달 월급의 20%를 세금으로 자동 납부하기도 했다. (참고로 2020년 현재 영국에서는 일 년간 수입이 £12,500 보다 낮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월급에서 기본으로 20%가 세금으로 나갔다 하더라도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유학생들이 이걸 잘 모르거나, 그 과정이 귀찮거나, 복잡하거나, 시기가 맞지 않아 그냥 돌아가곤 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장기간 유학 온 사람들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아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식이다. 시간의 융통성이 별로 없기 때에 공부와 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고, 시간을 투자한 것치고 벌 수 있는 돈도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일을 하려면 현금으로 받는 게 아닌 이상, National Insurance Number (세금 지급을 위해 개인에게 부여되는 고유 번호)가 있어야 되는데, 영국에 비자를 받고 들어와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면 누구나 신청할 수는 있다. 그런데 영국에 있을 때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3년 이상되는 학부, 혹은 박사 과정으로 온 게 아니라면 신청하고 발급받고, 일자리를 찾기까지 시간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번거롭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단기 유학생들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일자리를 찾게 되는데, 그런 일자리들은 빨리 찾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저 임금보다 덜 주거나 몸을 쓰는 일이 많아 공부까지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지 않다. 


그럼 돈도 없으니 그냥 죽어라 공부만 하라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학부라면 아무래도 일할 기회가 좀 한정적 일지 모르지만, 박사를 하기 위해 왔다면 의외로 좀 편하게(!) 돈 버는 방법도 존재하니까.  


일단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대학 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거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무엇보다 대학 내에서 일을 하게 되면 대학이 알아서 National Insurance Number 신청을 해주고 세금 문제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일자리들이 있느냐.  




1. Invigilation (시험 감독)


지겨워서 그렇지 가장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고, 언어에 아직 자신이 없어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각 대학마다 대부분 중앙에서 시험 감독자 신청을 받고 통제하는 곳이 있을 테니, 학교 행정/사무 담당자에게 물어보거나 대학 페이지에 들어가 찾아서 미리 신청해 놓는 게 좋다. 대학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한 시간에 못해도 최저임금 이상은 받는다.


2. Supervision/Tutorial (학부생 학습 지도 등)


영국 대학의 학부에서는 보통 강의 외에 강의 내용을 돕기 위한 그룹 토론/수업/스터디를 따로 마련해준다. 강의 때 잘 모르는 걸 가서 물어볼 수 있고, 숙제에 대한 해답 풀이를 하기도 하며, 시험을 앞두고 강의 내용을 리뷰해 준다든지 과목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된다. 보통은 교수들이 바쁘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는 박사생 혹은 석사생들에게 많이 맡기는데, 이걸 해두면 박사생들은 나중에 이력서를 쓸 때 Teaching experience로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파트타임이다.


 그럼 어떻게 구하느냐. 일단 소속된 학과나 관련 학과에서 제공하는 수업 리스트를 확인하고, 스스로 할 수 있겠다 하는 과목의 담당 교수에게 연락을 하면 된다. 물론 능숙한 영어 구사와 전문 분야 지식은 필수지만.


3. Essay marking (과제 채점)


만약 영어로 말하는 건 좀 그렇지만, 글쓰기나 읽는 것에는 나름 자신 있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식이다. 영국 대학에서는 학기 중간에 Class Test의 일환으로 에세이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라도 시험을 대신해서 Written assignment를 제출할 때도 많은데, 학부 학생들이 대략 100명이 넘을 경우, 교수들이 석/박사생들에게 에세이 채점을 부탁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보통 에세이 당 돈을 받거나, 시간당 (한 시간에 에세이 3-4편 마킹 같은 룰이 정해져 있다) 받기 때문에 능력껏 달라고 해서 채점하면 된다.


대신 피드백을 자세히 해줘야 하고 (점수만 주면 나중에 학생들에게 욕도 먹고, 후에 교수들이 써주지도 않으니까), 학생이 이의를 제기할 때 결정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 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읽는 속도가 느린 사람, 혹은 관련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면 리스크가 큰 일이기도 하다.


그럼 이건 어떻게 얻느냐, 담당 교수나 TA (Teaching Assistant)에게 미리 말해두면 된다.


4. Teaching Assistant (조교?)


대학 학과마다 가끔씩 박사생들을 대상으로 파트타임 조교를 구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 1년 정도의 계약직이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돈벌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일자리다. 하는 일은 학과마다 다르지만, 대략 교수들의 강의 준비 돕기, 학생/교수 간 임원회 미팅 참석하기, 학생들 견학 같은 거 준비 돕기, 학과 내 행사 준비 돕기, 시험감독, 시험지 채점 확인, 연구 준비 돕기, 연구 세팅 하기, 논문 자료 준비, 등등을 한다.


이걸 하게 되면 좋은 점은 학과 내 정치 관계도 알 수 있고, 다른 교수들에게 눈도장 찍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는 거다. 물론 성격이 괴팍한 교수들의 단골 먹이가 되거나, 어떤 교수들의 힘겨루기에 끼어서 새우등 터지는 처절한 경험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 경우는 단기 계약에 해당되기 때문에 채용공고를 통해 뽑는다. 그러니 준비를 확실히 하는 건 물론, 지원자들 중 우위를 선점하고 싶으면, 미리미리 학과 내에 사람들과 얼굴을 익혀두고, 네 존재도 많이 알려두는 게 좋겠지!


5. Experiment/Lab assistant (실험실 조교)


만약 공학이나 과학, 약학 쪽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연구실 내의 실험이나 기계조작 등을 설명하는 일을 전문으로 맡아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기기도 한다. 학부생들의 실기 수업에 참가해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거나, 실험을 준비하고 실습수업을 직접 진행한다든지.. 이런 일 같은 경우, 보통 담당 교수가 주관하는 수업에 좋든 싫든 투입되거나 지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돈을 주니 다행이랄까 (간혹 당연한 걸로 치고 안주는 사람도 있다더라. 그럴 때는 지나가듯 교수 말고 행정실에 슬쩍 물어봐도 괜찮다).


6. 다른 실험에 참가하기


대학 내 이메일을 통해 꼭 몇 번씩은 어디 인체 공학이나 심리학 하는 연구실에서 실험대상자를 찾는다는 메일을 볼 수 있을 거다. 카드를 몇 개 보고 떠오르는 걸 말하라던지, 머리에 뭘 뒤집어쓰고 소리를 들으라든지, 뭘 듣고 쓰라고 하든지. 어떨 때는 특정 언어 사용자, 성별, 인종 뭐 이런 식으로 콕 집어서 지원자를 구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Focus Group이라고 해서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프로젝트 테스트를 위한 지원자를 구하기도 하고, 뭐 종류야 주제별로 다양하다.


좋은 점이라면 학부, 석사, 박사 상관없이 조건에만 부합한다면 지원할 수 있다는 거고, 이런 건 보통 짧게 잡아도 1-2시간, 길게는 4시간도 걸리긴 하지만 단발성이라 시간의 부담이 적다는 거고. 단점이라면 받을 수 있는 돈이 딱 정해진 게 아니라는 거다. 시급으로 최저 임금 좀 넘게 주는 곳도 있지만, 상품권을 주는 곳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밥 한 끼 주면서 때우는 곳도 있다. 그러니 조건을 잘 찾아보고 신청하자.


5. 학생회 임원 되기


이것도 대학마다 다르긴 한데, 영국에서 보통 대학 전체를 대표하는 학생회 (Graduate Union 혹은 Student Union)의 대표 (President)는 대부분 일 년 계약직으로 돈을 받고 일을 한다. 공부를 일 년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임원회 대표로서 일을 한다는 개념이 강한데, 물론 선거를 통해 선출돼야 한다.


정치판에 한번 제대로 뛰어들어보겠다 (학생들이라지만 국회 정치판 못지않은 꼴을 볼 수도 있겠지만), 내 인지도에 자신 있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해볼 만하다. 물론 박사 과정으로 왔다면 지도 교수의 사전 허락이 있어야 한다.


6. 온갖 장학금 신청하기


돈이 얼마가 되든 안되든 잘 찾아보면 여러 가지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나오는 장학금이 꽤 있다. 학회 참가 지원비부터, 생활비 조달, 많게는 학비 지원까지. 대학에서 주기도 하고, 학부에서 주기도 하고, 그 외 공부와 관련된 국립 재단 (보통 Royal school/academy of..로 시작하는 단체들)에서 주기도 하니, 공고 같은 걸 잘 찾아보고, 대학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게시판을 참고하자.  


7. 연구 관련한 회사와 연계 프로젝트하기


대학에서 돈을 받는 건 아니지만, 연구를 하다 보면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기업이나 다른 연구소 담당자를 만날 기회도 생긴다. 그런 경우 운이 좋으면 그 회사와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잘 되면 연구의 검증도 되는 거기 때문에 논문 통과는 따놓은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그 기업/연구소에 취업할 기회로 얻게 되니 진정한 1석 다조의 기회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물밑작업과 담당교수의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지만.


8. 아예 돈 받는 박사/석사 과정에 지원하기


영국에는 Studentship이라고 해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아예 석사/박사 학생들을 뽑는 경우가 꽤 있다. 굳이 단점이라면 내가 원하는 주제의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그 프로젝트의 연구가 내 학위 논문이 된다는 점, 프로젝트의 일정이 이미 나와있기 때문에 시간의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 팀에 따라 성패가 나뉜다는 것 정도? 그렇지만 장점이라면 학비 걱정 안 해도 되고, 연구주제를 잡느라 머리 싸매지 않아도 되고, 지도교수의 무관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학회지에 낼 논문이 없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이런 종류의 정보는 대부분 findaphd.com 혹은 jobs.ac.uk에서 얻을 수 있는데, 네 경쟁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그 외 학교와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네가 가진 재능 혹은 한국인이라는 사실 만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 한국/한국어와 관련된 일


한국이나 한국어와 관련된 파트타임 자리가 있을 경우 보통 한인학생회를 통해 가장 먼저 소식이 들어온다. 간단한 번역 일일 수도 있고, 한국에서 오는 취재단을 위해 통역하는 일일 수도 있으며, 영국 내 회사에서 한국에 관련된 리서치를 하는데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걸 수도 있다. 그러니 공부를 위해 한국인들과는 일단 담을 쌓겠다 라고 마음을 먹더라도 한인학생회에는 가입을 해두는 게 좋다는 말.


한인학생회를 통하지 않더라도 나와 친한 외국인 친구들이 알아서 일자리를 물어다 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난 연애편지를 번역해주고 돈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별 통보 편지를 번역하는 건 괴로운 일이었지만). 그러니 인맥을 돈독히 하자는 것.


2. 스스로 강좌를 개설해서 가르치기


만약 너에게 특별한 장기, 재능이 있다면, 스스로 강좌를 개설해서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수업료를 받을 수도 있다. 태권도라든지, 춤이라든지, 서예라든지... 대학이니 적당한 장소를 빌리기도 쉽고, 대학 내 이메일이나 게시판을 이용해서 광고하기도 편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좋고.




위의 옵션들은 대부분 박사과정인 사람들에게 많이 해당된다. 솔직히 석사생들에게는 무리인 경우가 많은데, 일단 영국의 석사는 1년이기 때문에 한눈팔 사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석사 하러 오는 거라면 파트타임이 아니라 당장 일 년 후에 뭘 할 건지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면 더 낫다.


본격적인 취업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지만, 석사 1년 초기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학년 마지막인 5-6월에는 졸업 눈문을 쓰면서 취업준비까지 하기 빠듯하고, 그때 이력서를 넣는다 해도 비자 기간이 애매해져서 돌아가기도, 남기도 애매한 총체적 난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더라도, 그전에 미리 지도교수를 정해놓고 물밑작업을 해놓은 게 아니라면 바로 다음 Acadmemic year에 입학 시기를 놓쳐서 일 년이 붕 떠버리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언어로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다 생계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난 너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보낸 너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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