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았다. 유튜브에 영국의 유명 가수 엘튼 존(Elton Jon)의 캔들 인 더 윈드(Candle in the wind)의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했던 곡이라 서슴없이 손가락이 움직였다. 음악은 때론 기억의 소환 장치 기능을 한다. 추억의 상자에서 한 조각을 잘라 꺼낼 때는 음악이 한몫을 할 때가 있다. 본 지 30년이 넘은 드라마도 떠오르니 말이다.
일본 유학 때 재미있게 본 ‘한 지붕 아래’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다. 오래되어서 기억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헤어져 있던 형제들이 다시 같은 공간에 모여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였다. 그때 많은 일본인들에게 감동을 선물했고 나도 가끔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다음은 그 드라마에서 동생이 형에게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냐고 원망하듯 묻는 대사다.
"소꼬니 아이가 아루노까(そこにあいがあるのか.)"
거기에 사랑이 있냐고요.
얼마 전에는 티브이에서 형제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첫째와 둘째가 막내를 속여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전부 차치하려다 한 푼도 못 받게 되지만 막내의 배려로 공평하게 나눈다는 '변호사 우영우'속 이야기다. 두 이야기는 시대와 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가족이라는 주제에서는 닮았다. 가족 사랑 중에는 어머니 자식사랑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난 형제 중 막내다. 덕분에 그때는 아무나 받지 못했던 중학교 입학 전 영어 집중 과외 수업을 받았던 일, 대학 때는 방학 동안 한국에 오게 되면 형수님들로부터 두둑한 용돈을 챙길 수 있었던 일, 결혼 후 명절 때는 형수님들이 하룻밤 자지 않고 가는 막내동서가 꽤나 얄미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도 형들보다 일찍 빠져나오는 특혜도 누렸다. 다 돌아가신 어머니 사랑 덕분이었다.
작년에는 장모님이 화장실에서 넘어져 고관절을 수술을 하셨다. 평소 여기저기 편찮으신 장모님은 병원을 매달 몇 번은 가서야 하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손발이 되어 같이 움직여야 한다. 고관절 수술 이후 병원 일을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지셨기 때문이다.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서 거의 매일 운동을 대신해 친정엄마와 외출을 해야만 하는 일로 아내는 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젊었을 때부터 여기저기 다니시는 것을 좋아하는 장모님이어서 남다른 신경을 쓰는 아내가 애처로울 때가 많다.
그런 엄마를 뒤로하고 오랜만에 딸과 둘이서 잠시 여행을 떠난 아내가 엄마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남은 내가 옆을 지키고 있음에도 그녀가 핸드폰에 손이 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거기에는 아내의 자기 엄마에 대한 사랑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의지가지가 너희들 말고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어."
방문 너머로 들리는 장모님의 목소리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다.