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혼자였다. 아내는 성당에 가고 딸은 다이어트식 한다고 하고 장모님도 마침 집에서 점심을 해결한다고 했다. 돈가스집은 집에서 지하철로 몇 정거장 안 되는 곳이다. 재래시장 길을 거쳐가야 하는 그곳은 왕돈가스로 한때는 문전성시였었다. 역에서 내려 시장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데 내 눈이 번쩍였다. 아내와 장모님이 좋아하는 무시루떡이 떡집 진열대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진 아래쪽이 하얀 무가 들어있는 무시루떡
반가운 마음에 나는 가게 사장님에게 물었다.
"한 팩에 얼마인가요? "
"삼천 원이요"
"두 팩 주세요"
장모님과 아내가 좋아하는 무시루떡을 봉지에 넣고 돈가스집으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해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그리고 생선가스각 한 개씩을 먹을 수 있는 정식으로 주문했다.
주문한 돈가스 정식
내가 전부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생선 가스만 처리하고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는 손을 못 대고 장인어른을 드리기 위해 포장을 부탁했다. 외식을 전혀 안 하는 장인어른은 장모님과 우리가 밖에서 먹고 남긴 음식을 포장해서 드리면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사실 그 포장을 위해 일부러 더 시키는 경우도 있다.
집이 있는 역에 도착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무시루떡 샀어. 좋지?"
"좋아"
기대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해 걸음을 재촉하고 집에 도착했다.
자랑스럽게 내놓은 선물 봉지다.
"맛이 어때?"
"그냥 그래"
"어쩌지? 두 팩이나 샀는데"
무시루떡은 빨리 쉬어 무가 맛있는 12월이나 돼야 떡집에서 볼 수 있다. 그런 무시루떡을 한 달 이상이나 일찍 만났다. 아내와 장모님의 입을 호강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나는 오늘 장모님과 아내가 좋아하는 무시루떡을 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은 그녀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제철보다 일찍 맛을 볼 수 있게 해 줄 수 있겠다는 행복감에서 나오는 마음속 떨림, 바로 '설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